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주 한남대 학술연구교수, ‘인공지능 예술 윤리’ 펴내
이론과 사례 통해 AI 예술 창작에 따른 윤리문제 다뤄
20세기까지 기계는 새로운 창조의 도구이면서 예술적 영감도 줬지만 스스로 아이디어를 생성하지는 못했다. 1959년 장 팅겔리(Jean Tinguely)는 전기 모터 드로잉 기계 ‘메타-마틱(Meta-Matics)’를 개발해 그림 그리는 역할을 완전히 맡겼다.
하지만 메타-마틱을 창작자로 보지 않기 때문에 이 그림은 “무계획적이고 의미 없고 정신이 깃들지 않은 행위를 통해 당대 예술가들과 유사한 구조의 작품”이라고 평가 받는다.
오늘날 생성형 AI로 불리는 챗GPT의 예술작업은 스스로 아이이어를 내고 작품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확연히 궤를 달리한다.
누군가 미드저니(Mid-journey)에 프롬프트를 입력해 예술적 이미지를 창조한다고 하자. 미드저니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Text-to-Image) AI 모델이다.
예술가가 프롬프트를 주면 AI가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해 저자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이런 점에서 AI는 인간과 공동의 목적(예술작품제작)을 구축하는 에이전트 혹은 하이브리드 저자다.
여기서 프롬프트를 지시로 볼 것인가, 제안으로 간주할 것인가에 따라 저작권 이슈는 달라진다. 지시로 본다면 생성된 이미지가 저작권을 침해하더라도 사용자의 책임이지만, 제안일 경우 책임 소재가 AI, AI 제작자 등으로 모호해진다.
현재 저작권 당국은 제안에 가깝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는 사용자가 이미지 생성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통제권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내부 작동 방식을 정확히 알 수 없는 ‘AI 블랙박스’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저작권 당국은 미드저니가 생성한 이미지 가운데 일부만 저작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유현주 한남대 인문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가 펴낸 ‘인공지능 예술 윤리’(커뮤니케이션북스)는 이처럼 이론적 근거와 사례를 통해 AI 예술 창작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윤리 문제를 다루고 있다.
아트코리아랩이 AI 예술에 대해 기획한 4권의 총서 가운데 하나다. '인공지능 예술 윤리‘는 먼저 AI 일반의 윤리와 예술적 윤리를 살펴보고, 장르별 윤리 이슈, 창작의 데이터 허용 기준, 편향성 비판, 디지털 예술 윤리 정신, 저작권, 생태적 문제 등 윤리 이슈에 관한 구체적인 사안을 짚어낸다.
유 교수는 “이 책이 점차 우리 사회의 이슈로 부상할 AI 예술 윤리 문제를 다루는 혜안을 제공하는 동시에, 동시대 예술 언어를 확장하는 통찰을 제공할 수 있길 기대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익대에서 ‘아도르노 미학에서의 기술(Technik)’ 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 생태미학예술연구소를 설립해 생태, 예술, 환경, 기술을 키워드로 생태 미학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다양한 전시와 세미나를 기획했다.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획한 한국생태미술 조사연구사업의 책임연구원을 맡았다. 주요 저서로 ‘대중문화와 미술, 수백 개의 마릴린 먼로와 수천 개의 모나리자’(2014), ‘AI시대의 예술’(공저, 2019), ‘한국생태미술의 흐름과 현재’(공저, 2021)가 있다.
지명훈 기자 becoming0303@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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