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운법 제외와 PBS 폐지 등 변화 예상되지만
인선 절차 진행되지 않으면서 1년이상 공석도
올해 국회를 통과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과기출연연법)' 개정안은 기관장 임기 만료 3개월 전 차기 후보자 선임 절차를 의무화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수개월~1년 이상 기관장 공석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기관장 인선은 공모부터 최종 임명까지 3~6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모 및 후보 추천, 이사회 심의·의결, 정부 인사 검증, 장관 승인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KAIST는 지난 2월 이광형 총장 임기 종료 이후 차기 총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직무대행 체제가 7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도 지난해 11월 노도영 원장의 임기가 종료됐으나 10개월째 공백을 지속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뇌연구원도 서판길 전 원장 임기 종료 후 9개월째 원장 선임이 지연되고 있다.
KAIST 총장선임위원회는 지난 3월 이 총장과 김정호 교수, 이용훈 교수 3인을 총장 후보로 선정하고 정부에 인사 검증을 요청했으나 대통령실의 검증에서 진척이 없는 상태다.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결과에 따라 KAIST 이사회가 최종 1인을 투표로 뽑고, 과반 득표 후보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추천하면 교육부 장관 동의를 얻어 총장이 승인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이진용 원장은 지난해 4월 임기가 종료됐으나 1년 5개월간 연임을 지속하고 있다. 원장 후보자 심사 절차는 진행됐으나, 이사회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선임이 무산됐고, 노조 측의 인사 개입 의혹 제기까지 나오며 혼란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한국뇌연구원의 서판길 원장의 임기도 지난해 12월 종료됐다.
여기에 오는 12월 임기 종료 예정인 기관들은 아직 공모절차도 시작되지 않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은 12월 13일 기관장 임기 종료가 예정돼 있지만, 아직 후임 인선 작업은 본격 착수되지 않은 상황이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소장 임기는 11월에 종료되지만 후임 인선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현행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관장의 임기는 3년으로 규정되지만 임기가 만료된 기관장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PBS(Project-Based System) 폐지 이후 출연연은 기관장이 전략적 연구개발 방향을 직접 설계·운영해야 하는 구조로 전환된다. 기관장은 장기 기초연구 기획, 대형 사업 집행, 연구자 동기부여와 같은 핵심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 수장 부재는 연구역량과 기관 미션 진행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직도 공석이다. 최양희 전 부의장의 임기는 지난 8월 31일 종료됐다. 과기자문회의 위원 인선도 새롭게 요구된다. 과기자문회의는 국가 전략 과제를 심의·조정하는 핵심 기구로, 장관급 리더십 부재가 지속될 경우 과학기술 기반 국정운영을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이 방향을 제대로 잡을 지 우려된다.
과학기술계에서는 "PBS 폐지로 기관장의 경영·정책 리더십 비중이 커진 만큼, 공백 최소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치 일정이나 이사회 규정에 발목 잡혀 인선이 지연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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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애경 기자 kilpaper@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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