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 구형 금속 산화물 나노입자 대량 생산
입자 크기 조절해 반사 파장과 물질 색 자유자재 조절
"위조 방지 장치, 자율주행 자동차용 라이다 센서 밑거름"

이번 연구를 주도한 (왼쪽부터) 이기라 화학공학과 교수와 문정빈 고분자연구소 박사. [사진=POSTECH]
이번 연구를 주도한 (왼쪽부터) 이기라 화학공학과 교수와 문정빈 고분자연구소 박사. [사진=POSTECH]
하늘의 구름은 왜 하얀걸까? 우유는 왜 흰색일까? 이는 빛이 구름 속 물방울 또는 우유 속 기름방울과 만나 생기는 미 산란(Mie Scattering) 때문이다. 미 산란은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의 크기와 빛의 파장이 비슷할 때 일어나는 산란을 의미한다. 입자의 크기를 일정하게 만들면 특정 파장의 빛만을 반사해 염료 없이도 특정한 색을 띠게 할 수 있다.

POSTECH(총장 김무환)은 이기라 화학공학과 교수와 문정빈 고분자연구소 박사 연구팀이 미 산란을 강하게 일으키는 구형 금속 산화물 나노입자의 대량 생산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를 통해 입자의 크기를 조절하여 반사되는 파장과 물질의 색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도 있게 됐다.

원자 배열이 불규칙적으로 흩어진 비결정의 상태를 의미하는 비정질 상태인 이산화티타늄(TiO2)은 열을 가할 시 무질서하던 입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다. 그러나 이때 이산화티타늄의 모양은 뾰족뾰족한 침상형이나 평평한 판상형으로 바뀐다. 이는 물질에 들어 있는 탄소가 열에 의해 공기중으로 흩어지며 모양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향 탓에 이산화티타늄에 빛을 쏘면 입자들이 제각기 다르게 산란하며 색이 흐리게 보인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이산화티타늄 나노입자에 열을 가해 탄소가 포함된 구형루타일(Rutile) 나노입자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루타일이란, 이산화티타늄의 다형체(polymorph) 중 천연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형태의 광물이다.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됐으며, 가시광선 영역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결정 중 굴절률이 가장 높다.

그 결과, 이 입자는 빛의 굴절률이 매우 높아 미 산란을 강하게 일으켰다. 빛을 사방으로 반사하는 기존 물질과 달리, 연구팀은 특정 빛만 강하게 반사해 육안으로도 선명한 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향후 위조 방지 장치 또는 자율주행 자동차용 라이다 센서의 성능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며 "입자가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영역에서 파장에 따라 다른 색을 띠기에, 특정 파장에서만 보이거나 특정 파장만을 검출하는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한국도레이과학진흥재단, 삼성전자 산학협력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케미스트리 오브 머터리얼스(Chemistry of Material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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