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포닉스 기업 '뉴팜' 월 500kg 채소 재배
6주만에 수확, 기존 농법 대비 화학성분 15배↓
"기후변화·감염병 등으로 친환경 먹거리 수요 증가"

약 4평짜리 컨테이너가 전부였다. 별도의 수도관도 없어 매일 집에서 컨테이너까지 20L 물통 5개를 옮겼다. 손목에 깁스는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그렇게 2년 뒤, 현재 그 컨테이너는 50평짜리 어엿한 기업이 됐다. 월 500kg, 일 년 6t에 달하는 친환경 채소를 재배하며 국내 스마트팜계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17일 울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울주 스마트팜 네트워크 포럼 발대식' 참여 기업인 '뉴팜' 이야기다. 울주군은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울산테크노파크 등과 손잡고 울주형 스파트팜 단지 조성에 나섰다. 울주군 서생면 명산리 일대를 중심으로 약 4만6000㎡(1만4000평) 규모다. 관련해 뉴팜과 같은 수십 개의 기업이 지원을 받고 있으며, KISTI는 본격적인 지원사격을 위해 연구원 내 '데이터팜 애자일팀' 신규 조직을 신설했다.
 

지난달 17일 '울주 스마트팜 네트워크 포럼 발대식'이 울산 롯데호텔에서 진행됐다. [사진=이유진 기자]
지난달 17일 '울주 스마트팜 네트워크 포럼 발대식'이 울산 롯데호텔에서 진행됐다. [사진=이유진 기자]
뉴팜은 설립 3년 차 아쿠아포닉스 스마트팜 기업이다. 아쿠아포닉스(양어수경재배)란 물고기에서 나오는 유기물로 식물을 재배하고, 식물은 다시 물을 정화시켜 물고기에게 되돌려주는 자연재배 순환농법이다. 여기에 뉴팜은 IT 기술을 접목시켜 온·습도, 이산화탄소, PH 농도 등을 전자동 조절하고 있다.

정정현 뉴팜 대표는 "아쿠아포닉스라는 지속가능한 농업에 스마트팜을 접목시킨 최첨단 농법"이라며 "신선한 먹거리 제공을 신념으로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팜이 처음 시작한 컨테이너. 별도의 수도관이 없어 매일 집에서 컨테이너까지 20L 물통 5개를 옮겼다고 한다. [사진=뉴팜 제공]
뉴팜이 처음 시작한 컨테이너. 별도의 수도관이 없어 매일 집에서 컨테이너까지 20L 물통 5개를 옮겼다고 한다. [사진=뉴팜 제공]
현재 울산에 위치한 뉴팜 전경.
현재 울산에 위치한 뉴팜 전경.
◆ 수확 기간·인력·화학성분↓ '친환경 먹거리'

뉴팜은 채소 모종부터 수확까지 6주가 채 걸리지 않는다. 2주간의 모종을 거쳐 4주간 재배하고 수확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물고기의 유기물을 필요로하기 때문에 4t 물탱크에 330여 마리 비단잉어와 향어도 기르고 있다. 모든 물이 식물과 물고기 간 순환되기 때문에 광합성으로 증발하는 물을 제외한 추가적인 물은 사용되지 않는다.

IT 기술이 물고기 먹이부터 모든 실내 환경을 컨트롤하며 인력도 기존 농업의 10분 1수준으로 줄어든다. 계절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모든 채소의 가격과 품질이 일 년 내내 동일하다. 최근 발생한 배춧값 폭등과 양상추 품귀 상태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렇게 재배되는 채소들은 ▲버터헤드 ▲이자트릭스 ▲크리스타벨 ▲일레마 ▲스킬톤 ▲그린글레이스 ▲카이피라 ▲로메인 ▲멀티그린 등 9가지다. 이들은 무농약·무비료·무항생제·무GMO(유전자변형 농수산물)를 자랑한다. KISTI 특성분석센터 검사 결과, 아쿠아포닉스 야채의 경우 170ppm 질산염 수치가 기록됐다. 보통 2608ppm을 보이는 기존 수경재배 야채와 15배 이상 차이 나는 수준이다.
 

뉴팜이 아쿠아포닉스 형태로 재배하는 채소들. [사진=뉴팜 제공]
뉴팜이 아쿠아포닉스 형태로 재배하는 채소들. [사진=뉴팜 제공]
2주간의 모종(왼쪽)을 거쳐 4주간 재배(가운데)하면 수확할 수 있다. 채소 뿌리들은 물고기들의 유기물이 녹아있는 물을 먹는다(오른쪽). [사진=이유진 기자]
2주간의 모종(왼쪽)을 거쳐 4주간 재배(가운데)하면 수확할 수 있다. 채소 뿌리들은 물고기들의 유기물이 녹아있는 물을 먹는다(오른쪽). [사진=이유진 기자]
스마트폰으로 물고기 먹이 주기 버튼을 누르니(왼쪽) 먹이가 자동으로 나온다(가운데). 오른쪽은 뉴팜이 키우는 330여마리 비단잉어. [사진=이유진 기자]
스마트폰으로 물고기 먹이 주기 버튼을 누르니(왼쪽) 먹이가 자동으로 나온다(가운데). 오른쪽은 뉴팜이 키우는 330여마리 비단잉어. [사진=이유진 기자]
대부분의 아쿠아포닉스 팜들은 온실 비닐에서 1층 형태로 운영된다. 반면 뉴팜은 수직형 다단 컨테이너 형태로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받은 국내 최초다.

정 대표는 "3년 이내 도심형 아쿠아포닉스 스마트팜 프랜차이즈 사업에 착수, 5년 이내엔 주요 대도시 내 도심형 아쿠아포닉스 스마트팜을 보급하고 수출까지 하고 싶다"고 밝혔다.

◆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가보지 않은 길이라 두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점점 기후변화, 감염병, 고령화로 인한 식재료 품귀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반면 소득수준의 증가로 인해 친환경 먹거리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죠.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 생산이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가야 하는 길이죠. 가보지 않고선 실패도 알 수 없습니다."
 

정정현 뉴팜 대표는 "국내를 넘어 국외에 고품질의 친환경 먹거리를 선물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이유진 기자]
정정현 뉴팜 대표는 "국내를 넘어 국외에 고품질의 친환경 먹거리를 선물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이유진 기자]
정 대표는 둘째 딸 아이의 아토피로 누구보다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있다고 했다. 실제 아쿠아포닉스 사업을 하며 재배한 채소는 둘째 딸 아이의 건강도 호전시켰다.

그는 '도심 속 아쿠아포닉스 스마트팜'을 꿈꾸고 있다. 기업이 성장해 전국 도심에 분점 개설, 소비자들과 보다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정 대표는 "울주군 주민들이 아쿠아포닉스 농법에 대해서 조금씩 이해하고, 양액수경으로 재배한 야채에 비해 식감, 맛, 향, 신선도가 훨씬 뛰어나다는 평을 해주실 때마다 용기와 보람을 얻는다. 경영을 조금씩 안정화시켜 국내를 넘어 국외에 고품질의 친환경 먹거리를 선물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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