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업화 창업정책'놓고 1일 유튜브 생중계
성과 도출 과정, "숫자보다 임팩트"
연구자 창업 후 복귀 등 가이드라인 절실

'과학썰전! 기술사업화 창업정책은 왜 한국 NIS 아킬레스건 되었는가?' 유튜브 영상. [영상=대덕넷(HelloDD)]

설성수 한남대 명예교수(사진 왼쪽)와 권기석 한밭대 교수(오른쪽)가 기술창업 정책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과학썰戰 유튜브 갈무리]
설성수 한남대 명예교수(사진 왼쪽)와 권기석 한밭대 교수(오른쪽)가 기술창업 정책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과학썰戰 유튜브 갈무리]

"대한민국 기술창업 기반은 정부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뿌린 씨앗으로부터 민간 부분에서 성과가 나타났죠. 하지만 공공 기술창업 부문을 놓고 봤을 땐 분명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합니다." (설성수 한남대 명예교수)

"우리나라가 R&D에서 경제적 성과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이미 기술이 앞서 있기 때문이겠죠. 앞으로 많은 제도적인 부분 개선해 나가면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권기석 한밭대 교수)

기술창업 정책에 얽힌 문제를 놓고 두 전문가가 토론 현장을 달궜다. 김요셉 대덕넷 기자의 진행으로 권기석 한밭대 교수와 설성수 한남대 명예 교수가 '기술사업화 창업정책은 왜 한국 NIS(국가혁신체제) 아킬레스건 되었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썰전을 벌였다.

1일 오전 10시 30분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된 이번 토론에서 두 교수는 ▲대한민국 기술창업의 추세와 특징 ▲출연연을 둘러싼 기술사업화 문제 등 현재 기술창업 동향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온라인에서도 참여하며 다양한 질문이 올라왔다.

◆ 투입 대비 성과 낮은 R&D 현실

국내에서 연구개발 사업이 시작된 시점은 80년대다. 90년대 들어서면서 공공 R&D 규모가 커지고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벤처 지원이 개념이 시작됐다. 그러면서 벤처기업이 국가 혁신 체제의 중요 계기가 됐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가 R&D 규모가 커져서 사업화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문제점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선진국에 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 교수 역시 국내 창업 현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중국, 영국, 이스라엘, 인도 등 잘하는 나라와 경쟁할 정도로 잘한다는 게 설 교수의 진단이다. 그러면서 그 동안 창업 성과에 대해 정부의 역할이 컸다고 분석했다. 정부에서 뿌리고 민간에서 큰 성과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 R&D 분야에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설 교수는 "최근 정부와 민간을 포함해 현격하게 보여지는 추세"라며 "기획재정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예산을 투입하는 건 많이 늘어나는데 상대적으로 성과가 안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변화하는 기술사업화 동향에 대해 설 교수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남에 걸 베껴 연구하는 수준에선 적은 투자로도 성과가 많이 나왔다. 현재 한국 기업이 요구하는 것은 세계적인 수준이다"라며 "남이 가르치지 않은 연구를 하면 투자비가 많이 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30년간 연구 분야에 투자한 출연연 기관장들과 이야기 나눌 때 누가 봐도 굉장할 연구성과에 대해 3개 이상 넘어가는 걸 본 적이 없다"며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도출하기에는 그만큼 어렵다"는 주장을 펼쳤다.

설 교수는 기술 사업화에 대해 '성공 확률의 싸움'이라고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벤처 캐피탈이 신생 기업에 투자해 성공할 확률은 12%이다. 우리나라보다 내수 시장이 월등한 중국에서조차 18%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일반적인 R&D에서 기업체 R&D도 어느 단계에 따라 10% 안되는 경우도 있다. R&D도 성공확률이 그 정도인데 투자해서 10개 중 한 개면 엄청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자체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기석 교수는 받은 관계자 제보를 인용하며 "대덕 내 공장과 사무실 부지를 찾을 때 20명 이상 규모 기업이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이 열악하다. 공간을 너무 세분화 돼있다"며 지자체의 입주 수 늘리기 문제를 지적했다. 단기적이고 계량적인 지표 위주 성과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기술 빼앗기 관행에 관한 지적도 이어졌다. 권기석 교수의 "대한민국 경제 구조 측면에서 양극화가 일어난 와중 대기업 경제 구조 개선되기 어렵지 않냐"라는 물음에 설 교수는 "유니콘 기업이 많이 나오는 경우에는 그러한 경우가 덜 하다"며 "다만 전통적으로 대기업들이 터를 닦아놓은 영역엔 꼬마 기업 올라오는 것을 가만두지 않는다. 심지어 기술을 뺏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 출연연 기술창업, 기업으로 연계 마련 절실

