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슬램D, 18일 서울에서 첫 개최
지구 살리는 건축·실험동물·플라스틱·빗물 등 다양한 강연 펼쳐져

8월 사이언스 슬램D가 '플라스틱 100년, 지구를 위한 슬램D'를 주제로 지난 18일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양시연 박사, 이상협 박사, 이종원 박사, 조정모 박사, 한무영 명예교수.[사진=김지영 기자]
기후위기 시계. 지구온난화 마지노선 1.5도 상승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다. 남은 시간은 단 6년 330여일.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1.5도를 넘기는 건 시간문제다. 

마지노선을 넘긴 지구는 잦은 폭염과 폭우에서 벗어날 수 없다. 폭염 발생 빈도 8.6배, 가뭄 발생빈도 2.4배, 강수량 1.5배, 태풍 강도 또한 10%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인간이 편안한 삶을 위해 무작위로 배출했던 이산화탄소는 지구 이상기온을 만들었다. 우리는 소중한 지구가 더 이상 뜨거워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한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이 모였다.  8월 사이언스 슬램D가 '플라스틱 100년, 지구를 위한 슬램D'를 주제로 지난 18일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개최한 '대한민국 과학축제' 행사 일환으로 처음 서울에서 열렸다. 

편리해 대량생산해 쓰고 있지만 잘 썩지 않아 골칫덩이인 플라스틱 활용 방법과 지구를 지키기 위해 시민이 간단히 할 수 있는 빗물 모으기, 에너지를 절약하는 건축, 지구의 새로운 전염병을 막기 위한 연구까지 다양한 주제의 강연이 진행됐다.

◆ 뜨거워지는 지구, 빗물 모으기로 간단 해결할 수 있어요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빗물박사 한무영 명예교수는 기후위기로 인한 잦은 홍수와 가뭄을 빗물 모으기, 재활용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기후위기의 원인은 탄소배출이 맞지만, 지금 당장 탄소를 줄인다고 해서 지구의 홍수, 가뭄 등이 줄어들진 않는다. 탄소 줄이기도 중요하지만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한다. 한 교수가 주목한 것이 '빗물'이다. 예로 사막지역에 물 1톤이 있으면 에어컨 70대를 10시간 켜놓은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옥상을 텃밭으로 만들어 빗물을 모아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로 여름철 건물 내 꼭대기층 온도도 많이 낮출 수 있다. 그는 "서울대 건물에 실제 옥상 텃밭을 운영 중이다. 측정결과 더운 여름철 꼭대기층 온도는 26도로 옆 건물 53도보다 낮아 시원했다"고 설명했다.

옥상에 빗물저금통을 만드는 것도 홍수에 도움이 된다. 밑으로 흐르는 물이 없어 홍수가 방지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그는 "산불이 나는 것은 산이 건조하기 때문"이라며 "산 중간에 물모이를 만드는 것도 산불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태양광 패널 설치, 비닐하우스, 산책로, 도로, 건물 등을 만들면서 많은 빗물이 흡수되지 못하고 내려간다. 유출계수(강우량에 대한 하천이나 하수관거 유입하는 우수량의 비율) 증가를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빗물관리는 정부, 전문가와 함께 여러분 스스로 해야 한다. 탄소중립도 중요하지만 각자 자기건물, 자기 지역에 빗물저금통과 물모이 등을 만들어 기후위기를 대응해야 한다"며 기후위기 탄소위기보다 빗물관리를 잘 해보자고 제안했다.  

◆ 건축에서 탄소 40%배출된다고? 미래 건축 방향은?

이종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건축에 숨겨진 과학적 요소와 건축이 탄소배출에 미치는 영향과 변화 등을 강연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 선조들은 온돌을 통해 밥도 지으면서 집안을 따뜻하게 했고, 특히 한옥은 여름철과 겨울철 해가 드는 각도를 고려해 처마를 만들었으며, 여름철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청마루를 설계하는 등 과학적 요소들을 숨겨 놨다. 하지만 아파트가 대표 주거공간이 되면서 자연을 이용한 과학적 설계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건축이 지구온난화와 연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국제에너지기구가 발표한 자료를 토대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는 "건축이 탄소배출 40%를, 또 온실가스 70%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더위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만든 건축이 기후위기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과학기술로 자연을 보호하는 녹색건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녹색건축이란 이미 지어진 건물을 리모델링해 에너지 효율을 최대한으로 높이거나, 건축 단계에서부터 건물이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리모델링의 경우 열이 세고 잘 빠져가나는 옛 건물에 좋은 단열재, 고성능 창호, LED교체 등을 할 수 있고,  처음부터 벽을 두껍게 지어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도록 하며, 태양열,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제로에너지건물을 만드는 것들이 예다. 

