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류석영 KAIST 전산학부장
최연소 학부장, 타과 학생들 고민 상담 찾아오기도
"무엇이든 재미가 우선시돼야···행복한 KAIST 꿈 꿔"

류석영 KAIST 전산학부장. 그는 학생들과 노래 부르고 필라테스도 하는 유별난 교수로 알려져 있다. 그는 "KAIST 학부생 시절 공부보단 음악을 좋아했다"며 "창작동화 동아리에서 보컬을 맡을 정도였다. 커서도 그대로다"라며 웃으며 답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류석영 KAIST 전산학부장. 그는 학생들과 노래 부르고 필라테스도 하는 유별난 교수로 알려져 있다. 그는 "KAIST 학부생 시절 공부보단 음악을 좋아했다"며 "창작동화 동아리에서 보컬을 맡을 정도였다. 커서도 그대로다"라며 웃으며 답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류석영 KAIST 전산학부장의 취미는 노래와 운동이다. 학생들에게 버스킹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대학원생들과 필라테스도 즐겨한다. 최근엔 'KAIST 방방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그가 KAIST 교내에서 '괴짜'로 불리는 이유다.

류 학부장은 지난 3월 여성 최초 전산학부장이 됐다. 전 학부장과 무려 14년 차이가 나는 최연소이기도 하다. 학부장이 젊어지니 과 전체의 열린 소통은 당연히 따라왔다. 학생들은 쾌활한 성격의 40대 학부장에게 자신의 고민을 낱낱이 털어놨다. 다른 과 학생이 고민 상담을 온 적도 있다. 류 학부장이 그간 학생들과 어떠한 관계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류 학부장은 "무엇이든 '재미'가 우선시돼야 한다"며 "연구 외에 자기가 하고픈 걸 재밌게 하면 그 에너지가 본업으로 온다. 그 즐거움으로 공부도, 연구도 재밌게 할 수 있다. 학생들과의 취미활동이 저의 학부장 업무에도 에너지를 준다"고 말했다. 

◆ 학생과 교수의 콜라보 'KAIST 방방프로젝트'
 

KAIST 방방프로젝트 첫 번째. 학생들이 각자의 방에서 노래를 부른 뒤 밴드 멜로디와 편집해 완성됐다. [영상=KAIST]

두 번째 프로젝트는 교수님들의 적극 지원 아래 보다 전문적으로 진행됐다. 류 학부장도 보컬에 참여했다. [영상=KAIST]

2019년 11월, KAIST 학생과 함께 버스킹을 하고 있는 류 학부장. [사진=KAIST 유튜브]
2019년 11월, KAIST 학생과 함께 버스킹을 하고 있는 류 학부장. [사진=KAIST 유튜브]
작년 7월, 학생생활처장이었던 류 학부장은 우연히 가수 이한철 씨의 '방방 프로젝트'를 접했다. 방방 프로젝트는 '방과 방을 잇는다'는 의미로,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코로나 시기에 각자의 공간에서 음악으로 위로를 건네자는 의도다.

류 학부장은 'KAIST 학생들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학생들에게 프로젝트를 권유, 'KAIST 방방프로젝트'가 시작됐다. KAIST 학생들이 각자의 방에서 개별 촬영한 뒤 영상을 한데 모은 온라인 합주 형식이다. 

16명의 학생들은 각자의 목소리로 노래 '스마일 보이(Smile boy)'를 불렀다. 베이스, 키보드, 드럼, 기타로 구성된 밴드 멜로디가 합쳐지니 모이지 않아도 합주가 완성됐다.

프로젝트는 계속됐다. 지난 4월 공개된 두 번째 프로젝트엔 박경렬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가 가세했다. 박 교수는 녹음실을 지니며 밴드 활동을 취미 이상으로 하는 인물이다. 여기에 류 학부장도 보컬을 맡았다. 4명의 학생과 5명의 교수들로 이루어진 'KAIST 밴드'다. 이들이 부른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Butterfly)'는 전문 밴드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실력을 보였다.

류 학부장은 "새 학기를 시작하는 학생들도, 막 전산학부장이 된 나도 바쁜 시기였지만 재밌게 녹음에 참여했었다"며 "이후 학생들에게 문의가 많이 온다. 항상 문은 열려있다. 현재 가을학기를 목표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지만 그 밖에 댄스 등 다른 분야도 학생들만 원한다면 기획해볼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 "행복한 KAIST 꿈꿉니다"
 

류 학부장과 실험실 제자들. 류 학부장은 학부장 선거 출마에 반년가량을 고민했다. 보직을 맡으면 연구실 제자들에게 신경을 많이 못 쓸 수도 있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는 자신만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류 학부장은 "연구실 제자들이 있었기에 학부장이 될 수 있었다"며 "가장 중요한 건 연구실 제자들"이라고 말했다.
류 학부장과 실험실 제자들. 류 학부장은 학부장 선거 출마에 반년가량을 고민했다. 보직을 맡으면 연구실 제자들에게 신경을 많이 못 쓸 수도 있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는 자신만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류 학부장은 "연구실 제자들이 있었기에 학부장이 될 수 있었다"며 "가장 중요한 건 연구실 제자들"이라고 말했다.
"보통 교수들은 수업하고 논문 쓰고 연구합니다. 학생들도 대부분 대학원 진학을 정답이라고 생각하고요. 딸이 둘 있는 엄마로서, 엄마가 행복해야 딸들이 행복합니다. 마찬가지로 교수들이 행복해야 학생들이 행복합니다. 이러한 학생들과의 활동이 교수로서의 큰 원동력이 됩니다."

류 학부장이 학생들에게 공부 외 활동을 적극 권유하는 이유다. 류 학부장에 따르면 그는 교수들 사이에서 처음부터 인정받기란 쉽지 않았다. 학생창업에 바람을 넣고, 공부보다 취미활동을 장려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엔 이러한 가치관을 남들로부터 인정받기란 쉽지 않았다"며 "그래도 꾸준히 학생들과 좋은 모습들을 보여준 덕분인지 지금은 '수고한다'는 시선들이 대부분인 거 같다"고 웃으며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음얻기'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학생들과 교수님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사이 세대 차이라는 간극을 부드럽게 연결시켜줘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이것이 자신을 포함한 젊은 교수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류 학부장은 "KAIST는 즐겁고 행복하게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리더는 구성원들을 섬겨야 한다. 나도 교수님들과 학생들을 섬겨야 하는 거다. 그게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행복과 칭찬의 문화가 전산학부에 안착되면 KAIST 전체나 다른 학교로도 전파될 것이다. 행복한 KAIST를 꿈꾼다"고 희망했다.

 

◆ 류석영 학부장은?

1973년생으로 KAIST 전산학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하버드대학교와 연구소 등 8년의 미국 유학 이후 2009년 KAIST로 복귀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동기다. 최근엔 전산학부 공간 확장을 위해 장 의장에게 기부를 권유, 110억 기부금을 이끌어낸 바 있다.  

KAIST 포용성위원회 1·2기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KAIST 포용성위원회란 교내 소수자·약자를 대변하는 총장 직속 기구다. 공대 출신의 류 학부장이 교내 상담기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뜻 있는 사람들을 모아 직접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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