韓·美 공동 연구팀 '스피어x' 제작 착수
24년 궤도 안착 후 2년6개월 임무 수행
망원경으로 은하 위치 파악, 지도 작성

 
미국 NASA JPL 연구진과 한국천문연구원이 2024년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할 우주망원경 '스피어x' 제작에 돌입한다.[사진=NASA JPL]
미국 NASA JPL 연구진과 한국천문연구원이 2024년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할 우주망원경 '스피어x' 제작에 돌입한다. 사진은 NASA JPL이 스피어x를 시뮬레이션한 모습. [사진=NASA JPL]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와 한국천문연구원은 6일 우주망원경 '스피어x'(SPHEREx) 제작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국제 공동 연구팀이 2016년부터 우주망원경 상세 기획을 시작해 임무 수행 시점까지 구체화한 건 5년 만이다. 스피어x는 2024년 태양동기궤도로 발사돼 2년 6개월 동안 4회 이상 '전천'(全天) 분광 탐사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 임무를 통해 137억년 전 '빅뱅' 이후 우주 생성 기원을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빅뱅 이론이란 우주가 한 점에서부터 탄생한 후 현재까지 팽창해 오늘의 우주에 이르렀다는 이론이다. 우주가 점점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우주는 점차 작아진다는 의미다. 예컨대 꽃이 피는 영상을 거꾸로 돌리면 꽃봉오리가 다시 오므라지고 돋았던 싹이 땅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비슷한 사례다. 이처럼 팽창하는 우주 역시 거꾸로 돌리면 조금씩 축소돼 마침내 우주가 하나의 점이 될 것이라는 이론이 빅뱅 우주론이다.

국제 공동 연구팀은 '스피어x'를 제작하고, 이 망원경으로 은하들이 어디에 위치했는지 그리고 각각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 전체 지도를 작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통계적 신호를 뽑아내 빅뱅 직후 우주 급팽창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역으로 추정하는 임무를 목표하고 있다. 

◆ 스피어x '영상분광 관측 기술'

스피어x는 '영상분광 관측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영상분광 기술은 넓은 영역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영상관측'(Imaging)과 개별 천체 파장에 따른 밝기의 변화를 측정하는 '분광관측'(Spectroscopy)이 통합된 기술이다. 

스피어x 관측 영상과 각 천체 방출 스펙트럼을 재구성해 우주 공간을 3차원으로 구현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지상에선 지구 대기에 의한 손실 때문에 관측이 어려운 적외선 천체 관측이 가능하다. 영상분광 기술을 적용해 전 우주를 102개 색깔로 관측하는 원리다. 

스피어x 제작에는 NASA JPL 연구진뿐만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 볼 에어로스페이스(Ball Aerospace) 등 12개 기관이 참여한다. 천문연은 이 중 유일하게 미국 기관이 아닌 국제기관으로 참여하게 됐다.  

천문연은 과거 차세대 소형위성 1호의 과학탑재체 NISS(Near-infrared Imaging Spectrometer for Star formation history)에 최초로 적용한 선형분광필터를 스피어x에 적용한다. 과거부터 축적된 기술이다. 이와 함께 천문연은 망원경의 우주 환경시험에 사용될 극저온 진공 챔버 개발과 테스트를 주도하고, 관측자료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핵심 과학연구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주관기관인 Caltech은 적외선 관측기기 및 자료처리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NASA JPL은 미션 운영과 탑재체 개발 조립, 볼 에어로스페이스는 위성체 제작을 맡는다.

◆ 은하·생명체 기원 풀어줄 '우주 망원경'

우주 망원경이 2024년 목표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우주를 촬영하면, 우주 급팽창에 의한 우주생성 이론과 은하 형성, 진화의 정보를 담은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하와 우주에 얼음 상태로 존재하는 물과 이산화탄소 등의 분포 지도를 작성하여 지구와 같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계 탐사 연구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웅섭 천문연 박사(연구 책임자)는 "과거 차세대 소형위성 1호 과학탑재체인 NISS의 독자 개발 경험이 밑거름되어 스피어x 공동개발에 참여할 수 있었다"며 "우리 연구진이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망원경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NASA JPL은 홈페이지에 "이 관측은 빅뱅 이후 우주의 빠른 팽창, 신생 행성계(young planetary system), 은하계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전천을 지도화할 것"이라며 "빅뱅 후 10억분의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어떤 증거를 찾아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앨런 파링턴 NASA JPL 박사는 "스피어x 전천 우주 영상분광 관측은 천체 물리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획기적인 시도"라며 "마치 영화사에서 흑백 영화에서 컬러 영화로 전환된 시기의 촬영기법과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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