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동 교수, '기술은 진화하는가’ 주제로 지난 17일 서울대서 북 콘서트
신산업 없는 25년, 이전 세대 유산 세계 최고 제조업 기반으로 새도전을
지속성장이란 모두의 꿈 갖고 현장과 연계하며 스케일업 해야
청년들 현장 갈 수 있도록 지방 분권 제대로…파격적 정착 환경 필요
이정동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7일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북 콘서트를 갖고 젊은 학생들에게 ‘피크 코리아를 넘어설 비전’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저서 ‘기술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최초의 질문에서 패러다임이 되기까지’ 내용을 토대로 기술 진화를 기반으로한 사회 발전을 주제로 청중들과 이야기 나누었다. 이 자리에는 학생과 산업계 관계자 등 수십 명이 참석했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가 '피크 코리아(Peak Korea)' 문턱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휴대전화, 2차전지 등 오늘날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주요 산업들은 모두 2000년대 이전에 탄생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미래 신산업이 탄생하지 않았다며 산업 지형의 정체를 우려했다.
그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5만, 10만 달러 시대를 꿈꾸며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젊은 학생들에게 힘주어 말했다.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특별한 강점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다름 아닌 세계적인 제조 역량. 그는 “이전 세대가 피땀 흘려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세계 유수의 산업 포트폴리오를 갖춰 놓았다”며 다양한 물리적 산업 기반은 새로운 혁신이 나올 수 있는 토양과도 같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국 샤오미가 이전 제조 경험도 없이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배터리, 섀시(차체), 바퀴 등 자동차를 만드는 물리적 기반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제조 기반은 어느 면에서는 중국보다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술의 진화는 새로운 시도와 스케일업을 통해 가능하고 현장과 연결될 때 특히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현장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현장은 지방에 있으나 청년들이 다가서기에는 환경이 열악하다며 지방 분권이 확실히 돼 각 지방이 청년들에게 집을 주는 등 파격적 조처를 취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술의 진화에서 중요한 것은 부담 없는 도전이라며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꾼다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가 아니라 작은 시도들이 꾸준히 이어지며 큰 변화를 만들어 내는 '스몰 베팅(small betting)' 접근법을 설명했다. 사례로 진공청소기 개발 과정을 소개했다. ‘청소기에서 먼지 봉투를 없애자’는 새로운 발상을 하고 15년, 5127번의 실패끝에 현재의 진공 청소기가 나왔고, 이제는 청소기의 기본이 됐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의 로켓 재활용도 실패만 모아놓은 동영상이 있을 정도로 수많은 시도끝에 발사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이제는 거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혁신은 축적된 실패를 통해 이뤄진다"며 "원샷 원킬에 집착하기보다, 실패를 반복하더라도 매번 거기서 학습하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크고 근본적 혁신일수록 처음엔 실패가 당연하며, 실패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성공의 길이 보인다는 것.
기술의 진화가 일어나는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은 기존의 것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라며 문제 의식을 강조했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 청소기 먼지 봉투를 없애고,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1단 로켓을 재활용하겠다는 문제 의식과 변화시키겠다는 의도가 진화의 출발점이었다는 것. 그는 "무엇인가 새롭게, 더 좋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도"를 가져야 하고, 사회나 국가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을 가질 때 진화는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자기검열과 주변 눈치를 보느라 마음의 감옥에 갇혀 있다"면서 가볍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려면 그만큼 실패도 많을 수밖에 없는데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청년들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실패하더라도 굶어죽지 않고 재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청중들과의 대화에서 "인류는 노동을 적게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며, 19세기에는 기계에 근육을 쓰는 육체노동을, 20세기에는 컴퓨터에 계산하는 이성적 노동을, 21세기에는 AI에 감정 노동까지 맡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진화의 마지막 동력은 인간 고유의 요소로 야망, 욕망, 비전, 꿈이라며 개인의 꿈과 함께 구성원 상호의 꿈이 모인 공동의 비전이 새로운 미래 산업을 향한 궁극의 연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북 콘서트를 마쳤다.
이석봉 기자 happymate@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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