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비대면 취임식 열며 네 가지 R&D 추진전략 밝혀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초대 원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초대 원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시대가 개막한 20일 유석재 초대 원장은 4800자 분량 취임사에서 '실증'이라는 메시지를 13번 언급했다. 승격을 '핵융합 상용화'를 앞당기는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R&D) 무게중심은 기초·원천에서 실증(實證)을 위한 응용 연구로 옮겨갈 전망이다. 유 원장은 이날 화상회의 취임식을 가지며 3년 임기(20.11~23.11) 첫발을 내디뎠다. 취임식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연구자 140여 명은 유 원장이 비전을 공유하는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였다. 

유 원장은 "우리는 단순한 연구개발이 아니라 미래의 에너지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는 소명감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독립법인 연구원으로 승격됨에 따라 핵융합에너지 연구개발의 무게 중심이 기초·원천에서 실증을 위한 기술로 옮겨가야 한다"며 "수행 주체와 법적 책임 주체의 일원화로 향후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연구개발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개발 추진 전략 네 가지 중 두 가지는 실증에 관한 내용이었다. 유 원장은 ▲핵융합 전력생산 실증에 필요한 연구개발 추진기반 확립 ▲가상 연구 환경 구축과 핵융합 연구 방법 혁신(가상 핵융합 실증로 건설 기반 구축과 가상 KSTAR 완성) ▲핵융합발전소 안전 규제·건설 인허가 정립을 위한 연구 ▲플라스마 기술의 전문연구기관으로의 역할 강화가 그 내용이었다. 

특히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에 한국이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업그레이드와 핵융합실증로(K-DEMO) 기술 개발에 힘쓰겠다고 했다. 유 원장은 미래 에너지 자원인 핵융합을 실증하는 과정에서 '가상 연구 환경'을 구축해 연구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상용화 검증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를 통해 KSTAR 기술을 고도화하고, 자연스럽게 ITER로 확장해 핵융합 실증을 이끌겠다는 목표다. 
 

1996년 1월 시초였던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
1996년 1월 시초였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이 2020년 11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으로 승격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핵융합연은 1996년 1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이 시초다. 2005년 10월 기초지원연 부설 연구기관인 국가핵융합연구소로 설립됐다. KSTAR를 국내 기술로 2007년 완공해 운영하고 ITER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영향력을 넓혀왔다. 이후 핵융합 에너지 개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으로 승격했다. 지난 9월에는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이경수 전 핵융합연 소장이 임명되며 핵융합 에너지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늘어났다. 아래는 유 원장 취임사 전문.

한편 이날 핵융합연과 함께 승격한 한국재료연구원도 공식 출범했다. 재료연구소 소장에서 초대 원장으로 취임한 이정환 원장은 "소재 전문 종합연구기관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취임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초대 원장 유석재입니다.

2020년이 이제 한달 보름이 채 남지 않은 오늘, 우리는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으로 거듭나는 뜻깊은 날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원 가족 여러분 모두에게 앞으로 더 큰 성취를 위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그리고 기관의 독립 법인화를 위해 많은 노력과 헌신을 아끼지 않은 직원분들게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과정에서 직원 여러분들의 열정과 신념이 우리 기관이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약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결집된 노력이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오늘이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수고해주신 직원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2007년도에 세계 최초로 시도한 완전한 형태의 초전도 토카막 장치인 KSTAR 건설을 성공적으로 완공함으로써 첫 번째 도약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으로 새 출발을 하면서 두 번째 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앞에는 여러 도약의 여정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여정에는 ITER 완공, ITER를 이용한 핵융합에너지 대량 생산 실증, 그리고 핵융합에너지의 전력생산 실증 등이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도약의 여정에 있는 우리에게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주어졌을 때,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요? 하나의 대답은 ‘핵융합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의 대답은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의 대답은 ‘미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모두 의미있는 대답이겠지만 특히, 마지막 대답이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알려 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핵융합에너지 연구개발과 관련된 일을 이제까지 해 왔고, 현재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일 자체도 중요하겠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미래를 담보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소명감이 우리의 정체성을 더욱 명확하고 고귀하고 가치롭게 만들 것이라 여겨집니다. 즉, 우리는 단순한 연구개발이 아니라 미래의 에너지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는 소명감으로 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기관이 접하고 있는 대내외 환경은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탄소 중립화 대응에 따른 ‘에너지전환정책’과 포스트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한국판 뉴딜정책’에 부합하는 청정하고 안전한 미래 에너지원 확보의 대안으로서 ‘핵융합에너지개발’에 대한 비전 제시의 필요성이 점점 증대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그린뉴딜 및 디지털 뉴딜 정책과의 연계성, 장기적으로는 에너지전환정책에 핵융합에너지 개발 연계성 제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대내적으로는 독립법인 연구원으로 승격됨에 따라 기관의 역할, 연구 방향, 운영 환경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 수립이 필요합니다. 즉, 핵융합에너지 전문연구기관으로서 핵융합에너지 연구개발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하고, 핵융합에너지 연구개발의 무게 중심이 ‘기초원천 R&D’에서 ‘실증을 위한 핵심기술 R&D’로 옮겨 가야 하며, 수행의 주체와 법적 책임의 주체의 일원화로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연구개발 추진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대내외 환경의 변화를 고려한 연구 및 경영 분야 각각의 중점 추진 전략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연구 분야에 대한 중점 추진 전략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첫째로, 전력생산 실증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추진기반을 확립하려고 합니다. 
- KSTAR 장치의 순조로운 업그레이드를 통하여 핵융합 실증로 및 상용로급 차세대 운전모드 개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 본격적인 핵융합실증로(K-DEMO)의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단지 조성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할 것입니다. 특히, ITER와 K-DEMO의 징검다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증식블랑켓 기술확보를 위한 기반 조성에 큰 비중을 둘 것이며 이를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 조직도 정비할 것입니다.

