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재 "20초,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시간"
핵융합연 초고온 플라스마 300초 목표로 '잰걸음'
'꿈의 에너지' 핵융합, 상용화 위한 남은 숙제는?

핵융합연이
핵융합연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과 국제 공동연구 끝에 1억도 초고온 플라스마를 20초 이상 운전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은 23일 '한국의 인공태양'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KSATR) 성과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1억도 초고온 플라스마를 유지한 20초는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시간"이라고 했다. 유 원장은 "2025년도까지 1억도 이상에서 초고온 플라스마 300초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며 "300초는 핵융합 발전을 24시간 365일 돌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핵융합연은 승격(연구소→연구원)을 맞아 2020년 KSTAR 운전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핵융합연 KSTAR 연구센터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과 국제 공동연구 끝에 1억도 초고온 플라스마를 20초 이상 운전하는 데 성공했다. 1억도가 넘는 온도에서 플라스마를 10초 이상 유지한 건 전 세계에서도 처음이다. 핵융합 발전소 운영 최소 기준인 '초고온 플라스마 300초' 달성을 위한 주춧돌을 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KSTAR는 한국에서 만든 초전도 토카막이라는 뜻이다. 토카막은 도넛 형태의 진공 용기 내부에 고온의 플라스마를 가두는 장치다. 플라스마는 고체·액체·기체를 넘어선 제4의 상태를 일컫는다. 원자핵과 전자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인다. 미국·중국·일본 등 세계 7국이 힘을 합쳐 프랑스 카다라슈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핵융합로도 토카막을 사용하고 있다. 

KSTAR가 1995년 당시 참고한 설계가 미국 'TPX'(Tokamak Physics Experiment)였다. 미국에서 핵융합 연구를 위해 설계했던 TPX가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하자, 당시 이경수 전 핵융합연 박사를 비롯해 선진 연구자들은 미국을 찾아가 설계 노하우를 가져왔다. 0.1초 플라스마 구현도 어려웠지만, 국내 연구진의 힘으로 현재 초고온 플라스마를 20초 이상 유지하는 성과를 냈다. 2만5900여 번 실험을 통해 만들어낸 '집념'의 결과물이다.

그동안 다른 핵융합 장치들이 순간적으로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스마를 달성하긴 했지만, 이를 10초 이상 유지하는 벽을 넘지는 못했다. 핵융합 후발 주자인 한국이 초고온 플라스마를 구현하는 분야만큼은 미국, 일본, 중국을 앞지르고 있는 것이다.

◆'300초' 핵융합 발전소 운영 최소기준
 

윤시우 핵융합연 KSTAR 연구센터장이 23일 1억도 초고온 플라스마 20초 유지 성과에 대해 소개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윤시우 핵융합연 KSTAR 연구센터장이 23일 1억도 초고온 플라스마 20초 유지 성과에 대해 소개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핵융합연은 1억도 환경에서 초고온 플라스마를 300초 이상 유지하는 조건을 핵융합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최소 기준으로 내다봤다. 윤시우 KSTAR 연구센터장은 "300초 안에는 핵융합에 필요한 물리적 타임 스케줄이 모두 담겨 있다"며 "300초를 넘어선다는 의미는 물리적 변수를 극복해 핵융합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윤 센터장에 따르면 핵융합로 개발을 위한 세 가지 필수조건은 ▲이온온도 1억도 이상 조건 ▲장시간 운전 조건(300초 이상) ▲고밀도 플라스마 운전 조건이다. 이온온도 1억도는 지난 2018년 달성한 바 있다. 앞으로 장시간 고밀도 플라스마 운전이 뒤따라야 할 전망이다. 

윤 센터장은 "1950년대 1960년대에도 핵융합 상용화는 30년 후라고 했다"며 "그때의 30년과 지금의 30년은 차원이 다르다"고도 했다. 그가 이런 주장을 펼친 배경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 건설이 80%를 넘어섰고, 2035년 ITER 장치 상용화가 눈앞에 있어서다.

그는 이어 "KSTAR 기술 고도화를 통해 2022년 30초를 시작으로 2023년 50초, 2024년 100초를 지난 2025년에 300초를 달성할 것"이라며 "앞으로 풀어야 할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면 이를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꿈의 에너지, 상용화 위한 남은 숙제는?

핵융합 상용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중성자를 통해 나오는 에너지를, 열에너지에서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제가 대표적인 난관이다. 디버터를 탄소(C·Carbon) 재질에서 텅스텐(W·Tungsten)으로 교체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일도 남았다. 디버터는 토카막 내 플라스마가 지닌 고온의 열에너지가 진공 용기에 닿기 전 열을 빼주는 역할과 함께 진공 용기 내부에 남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탄소 소재는 핵융합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보다 성능이 좋은 텅스텐 교체가 필요한 실정이다.

윤 센터장은 "핵융합로 운전 시나리오를 두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연구실과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과 10년 넘게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여러 난제를 극복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으로 핵융합연은 KSTAR 업그레이드와 핵융합실증로(K-DEMO) 기술 개발을 통해 미래 에너지 자원인 핵융합을 실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가상 연구 환경'을 구축해 연구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상용화 검증을 가속할 예정이다. KSTAR 기술을 고도화뿐만 아니라 ITER로 'Made in Korea' 기술을 확장해 전 세계 핵융합 분야 영향력을 넓혀가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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