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사이언스 슬램D '뇌과학' 주제로 열려
20일 명석고서 뇌과학자 4인의 열정 강연
공감·자폐·ADHD·치매까지 다양한 주제
이날 슬램에는 △김종현 기초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정민영 한국뇌연구원 선임연구원 △가민한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최병혁 KAIST 뇌인지과학과 박사과정생이 연사로 나섰다.
◇ 공감하는 뇌, 연결된 마음
김종현 선임연구원은 발표 서두에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하며, 사회란 '함께' 존재하는 집단이고, 그 '함께'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이 바로 서로에 대한 '공감'임을 강조했다.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감정적으로 동조하는 능력으로, 사회적 유대의 핵심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생쥐의 뇌를 통해 공감이 일어날 때 뇌에서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관찰했다. 관찰 결과, 전두엽의 전대상피질 영역이 타인의 고통에 이입해 자기 감정으로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도파민, 옥시토신,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이 공감 반응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청반(LC, Locus Coeruleus)에서 분비되는 노르아드레날린이 전대상피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청반 신경세포와 연결된 뇌 영역을 추적한 결과, 분계선조침대핵(BNST)과 편도체 중심핵(CeA)이 가장 많은 연결 회로를 가진 부위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BNST가 노르아드레날린 분비를 조절해 관찰 공포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궁극적으로 연구를 통해 조현병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공감 결손을 이해하고, 향후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뇌과학으로 보는 나와 너의 마음
정민영 한국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과 뇌파 검사기(EEG)를 활용해 우리의 마음이 뇌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연구한 내용을 소개했다. 정 박사는 먼저 ‘위약 효과’라는 흥미로운 현상을 언급했다. 이 효과는 약이 아니어도 진짜 약이라고 믿으면 몸이 나아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이다. 실제로 뇌에서는 통증을 줄이는 반응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는 MRI 영상을 통해 사람들이 기대할 때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며, 마음의 힘이 뇌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정 선임연구원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가진 사람들의 뇌를 연구한 결과도 함께 소개했다. 그는 뇌 영상과 유전자 분석을 통합해 자폐인의 뇌가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를 확인했으며, 이런 연구가 맞춤형 치료나 교육 방법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MRI 연구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자폐를 진단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MRI를 활용하면 뇌 영상을 통해 빠르게 진단하고, 그에 맞는 치료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집중이 안 되는 나, 혹시 ADHD일까?
가민한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단일 질환이 아니라 과잉행동형, 반항형, 조용한 ADHD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뉘며, 그 근본 원인은 전두엽 발달의 미숙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DHD 환자 수가 2018년 약 6만 명에서 2022년 약 14만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남성 환자의 비율이 여성보다 두 배 이상 높다고 밝혔다.
가 책임연구원은 ADHD의 신경생물학적 원인을 밝히기 위해 실험용 생쥐와 인간 대뇌피질을 모사한 뇌 모사체를 활용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형광 단백질로 표지된 신경세포가 어떤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상호작용하는지를 관찰하고, 이를 통해 신경세포의 기능 이상 여부를 분석하고 있다. 또한 전기생리학적 분석 기법인 MEA(다중전극배열)를 이용해 신경세포의 활성을 측정하고, 생쥐를 활용한 행동실험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젊은 치매, 예방이 답이다
최병혁 KAIST 박사과정생은 "뇌는 이식할 수 없는 장기이며, 그렇기에 더욱 보호해야 한다"며 치매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젊은 치매 환자 증가를 지적하며, 치료보다 예방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운동하기 △좋은 잠 자기 △행복해지기라는 세 가지 뇌 건강 습관을 제안했다.
전체 치매의 20% 이상은 혈관성 원인으로 발생하며, 꾸준한 운동은 이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는 특히 운동은 뇌세포 성장과 생존, 기억력 향상에 관여하는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의 분비를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최 박사과정생은 "청소년기의 운동은 BDNF 농도를 특히 효과적으로 증가시킨다"며 관련 논문을 소개했다.
최 박사과정생은 수면 역시 뇌를 청소하는 경로가 활성화되는 시간이라며, 불면증이나 수면 부족이 지속될 경우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또 우울증의 '심각도'보다 '지속성'이 치매와 더 큰 관련이 있으며, 사회적 고립이 치매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체육시간 대신 자율학습, 수면 대신 스마트폰, 행복보다 경쟁을 먼저 배우는 사회가 젊은 세대의 치매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이언스 슬램D 우승은 최병혁 KAIST 박사과정생이 차지했다. 우승자는 오는 12월 열리는 사이언스 슬램D 왕중왕전에 참여하게 된다. 한편 사이언스 슬램D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기초과학연구원(IBS), 대덕넷(HelloDD)이 공동 주최하며, 지난 행사 영상은 ‘사이언스 슬램D’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 슬램D는 내달 12일 남대전고등학교에서 '이차전지와 미래 에너지' 주제로 과학기술인 4명이 발표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이날 발표 후 학생들은 강연에 대한 질문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종이에 적어 비행기처럼 접은 뒤 무대로 날리며 과학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래는 슬램D 질의응답.
| ◇ 10반 한진영 학생이 최병혁 카이스트 박사과정생에게 Q. 운동 중에서도 어떤 운동이 치매에 효과적인가요. A.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 관련 연구를 보면 인터벌 운동(Interval trainging)을 할 때 BDNF가 많이 나온다고 알려져있다. 전력 달리기나 조정과 같은 인터벌 운동을 추천한다. 저도 조정 운동을 하고 있다. ◇ 5반 주성준 학생이 가민한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에게 Q. 집중력을 위해 ADHD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약이 어떻게 뇌에 작용해 효과를 나타내는지. A. 자폐증 치료약을 강남 등지에서 집중력 향상 목적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신경회로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면 손상이 올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하며, 자의적인 복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 8반 방대원 학생이 김종현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박사에게 Q. 뇌 실험에 이용되는 동물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현재 뇌 연구에 사용되는 동물들은 정말 많다. 연구 동향을 보면 원숭이를 사용한 연구팀들도 많이 있고, 포유류 실험시설 운영에 한계가 있는 곳에서는 지브라피시나 초파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 2반 박재상 학생이 정민영 한국뇌연구원 선임연구원에게 Q.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A. 실제로 자폐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
| ◇명석고등학교 △설립연도: 1984년 △교훈: 정의, 지혜, 창조 △위치: 대전광역시 동구 우암로 3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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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원 수습기자 sw__kim@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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