둘째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활용하여 ‘가상 연구 환경’을 구축하고 핵융합 연구 방법의 혁신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 핵융합 실증로인 K-DEMO의 설계 최적화 및 건설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가상 핵융합 실증로(Virtual Demo)’ 건설 기반을 구축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세계 최고 성능을 가진 KSTAR로 데이터 검증 가능한 ‘가상 KSTAR’를 완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상 ITER’로 확장하게 되면 가상 핵융합 실증로의 건설은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 그리고 ‘가상 KSTAR’, ‘가상 ITER’, ‘가상 핵융합 실증로’를 포함하는 가상 핵융합 연구장치를 담고 있는 ‘가상 연구 환경’의 조성으로 공간적 제약이 없이 국제 공동연구를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과 AI의 협업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러한 가상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슈퍼컴퓨터와 같은 고성능 전산 인프라 구축 및 성능향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셋째로, 핵융합발전소 안전규제 및 건설 인허가 정립을 위한 연구를 추진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ITER 건설 과정에서 핵융합 시설의 고유한 특징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원자력 안전규제 및 건설 인허가의 적용으로 불필요한 어려움과 건설 일정이 지연되었다는 학습된 경험 관점에서 보면, 핵융합발전소의 효율적 건설을 위해서는 핵융합 고유의 안전규제 및 건설 인허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입니다.

넷째로, 핵융합에너지 연구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기술인 플라즈마를 다루는 기술의 전문연구기관으로 역할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정관에 ‘플라즈마 과학 연구 및 원천기술 개발’을 명시적으로 기재하였습니다. 그리고 플라즈마기술 전문연구조직의 규모로 볼때 세계 2위 정도의 규모인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를 플라즈마기술연구소로 격상시켜 플라즈마기술 분야의 글로벌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다음으로는 경영분야의 추진 전략을 이야기하겠습니다.

경영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은 핵융합에너지로부터 전력생산 실증을 위한 핵심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연구조직의 유기적 결합, 핵융합 연구인력 저변확대 및 글로벌 경쟁력 제고, 핵융합에너지 이해도 제고 및 수용성 증진입니다.
먼저, 핵융합에너지로부터 전력생산 실증을 위한 핵심기술 연구개발에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기 위해서 내부 연구조직의 유기적 결합으로 협업하는 문화를 형성시키려고 합니다. 특히, 전력생산 실증을 위한 핵심기술은 다학제적인 접근이 필요한 분야이므로 다양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연구자들이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구조직을 조정할 것입니다.

둘째는 핵융합 연구인력 저변확대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핵융합 연구인력 저변확대와 관련하여 핵융합에너지 연구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세부적으로 나누고 해당 소요 인력에 대한 연도별 예측을 보다 정밀하게 추진하여 연구 생애 진로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특히,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핵심 세대는 2030년~2040년대에 30대~40대인 세대입니다. 즉, 현재 20대 이하 세대입니다. 이 세대들이 핵융합에너지 개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유입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20대 이하 세대들이 세상을 보는 창은 유튜브입니다. 전문 유튜버들과 협업으로 이 세대의 눈높이 맞추어 지속적으로 유튜브에 핵융합에너지 관련 콘텐츠가 노출되도록 한다면 핵융합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자연스럽게 증진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핵융합 연구 인력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력의 선순화 체계를 구축하고 현실적으로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즉, 대학에서 배출된 인력이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을 통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하여 가능한 많은 인력이 ITER 기구에 선발 고용되도록 함으로써 전문성을 높이고 전문인력으로 유지되어 있다가 적절한 시기에 K-DEMO 관련 연구개발에 참여하도록 하는 선순환 체계가 순조롭고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은 대학에서 배출된 인력들이 우리 연구원에 직간접적으로 고용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문가로 양성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핵융합대학협의회와 같은 핵융합관련 단체와 소통을 더욱 강화하여 인력 선순환 체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세 번째로는 핵융합에너지 이해도 제고 및 수용성 증진을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핵융합에너지 개발 성과에 대한 대국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전략을 마련하고 핵융합 관련 안전성 및 경제·사회적 연구 확대로 체계적인 사회적 수용성 분석을 강화할 것입니다.

우리는 ‘제2도약’이라는 목표를 위해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달성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제3, 제4 도약을 위해 가야 할 핵융합에너지 개발이라는 길은 어느 누구도 아직 끝까지 가 본 적이 없던 길입니다. 어떤 문제들이 숨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 직원 여러분들이 열정과 힘을 모은다면 어떠한 문제에 봉착하든지 충분히 돌파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직원 여러분들의 긍정적인 관심과 이해를 기반으로 소통과 협력을 통하여 오늘 시작하는 우리 한국핵융합연구원이 순조롭게 안착하고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 참여와 협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직원 여러분들, 그리고 여러분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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