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생에서 강변가요제 출전해 대상 수상한 주붐 대표와
서울대 물리교육과 박사과정 강신철 기획의 의기투합
12일부터 22일까지 '발사 6개월 전' 시즌2 공연
과학연극 관련 주제 놓고 관객과 토론해 결말 만들어
폴윤 박사, 이정모 전 과천과학관장 등 과학자와 함께 토론도
"과학 접해야하는 연령 없어, 누구든 즐겨주길"

발사 6개월전에 출연하는 배우들. (왼쪽부터)탁성준, 김시영, 주붐, 정선아, 윤민구 배우.[사진=김지영 기자]
발사 6개월전에 출연하는 배우들. (왼쪽부터)탁성준, 김시영, 주붐, 정선아, 윤민구 배우.[사진=김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해제로 정국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지난 주말에는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MZ세대 등의 집회가 열리며 서울 도심이 응원봉과 아이돌 가수의 인기곡으로 채워졌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됐지만 국민 대다수는 차분한 가운데 평일에는 본업에 매진하고, 주말에는 집회에 나서는 등 민주시민으로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 이 순간 과학에 대한 애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과학 공연 전문 극단 외계공작소 팀이다. 팀 관계자는 12월 무대를 앞두고 홍보에 열을 올리다 화들짝 놀랐다고 했다. SNS 홍보 글 게재 후 몇 시간 만에 계엄령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6시간 만에 계엄령이 해제되어 공연 무산위기는 넘겼지만 비상 상황 속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배우들과 많은 논의를 나눴다고도 했다.

기자는 123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다음 날인 4일, 외계공작소 팀을 찾았다. 외계공작소는 물리교육을 전공한 강신철 기획자와 연극배우 주붐 대표가 뜻을 모아 설립한 극단이다. 2021년 첫 무대인 양자전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5편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국내 유일의 창작 과학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이들은 오는 12월 12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연극 '발사 6개월 전'을 공연한다. 지난 2022년 초연 후 관객의 반응에 힘입어 준비한 시즌 2다. 무대가 끝나고 난 뒤 현장에서 연구에 몰입하고 있는 진짜 과학자들이 관객과 관련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미 과학덕후들에게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이번 공연에는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과 폴윤 NASA태양계 앰배서더, 홍종호 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 교수, 이명헌 과학책방 갈다 대표, 윤세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숙경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 등이 직접 참여한다.

혼란스러운 와중이지만 2024년 올해 마지막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5명의 배우들과 연출, 기획, 제작 등 총 14명이 모인 연습현장을 찾았다. 외계공작소는 과학 공연을 통해 대중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걸까. 배우와 연출가들과 직접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오는 12월 12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연극 '발사 6개월 전'이 공연한다.[포스터=외계공작소]
오는 12월 12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연극 '발사 6개월 전'이 공연한다.[포스터=외계공작소]
◇ "과학을 접해야하는 연령에는 제한이 없다"
이공계 꿈나무 배우에서 과학 공연 연출가로


"과학연극이지만 결국 미래세대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과학을 접해야하는 연령에 제한은 없기에 전 세대가 우리 무대를 즐겨주었으면 합니다."(주붐 대표) 

외계공작소의 대표이자 이번 연극에서 손정화(사회자) 역할을 맡은 주붐 대표는 이공계 꿈나무였다. 기계공학과에 진학해 한때는 연구자를 꿈꿨지만 대학생활 중 우연히 친구들과 밴드를 시작하며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 자퇴서를 내고 음악에만 매진했고 강변가요제에 출전해 대상을 수상하면서 실력도 인정받았다.

밴드활동과 연극을 접목시킨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면서 배우로도 활약했다. 이후 그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과학퍼포머(과학공연과 퍼포먼스로 과학을 대중에게 전달)로 활동하게 됐다. 재단에서는 과학 퍼포먼스를 위해 과학전공자들을 파트너로 매칭시켜줬는데 그 때 만난 연구자가 과학교육을 전공한 강신철 기획이다. 

과학교육 전공자들은 대부분 교육일선에 나서길 희망하지만 강신철 기획은 달랐다. 그는 서울대 물리교육과 박사과정생으로 과학점수와 상관없이 누구나 과학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연극에 주목했다. 때문에 강 기획과 주 대표는 죽이 잘 맞았다. 오랜 무대경험과 작사 작곡에 능한 주 대표의 경험과 과학 지식이 많았던 강 기획은 과학을 대중에 재밌게 소개시켜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극단을 만들었다. 

두 사람은 "2020년 '양자전쟁'이라는 20분짜리 연극의 초안을 만들었고 전국을 돌며 버스킹 버전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이후 양자전쟁을 장편연극으로 재구성해 정식 무대에 올리면서 외계공작소를 시작하게됐다"고 설명했다.

많은 연극은 인간의 경험과 삶의 본질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고통, 사회적 문제에 대한 비판, 유머와 풍자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여기에 과학이 붙으면 어렵고 배워야만 할 것 같지만 강 기획은 과학연극도 다른 연극과 마찬가지로 쉽게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강 기획은 아이와 함께 온 부모가 어려운 내용이 나오자 극장 밖을 나서려했는데 오히려 자리뜨기를 거부했던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처음으로 공연장에서 양자전쟁을 올렸을 때 너무 어려우면 어쩌나 고민도 컸다. 하지만 대중들은 등장인물이나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면서 재미있게 봐주더라"라며 과학연극의 가능성을 설명했다.

