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 출자로 시작해 2030년까지 5000억 규모로 성장 목표
반도체·바이오헬스 등 6대 전략산업 중심 45개사 우선 투자
12년 장기 모펀드 조성, 초기 스타트업부터 상장기업까지 맞춤형 지원
"단순 자금지원 넘어 파트너십 구축···지역 벤처생태계 허브 될 것"

비상계엄 파동이 벤처·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가운데, 10일 대전투자금융이 공식 출범했다. [사진=대전시]
비상계엄 파동이 벤처·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정국 불안으로 인한 투자 한파가 이어지면서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투자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자금 경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투자 한파 속에서도 희망적인 움직임이 포착됐다. 대전시가 전국 지방정부 최초로 500억원을 전액 출자해 설립한 대전투자금융이 대전 호텔ICC에서 공식 출범한 것이다. 대전투자금융은 수도권 중심의 벤처투자 생태계를 개선하고 지역 기반 투자은행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공공투자기관이다. 2030년까지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할 계획이다.

이날 송원강 대전투자금융 사장은 '대전투자금융의 비전 및 운용계획' 발표를 통해 앞으로의 행보를 밝혔다. 송원강 사장은 30년간 국내 금융기관 IB 분야에서 약 1조344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한 경험이 있어 신생 공공 투자기관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송원강 대전투자금융 사장은 30년간 국내 금융기관 IB 분야에서 약 1조344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한 경험이 있어 신생 공공 투자기관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사진=홍재화 기자]
송원강 대전투자금융 사장은 30년간 국내 금융기관 IB 분야에서 약 1조344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한 경험이 있어 신생 공공 투자기관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사진=홍재화 기자]
송 사장은 대전이 반도체, 바이오헬스, 우주항공, 방산, 양자, 로봇·드론 등 6대 전략산업을 보유한 첨단기술의 요람이라고 강조하며, 이들 산업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24년 상반기까지는 자본금을 활용해 6대 전략산업 분야의 유망 기업 45개사를 선정해 투자를 진행하고 이후 펀드 조성이 완료되면 펀드 위주의 투자로 전환할 계획"이라면서 "대전에 본사나 연구소, 사업장을 둔 기업을 우선으로 하되, 점차 충청권과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투자금융은 우선 12년 장기 모펀드를 조성해 장기 투자재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모펀드는 직접 운용하는 자펀드와 타 운용사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이원화된다. 송 사장은 "특히 모펀드 규모의 최소 30% 이상을 운용 역량이 검증된 벤처캐피탈(VC)과 엑셀러레이터(AC)에 출자할 계획"이라며 "초기 스타트업부터 스케일업, 프리IPO, 상장 이후 성장기업까지 각 단계에 특화된 맞춤형 펀드를 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역 내 기술지주회사, AC, VC들과 민간협의체를 구성해 투자 심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협력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는 "초기 투자에 강점이 있는 지역 VC들과의 협력을 통해 스타트업 발굴에 나설 것"이라며 "대전투자금융이 직접 운용하는 펀드는 스케일업 단계 기업에 중점을 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동반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며 "투자금 회수 후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지역 벤처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전투자금융 출범식 이후 '지역 중심 벤처투자 시장 도약 방안'을 주제로 한 김영태 KAIST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김 교수는 대전의 벤처투자 생태계 현황과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대전이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인재와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벤처투자 자본과 구심점이 부족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대전투자금융의 출범은 지자체 최초의 공공 벤처캐피탈로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전투자금융의 성공적인 도약을 위해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 △지역 특화 벤처투자 생태계 구축 △가칭 '대전시민 개인투자펀드' 조성 △중기부의 지방시대 벤처펀드와의 연계 등을 제안했다. 특히 중기부의 새로운 제도 개선안을 활용해 은행과 지역 법인의 투자를 유도하고, 한국벤처투자와의 협력을 통해 소액 출자로도 대규모 펀드 조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 발표 이후에는 그를 좌장으로 송락경 광주과학기술원 브릿지융합지원단장, 박근진 대성창업투자 고문, 장남준 한국벤처투자 지역균형발전실장, 김판건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 윤상경 에트리홀딩스 대표이사를 패널로 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사진=홍재화 기자]
김 교수 발표 이후에는 그를 좌장으로 송락경 광주과학기술원 브릿지융합지원단장, 박근진 대성창업투자 고문, 장남준 한국벤처투자 지역균형발전실장, 김판건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 윤상경 에트리홀딩스 대표이사를 패널로 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사진=홍재화 기자]
김 교수 발표 이후에는 그를 좌장으로 송락경 광주과학기술원 브릿지융합지원단장, 박근진 대성창업투자 고문, 장남준 한국벤처투자 지역균형발전실장, 김판건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 윤상경 에트리홀딩스 대표이사를 패널로 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김판건 대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대전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대부분 플랫폼 기업인 반면, 전 세계 유니콘의 50%가 딥테크 기업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대전의 벤처캐피탈(VC) 투자 비중을 현재 6.4%에서 3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벤처투자의 70%를 딥테크에 투자하고, 대전투자금융이 민간과의 경쟁을 피하고 펀드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상경 대표는 대전투자금융이 지역 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빅브라더'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전투자금융이 공공성과 수익성을 모두 추구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출연연과 대학의 기술을 대전의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활용할 수 있는 정책 펀드 기획을 제안하며, 이를 통해 혁신 생태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패널들도 대전투자금융의 출범이 불안정한 투자 시장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대전의 한 기업 대표는 "대전은 생각보다 금융인프라가 부족하다. 이번 대전투자금융 출범으로 인해 부족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유망한 기업들이 걱정없이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전했다.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 대표는 "대전투자금융이 그동안 흩어져 있던 지역 내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을 하나로 잇는 협업 구조를 만들어서 지역 혁신생태계 구축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대전에 기반을 둔 벤처캐피탈, 액셀러레이터는 물론 KAIST와 충남대 등 주요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완성된 투자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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