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AI 신약개발 대덕 벤처 '초메디신'
빅데이터 기반 악성교모세포종 치료제 목표
조상연 대표 "연구 결과 환자에게 가는 게 최우선"

대전에서 태어난 한 남학생은 대전고등학교 졸업 이후 의사과학자를 꿈꿨다. 하지만 인문계열에 속해있던 그에게 의대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답은 간단했다. 재수다. 그는 1년간의 재수 끝에 충남대학교 생화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 연구원을 거쳐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발을 옮겼다. 대학병원 임상 실습 도중 사망하는 희귀질환환자를 보며 그는 생각했다. 단순 임상 의사가 아닌 신약 개발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작년 AI(인공지능) 신약개발 기업 '초메디신'을 설립했다. 같은 해 의사국가고시 필기시험도 합격했다. 올해 대학원 졸업을 앞둔 만 33살의 학생 창업가 조상연 대표다.
 
조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은 기필코 하고 마는 성격이다. 그는 방구석 연구자로서 컴퓨터 한 대만으로 생물정보학연구를 의학연구에 접목시켜 나갔다. 오픈 의학연구실 초랩을 설립해 기초교수, 임상교수, 대학원생, 의전원 동기와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019년 MD-PhD(박사학위) 학생들이 모인 학회 APSA(American Physician Scientists Association)와 연달아 열린 미국암학회(AACR) 포스터발표에 나섰다. 모두 조 대표의 자비로 이뤄진 일이다. 새로운 치료법과 치료제 개발에 대한 열의 하나로 3년간 SCI급 저널에 논문 12편을 제1 저자로 게재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지난 2019년 미국암학회(AACR)에 참여해 포스터 발표에 나섰었다. [사진=조상연 대표 제공]
조 대표는 지난 2019년 미국암학회(AACR)에 참여해 포스터 발표에 나섰었다. [사진=조상연 대표 제공]
조 대표는 "의사과학자가 되겠다는 생각 하나로 의전에 입학했지만 의과대, 의전원의 커리큘럼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교과목 시험만을 소화하기도 벅차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무리 조건이 어렵다고 해도 당장 꿈을 향해 도전하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살지 못 할 거 같았다"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초메디신을 설립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 AI로 희귀난치질환 치료

조 대표는 AI 알고리즘을 이용한 뇌암 치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희귀난치암종으로 알려진 교모세포종, 악성 뇌암이다. 현 치료법으로 2년 생존율이 10% 이하로 알려져 있다.

의전 입학 후 교모세포종 연구를 처음 접한 그는 AI 기반 신약개발이 유전체데이터와 화합물데이터, 임상데이터 등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뜻을 같이하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다중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데이터들을 빅데이터화했고, 이를 바탕으로 용질운반체를 타겟으로 한 신약개발에 나섰다.

용질운반체란 몸속 세포막에 위치하며 모든 종류의 용질(물, 영양분, 메탈, 약물 등) 등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용질운반체는 알려진 것만 500여개 타겟이 있지만, 용질운반체를 타겟으로하는 약물은 10%도 되지 않는다. 조 대표는 연구 끝에 교모세포종에 10개 정도의 유의미한 운반체를 알아냈으며 그 중에서도 약 개발에 용이한 대사·면역 타겟인 운반체를 선정했다.

이후 약물재창출(Drug repositioning) 과정에서 선정한 타겟에 승인된 약물들의 교모세포종 환자 생존율 향상 효과를 유전체·화합물·임상데이터를 통해 확인했다. 이는 초메디신만의 신약개발 연구방법론이 됐으며, 작년 특허출원도 완료했다.
 

(왼쪽부터) 조상연 대표, 고현용 박사, 이승원 학과장. [사진=조상연 대표 제공] 
(왼쪽부터) 조상연 대표, 고현용 박사, 이승원 학과장. [사진=조상연 대표 제공] 
이같은 과정에서 조 대표는 학회 등을 통해 현재의 팀원들을 만났다. 신약개발에 대한 서로의 비전이 같았기 때문이다. 차의전 졸업과 KAIST 박사과정 이후 보스턴 어린이병원에 근무 중인 고현용 박사(CSO)와 차의전·서울대 전기전자과를 졸업한 이승원 세종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장(CMO)이다. 이들은 각각 바이오와 데이터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로, 향후 뇌암에서 전체 난치질환으로 신약개발 범위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연구 결과가 환자에게 가도록"    
 

조 대표는 연구 결과가 환자한테까지 가도록 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조상연 대표 제공]
"실습 도중 환자를 접하면서 나는 연구를 하는데 왜 환자들이 완치될 수 없을까, 연구 결과는 왜 현장까지 오지 못할까, 왜 연구자들은 이런 생각을 막연히 할까, 과학자들은 연구를 위한 연구만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과학을 깊게 하진 못하더라도 기초연구부터 환자 치료까지 일련의 과정을 한 곳에 매몰되지 않게 연결하고 싶어요. 아직 경영에 대해 일가견이 없어서 하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우선은 상장, 투자보다는 연구 결과가 환자한테까지 가도록 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 대표가 밝힌 초메디신 설립 이유이자 앞으로의 비전이다. 작년 4월 중소벤처기업부 예비 창업 패키지에 선정돼 초메디신을 설립한 그는 현재 빅데이터 서버를 구축해 신약개발 분석을 진행 중이다. 분석된 데이터는 충남대 의과대 실험실의 도움을 받아 실험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의 단기적 목표는 교모세포종 용질수용체 타겟 치료제 개발이다. 장기적으로는 4차 산업 시대에 맞는 병원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신약개발과 동시에 ICT(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인공지능 의사'를 개발해 의료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 정보의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건강관리를 해주며, 동시에 난치질환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로 난치질환 치료제·치료법 개발까지 수행하는 병원이 스스로 생각하는 4차 병원"이라며 "온라인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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