주붐 대표는 "과학 연극은 미래 세대가 살아갈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다룬다.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재미를 쫓지만 그렇다고 과학적 고증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아니다. 대본은 철저한 과학자들의 검증을 거쳐 배우들에게 전달된다. 이번 작품은 민간기업의 우주개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진행했다. 강 기획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치는 SF와 달리 우리는 가장 현실적인 부분에서 상상 가능한 것을 창작하는 것이 목표다. 현실고증을 위해 책이나 논문을 최대한 많이 읽고 본다. 또 그 분야에 가장 잘 알려진 과학자를 통해 자문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과학적 지식이 담긴 대본은 양과 질에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만큼 대사양도 많고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연이어 나오지만 배우들은 그만큼 희열감이 크다고 했다.

천체물리학자 이나라 역할을 맡은 김시영 배우는 이번 무대를 준비하며 총 4권의 책을 추천받아 틈틈이 읽고 있다. 김 배우는 "그동안은 문학적인 무대 등 특정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무대에 주로 섰는데, 이번 과학연극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대인만큼 주변에서 많은 응원과 관심을 받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자존감도 높아진 상태"라며 웃으며 말했다.

국회의원 모관철 역을 맡은 탁성준 배우는 "새로운 지식을 얻어간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보람된다. 어려운 만큼 희열감이 크고 만족감도 높은 것이 과학연극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365일 공연할 수 있는 과학전용 극장 운영이 꿈
12일 연극무대를 앞두고 극단 배우들은 매일 모여 연습에 몰두한다.[사진=김지영 기자] 
12일 연극무대를 앞두고 극단 배우들은 매일 모여 연습에 몰두한다.[사진=김지영 기자] 
외계공작소의 작품은 늘 질문을 던지고 관객들에게 결말에 대한 선택권을 준다. 이번 작품도 '발사 6개월 전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부제로 내세웠다. 우리의 선택, 과학기술을 개발하기로 한 인류의 선택이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지 보여주고 싶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강 기획은 "우리의 한 표가 극의 결말을 정하듯, 우리 현재 살고 있는 일상도 개인의 선택과 한 표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향후 계획을 묻자 주 대표는 과학 연극의 저변 확대와 미래 과학꿈나무들을 많이 만나 과학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주 대표는 "20년 후 쯤 됐을 때 우리 연극을 보고 과학자의 꿈을 키운 연구자가 우리 무대에 직접 서서 관객과 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바람은 1년 내내 볼 수 있는 과학연극을 만드는 것이다. 해외 브로드웨이를 가면 1년 내내 라이온킹, 위키드 등 관객이 언제가도 볼 수 있는 유명작품들이 무대를 채운다. 그는 "국내에서는 전용극장이 없어 보통 공연기간을 정해놓는 리미티드런 방식을 많이 활용하지만 해외 유명 무대는 오픈런(공연이 끝나는 날짜를 지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연하는 것)공연이 많다. 극단으로 일정문의가 오는데 맞지않는 경우가 많더라. 많은 관객이 언제든 과학연극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과학연극가운데 오픈런 무대를 만드는 팀이 되는 것이 우리의 꿈"이라고 말했다.

외계공작소는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천체투영관 연극을 통해 전국의 관객을 만나고도 싶고, 새로운 각본으로 인사할 준비도 하고 있다. 강 기획은 "아이슈타인이 물리학 역사에서 기념비적 논문을 세편이나 써 기적의 해로 불리는 1905년을 무대로 새로운 공연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어 강 기획은 "과학계에는 그동안 발굴되지 못했지만 재미있는 소재들이 너무 많다.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대중의 관심도 중요하기에 현재의 과학이슈들로 연극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발사 6개월전도 누리호 3차 발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작품이다. 과학기술계에서도 주요 성과라던가 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발견들을 무대로 소화하는데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 기획은 "과학을 좋아하고, 문화컨텐츠를 사랑하는 분들과 늘 무대를 함께 만들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기후공학자 강세미 역을 맡은 정선아 배우는 외계공작소의 양자전쟁 관람을 계기로 과학연극에 빠져 이번 무대에 합류했다. 강 기획은 "무대의 조연출 등도 연극을 보러왔다가 합류해 일년간 함께 활동했다. 과학극단에 애정을 가진 분들의 연락을 항상 기다린다.  언제든 문의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락처. 외계공작소 (@alienlab5050))

마지막으로 배우들은 12일 첫 막이 열리는 공연에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정선아 배우는 "TV는 화면에 비치는 장면만 볼 수 있다면, 연극은 프레임 밖 배우들의 표정, 분위기 등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과학연극답게 다양한 시청각 자료도 많이 준비돼있으나 전 연령대가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국회의원 용희준 역할을 맡은 윤민구 배우도 "지난 시즌 1과 달리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부분이 추가되었고 그부분을 연기할 수 있어 기쁘다. 극 중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으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발사 6개월 전은 2041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다. 기후위기 극복을 할 것이냐 우주개발을 할 것이냐를 두고 5명의 배우가 설전을 펼친다. 관객과 함께 토론해 끝을 맺는 관객참여형 SF토론극으로 결말은 무대마다 바뀔 예정이다. 
오는 12월 12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연극 '발사 6개월 전'이 공연한다. 지난 2022년 초연 후 관객의 반응에 힘입어 준비한 시즌 2다. 무대가 끝나고 난 뒤 진짜 과학자들이 관객과 관련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미 과학덕후들에게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이번 공연에는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과 폴윤 NASA태양계 앰배서더, 홍종호 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 교수, 이명헌 과학책방 갈다 대표, 윤세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숙경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 등이 직접 참여한다.[사진=외계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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