이 박사는 "제로에너지건물은 이미 시작됐다. 내년부터는 공동주택에도 반영되는 등 더 확대될 것"이라며 "앞으로 제로에너지건물을 넘어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를 만들고 이를 부족한 건물에 공유하는 플러스 에너지 건축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 플라스틱 10%만 재활용...올바른 재활용? 원래 모습을 되돌려야 

이상협 KIST 박사와 조정모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한 지구 살리기를 강조했다. 조정모 박사에 따르면 우리가 생산한 플라스틱은 83억 톤이다. 재활용을 하고는 있지만 10%뿐이며, 대부분 비환경적으로 소각됐고 처리하지 못해 플라스틱 산이 쌓여가고 있다. 흔히 플라스틱하면 용기를 떠올리지만 우리가 입는 옷도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활용주기는 5년 이하로 많은 양이 생산되지만 처리할 방법이 없다. 

플라스틱을 열적재활용으로 회수하고 있지만 제한적이고 비순환적이다. 이에 조정모 박사는 화학적재활용을 제안했다. 플라스틱은 석유로부터 나오는데, 폐플라스틱을 모아 합성 이전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재활용하자는 것이다. 

다만 그는 "폐플라스틱은 쓰레기다보니 이물질이 많고 다른 소재가 섞인 경우가 많다. 이물질을 쉽게 제거하는 기술, 재활용이 편리하도록 플라스틱의 물질, 화학적 선별과 함께 해중합(고분자 중합체인 플라스틱 제품을 다시 분해해 원래의 단량체로 되돌리는 기술)으로 고품질 고수율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화학연에서 관련 연구를 통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상협 박사도 비슷한 제안을 했다. 그는 "플라스틱은 덜 만들고 덜 쓰는 것이 제일 좋지만 플라스틱시대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플라스틱은 석유와 엄마와 아빠가 같다. 폐플라스틱으로부터 원유를 잘 정제해 에너지원으로 쓰거나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드는 등 연구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 바이러스 주범이라고? 우리에게 고마운 실험동물들

동물실험연구실에서 연구 중인 양시연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박사는 높아지는 지구 온도 등으로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하는 가운데 전염병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동물이 어떻게 백신,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주는지 강연했다. 

양 박사에 따르면 유럽인구 절반에 피해를 입힌 흑사병부터 코로나19, 중동호흡기증후군, 신종플루 등 공통점은 동물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새로운 전염병이 출몰하는 이유로 ▲넓어진 사람의 활동반경으로 접하지 못했던 야생동물과의 접촉 ▲빽빽한 가축농장에서의 감염과 변이 ▲지구온난화로 부터 박쥐, 모기 등의 넓어진 활동반경 등이 거론된다.

동물간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지며 치명적인 질병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는 "동물을 통해 다양한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험동물을 통해 연구개발한 약물을 평가하는데, 마우스, 토끼, 비글, 돼지, 원숭이 등이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동물실험을 통해 약동학, 독성평가, 효능 평가 등이 이뤄진다. 그는 "우리연구소는 감염병 질병을 주로 연구한다. 약 50만개 화합물을 가지고 질병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며, 동물모델을 통해 이 같은 평가를 연구한다"며 "질병연구와 신약개발에 동물관찰연구는 필수다. 새로운 인수공통전염병이 계속 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동물을 통해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이언스 슬램D 우승은 이종원 박사가 차지했다. 우승자는 오는 12월, 올해 최종 우승자들과 함께 왕중왕전에 참석하게 된다. 사이언스 슬램D는 기초과학연구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대전MBC, 대덕넷이 공동 주최하며 지난 행사 영상은 '사이언스 슬램D' 유튜브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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