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달성' 위해 쉽게 버려지는 특허들
혁신법에 따른 시행 일원화 안돼, 행정 혼선 우려
과기부 "현장 모니터링 통해 문제 개선 할 것"

변리사회가 지난 4월 공공연 ‘엑시스밸류’ 등급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19개 공공연 1~2월 등록된 특허 분석결과 우수에 해당하는 특허는  단 1건으로 나타났다. [사진=변리사회 제공]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으로 출연연 특허 폐기시 장관 승인이 도입되며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상위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출연연 관리감독을 강화하며 현장을 옥죄는 게 아니냐는 의견과 세금이 투입된 연구결과로 발생한 특허인 만큼 책임감있게 내고 관리해야한다는 등 서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윤상직 전 국회의원이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활용 특허유지비로 5년간 총 64억원이 사용됐고 누적 미활용특허는 2019년 7월 기준 4150건으로 나타났다. 특허청 집계에서도 2019년 한해 포기된 공공연구소 특허권은 약 1만건으로 조사됐다. 출연연 특허 10건중 6건은 사장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 바 있다.

출연연 특허는 대한변리사회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대한변리사회가 지난 4월 자체개발한 특허등급평가시스템 '엑시스밸류'를 활용해 국내 19개 정부출연연구기관 특허 384건을 분석한 결과 투자평가 '우수'에 해당하는 PA 2등급 이상 특허는 단 1건에 불과했다. 평가 대상 19개 기관 중 평균 이상의 PA 등급을 받은 곳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7개 기관으로 나타났다. 공공연 절반이상의 특허가 IP 경쟁력이 평범한 수준의 '보통' 등급을 받아 특허품질 향상을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관계자는 "변리사회 평가는 쏠림이 있을 수 있다. 출연연 자체적으로 우수한 연구성과들이 많고 기업에 이전한 성과도 많은데 일부 분석으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대응했다.

과기부 관계자에 따르면 A 출연연은 성과달성을 위해 특허를 출원했다가 3년 뒤 대부분 폐기하는 경우도 있다. 양적평가를 위해 기술이전, 사업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특허를 출원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앞으로 출연연은 장관 승인없이 특허를 포기할 수 없다. 특허 폐기 시 장관 승인을 거쳐야 한다. 과기부 입장에서는 출연연 특허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고 출연연은 특허 폐기를 위한 절차가 늘어난 셈이다. 서로에게 업무가 가중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출연연 특허의 질적 하락과 과기부의 관리를 위한 관리 등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결국 출연연 특허 등록 및 출원에 좀 더 신중하며 세금을 낭비하지 말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 취지 공감 vs 출연연 특허 부실

지난 1월 1일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시행되면서 정부출연연구원에서 보유한 특허 포기에 '장관승인' 조항이 필수사항이 됐다.[사진=국가연구개발혁신
지난 1월 1일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시행되면서 정부출연연구원에서 보유한 특허 포기에 '장관승인' 조항이 필수사항이 됐다.[사진=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 홈페이지]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 제34조(연구개발성과의 활용) [연구개발성과 소유기관의 장은 국내외에 출원ㆍ등록한 지식재산권을 포기하려는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해당 지식재산권 창출에 기여한 연구자 또는 중소기업에 양도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지난 1월 1일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시행되면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특허 포기에 '장관승인' 조항이 필수사항이 됐다. 기존에는 장관에게 통보하거나 출연연 자체적으로 지적재산권 포기를 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연구개발 및 특허에도 많은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책임성을 가져야한다는 의미에서 시행령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회 관계자는 "출연연 특허 출원과 등록이 허술하지 않다. 성과를 위해 쉽게 특허를 내고 폐기한다는 시선은 말이 안된다"고 역설했다.

각 출연연 기술사업화(TLO) 조직은 갑자기 신설된 해당 규정을 연구소 특성별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출연연 측 변리사들에 따르면 기존에도 특허 포기를 위해 '중앙행정기관장의 승인'이라는 규정이 있었지만, 통보하는 식이거나, 권고사항 정도였다. 기관마다 규정이 다르긴 했지만, 실제 장관 승인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반응은 엇갈린다. 과기부 입장에서는 사업성과에 대한 사후관리 측면에서 특허 포기가 추진되기 때문에 각 사업부서, 사업관리 전문기관에 연락을 취해 장관승인을 받으면 된다고 보고 있다. 현장에서는 과정이 복잡해지다보니 특허를 제때 포기하지 못해 오히려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A 연구소 변리사는 "예를 들어 0001번이라는 특허에 대한 명확한 포기 의사를 5월 31일까지 밝혀줘야 하는데 정부 승인이나 발명자 협의로 한 달이 늦어지면 그만큼 유지된 비용을 내야 한다"면서 "정부에서 빠르게 승인조치를 해주면 좋지만 그러지 못하면 비용발생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부에 확인 결과 올해 소멸처리를 대기 중인 특허는 아직 없다. 출연연은 1년에 한 번씩 특허를 정리해 지난 연말에 소멸시켰거나, 기업에 유무상 나눔을 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출연연 입장에서는 제대로된 프로세스가 마련되지 않아 관리해야 할 특허가 쌓이며 비용 증가가 우려된다. 또 행정업무도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출연연의 지식재산권 관리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 각 출연연 특허 관리 실태를 조사 중이다.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를 찾아내고 개선해 행정업무 혼선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출연연 특허 유지비, 한해 포기 및 포기 검토로 거론되는 특허수, 5년 이상 활용되지 않은 누적 미활용 특허수, 미활용 특허유지비 등 자료를 요청했으나 답변이 미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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