출연연의 기술창업 가이드마련 문제도 제기됐다. 권기석 교수는 대전과학산업진흥회 모임에서 들은 제보를 바탕으로 출연연 창업정책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익명의 제보자는 출연연의 정체성과 창업 영역를 잇는 관계가 불분명하다고 꼽았다. 출연연 입장에서 창업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같은 출연연 안에서도 기관장의 입장이 바뀌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창업 후 연구소에 복귀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주식보유 문제도 언급했다. 권 교수에 의하면 연구자가 휴직 후 창업을 했을 때, 한 기업의 CEO로서 주식을 소유하게 된다. 그런데 기업을 넘기고 연구소로 복귀할 경우 그 주식을 보유할 수 없고 팔아야 한다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직자 윤리 규정을 적용해 자유롭게 창업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설성수 교수는 기술 사업화가 출연연 본연 임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설 교수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의해 공공 부문에서는 기술성숙도(TRL) 7이상으로 연구할 수 없다. 또 출연연이 출시한 기술과 제품이 다른 나라에 수출되면 관세보복이 생길 수 있다. 그는 "출연연의 현존하는 기능 하에서는 출연연구는 사업화 이전 연구까지만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설 교수는 "대덕연구단지가 조성된 지 40년이 넘었는데 제대로 된 유니콘 기업이 나오지 않았다"며 출연연의 사업성 강화를 위해 융합연구센터 등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명연에서 개발해 출시한 결핵약을 예로 들며 "개발 기간은 8개월에 불과했지만 상품 출시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며 "이는 공장을 짓는 건 생명연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출연연 내부에서 뭐든지 하자고 하면 혼선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출연연에서 중소 기업이나 벤처 영역으로 나와 사업이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 창업의 활성화, 여전히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권기석 교수는 신생 기업이 발전하는 발판에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꼽았다. 그는 마리아나 마추카토 경제학자의 말을 인용해 벤처 자본이 리스크를 선호한다는 속설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권기석 교수는 "생명 공학 등 녹색기술의 경우 많은 경우가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공공 자금이 오히려 리스크를 담당하고 있다"며 "벤처 케피탈의 문제는 초기 투자를 안하는 것보다 투자의 목적이 투기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데 신생 기업에 일정 수준의 공공자금이 들어가서 기술이 완성됐을 때 벤처 자본이 들어온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설성수 교수는 "정부의 기술사업화 지원 정책은 숫자로만 파악하면 안된다. 임팩트있는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기업에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중앙 정부의 기술사업 창업정책도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여전히 과거형 성과를 요구해오고 있다"며 "기다려주는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출연연 기술사업화 활성화를 위해 비즈니스 융합을 제시했다. 설 교수는 "출연연 본연의 역할인 공공연구와 기초연구 역할을 다시 재정립해 정부와 출연연이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비즈니스 차원이 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정신 강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지난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7개국 중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지수'는 27위를 기록했다. 권기석 교수는 "우리나라 앞엔 리투아니아와 슬로베니아 등의 유럽 국가가 우리보다 앞에 있다"며 "우리나라가 기업가 정신 측면에서는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설성수 교수는 이에 대해 "거기 사용 지표들을 보면 창업 이외의 별도 지표들이 많이 들어갔다"며 "우리나라 기업가 특성상 스스로를 박하게 평가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창업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설 교수는 "이공계 학자들을 대상으로 창업 교육을 해야 한다"며 "기술사업화 교육을 통해 시장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토론은 유튜브를 통해 시청이 가능하다. 다음 과학썰전은 '과학기술 인력양성 위기가 오고 있다'를 주제로 오는 9월 15일 오전 10시 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두 토론자는 "우리나라 국가 R&D사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데에선 공감했다"며 "다만 제도적인 부분에서는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과학썰戰  유튜브 갈무리]
두 토론자는 "우리나라 국가 R&D사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데에선 공감했다"며 "다만 제도적인 부분에서는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과학썰戰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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