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간다-17]항우연 김영기 박사...'도전할 수 있는 연구소 분위기' 한 몫

브라질 국립 우주연구소(INPE)는 미국에 자그마치 60억원을 건네주고 인공위성 발사시 일어나는 소음을 직접 시뮬레이션하는 '음향 가진(加振) 실험시설'을 설치했다. 지난 7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이 시설은 미국이 설계부터 시공 및 감리, 시운전까지 일괄 수주하여 건설된 것이기 때문에 브라질 연구원들은 또 다시 미국으로부터 기술이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지난 8월 우리나라에도 브라질과 비슷한 '음향가진실험시설'이 들어섰다. 하지만 이 시설은 60억원이 아닌 20억원에 완성됐으며, 더군다나 전 공정의 80~90%의 기술을 전부 국산화시켰다. 외화 40억원을 절감하고, 음향실험시설 시공·운영기술을 순수 우리기술로 만든 주역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연구부 우주시험그룹 소속 김영기(31) 박사. 호리호리한 몸매에 활발한 성격을 가진 김 박사는 KAIST 학창시절 음향학을 전공한 뒤 LG전자에 입사해서도 2년동안 제품 소음을 줄이는 일을 했으며, 이어 항우연에 들어와 소음과 관련된 연구를 지속해와 연구원에서 일명 '소리박사'로 통한다.

▲ 나팔모양의 가스분출구 앞에 선 김 박사 ©2003 HelloDD com
그가 항우연에 입사한지는 지난 2001년 10월. 2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연구원에 있으면서 김 박사는 우주비행체 국내 자체개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대형 음향실험시설 설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1년 먼저 시작한 브라질 우주연구소에 비해 시설 운영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했기 때문에 사실상의 운영수준은 우리가 앞서게 됐다.

도전 장려하는 연구소 분위기가 성공요인 이처럼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은 김 박사의 남다른 '도전정신'과 그 정신을 뒷받침해주는 '연구원의 도전 장려 분위기'였다.

사실 인공위성 소음을 시험하기 위해 특수음향시설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불모지'나 다름없는 사업이었다. 실패에 대한 부담을 덜기위해 브라질처럼 턴키방식으로 미국에 맡겨도 됐지만 김 박사는 '우리나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국내 독자로 개발한다는 승부를 던졌다.

하지만 아무리 30대 초반 젊은 박사의 결심이 굳을지라도 연구소 차원에서 '도전'보다는 '안정'을 추구한다면 이 사업은 추진될 수 없는 법. 채연석 원장과 최석원 우주시험그룹장, 김홍배 팀장은 김 박사가 주도면밀한 조사를 거쳐 제시한 계획을 검토하고, 최종 승인을 내려 본격적인 모험의 닻을 올리게 했다.

국내 업체들과 협력통해 2~3년의 건설작업을 단 10개월만에

▲ 쌓인 스트레스를 마라톤으로 푸는 김박사 ©2003 HelloDD com
또한, 김 박사가 이 사업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반도체 산업때문이다. 김 박사는 "음향가진시설에서 소음을 만드는 가스는 반도체를 생산할 때 쓰이는 가스와 다를 바 없다"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반도체 기업체들과 연계해 이번 사업을 단기간내에 끝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승인이 떨어진 뒤 곧바로 미국에서 건물 기본도면만을 건네받고, 가스장치·건물 외관·카메라 네트워크 등 대부분의 시설장비들을 DB엔지니어링, 한양ENG, 영진기술 등 국내 업체들과 함께 구축해 나갔다. 결국 적어도 2~3년 소요되는 건설작업을 지난해 10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도전에 도전을 반복하며, 단 10개월만에 건물을 완성하게 됐다.

이 음향실은 앞으로 우주로 발사될 위성들이 큰 소음에 안전한가를 검증하는 장치로 활용될 예정이며, 특히 자체적으로 구축한 음향실 시공·운영기술을 조만간 미국 실리콘 밸리 업체에 수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연구를 위해 시험하고 테스트장비를 만드는 일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김 박사는 앞으로 연구현장에서 일하면서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채 원장은 "김 박사가 주도적으로 이끈 '음향실' 설치를 통해 앞으로 국가차원에서 수십억원의 외화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며 "항상 열정을 가지고 연구하는 김 박사가 앞으로 우주시험분야에서 많은 공을 세울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영기 박사 이메일 : youngkey@ka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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