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
'과학자의 글쓰기' 저자···'아주 사적인 과학' 연재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은 2019년 '과학자의 글쓰기'를 집필했다. 그는 기술경영학 박사로 과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사진=대덕넷 DB]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은 2019년 '과학자의 글쓰기'를 집필했다. 그는 기술경영학 박사로 과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사진=대덕넷 DB]
어느 대기과학자의 기후위기에 대한 절규  

『파란하늘 빨간지구』는 책표지가 예쁘다. 책은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얘기하고 있지만 책표지는 파란 하늘과 빨간 지구가 멋지게 어우러져 있다.

『파란하늘 빨간지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 데이터를 제시하며, 기상이변, 지구온난화, 미세먼지 등과 같은 기후변화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IPCC 보고서는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인간이 기후변화를 일으켰다는 증거가 분명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1차 보고서(1990년)에서는 인간 활동을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확신하지 않았으나 2차 보고서(1995년)에서는 인간의 책임이 66% 이상이며, 4차 보고서(2007년)에서는 인간 활동이 기후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5차 보고서(2013년)에서는 인위적인 영향이 20세기 중반 이후 관측된 온난화의 주된 원인일 가능성이 95% 이상이라고 확신의 수위를 높였다. 책에서 언급되지는 않지만 지난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총회에서는‘지구온난화 1.5도’특별보고서가 채택되기도 했다.

저자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축적할수록 위기의 순간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통찰력과 원동력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천호 대기과학자는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냈으며, 세계 날씨를 예측하는 수치모형과 지구 탄소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구축한 인물이다. 기후변화와 지구환경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으로 이끌 것이라고 믿고 있다. 『파란하늘 빨간지구』도 그런 희망에서 쓴 것으로 예상된다.

『파란하늘 빨간지구』는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를 다루고 있지만 인문학적 향기가 물씬 풍긴다. 예를 들면 이런 표현이다.‘날씨는 기분이고, 기후는 성품이다.’(62쪽), ‘기록이 한 번 깨지면 우연이다. 다시 깨지면 우연의 반복이다. 세 번째 깨지면 추세가 된다. 매번 깨지면 변화가 된다.’(72쪽),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가는 것이 된다.’(107쪽)과 같이 시나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아마도 저자는 기후변화와 같은 메시지를 던지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최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고, 좀 더 효과적으로 주장을 펼치기 위해 이런 표현을 쓴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2019년 독서공동체 백북스에서 저자를 직접 만났다. 저자는 강연에서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절규하듯 외쳤다. 당시 그의 목소리를 상기하며, 『파란하늘 빨간지구』에서 그가 얘기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일단 용어부터 정리해 보자. 예전에는 과학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기후변화로 바꿔 부르게 됐다. 그후 기후변화라는 말 대신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왜냐하면 ‘변화’와 같은 밋밋한 단어로는 현 상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좀 더 강한 표현인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됐다. 기후위기는 현재 빠르게 정착돼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이며, 아홉 번째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다소비 국가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에너지를 펑펑 쓴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에너지를 이렇게 써가며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과열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20개국(G20)들은 온실가스 80%를 방출하는데 그로 인한 피해는 더운 지역의 가난한 나라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저위도에 사는 10억 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겨우 3%에 불과할 뿐이다.

이와같은 상황으로 지구는 지구위험한계(planetary boundaries)에 이르고 있다. 기후변화가 극심해지고, 성층권 오존층이 파괴되는 것은 물론 해양 산성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요소들은 지구 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구위험한계는 몇가지 지표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이산화탄소 농도이다. 극지방 빙하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350ppm 이하여야 하는데 현재 405ppm을 넘어 불확실 영역(350~450ppm)에 들어서고 있다. 450ppm을 넘어서면 지구 평균 기온이 파리기후협약의 기준인 2도이상 상승하므로 고위험 영역에 진입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성층권 오존이 10% 이상 손실되면 봄마다 극지방에서 오존 구멍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성층권 오존층은 점점 회복되고 있고, 안정 영역에 머물고 있다. 성층권 오존은 환경 재앙에 맞닥뜨렸을 때 국제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한 대표적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거론할 수 있는 것은 해양산성화이다. 인간이 대기중에 배출한 이산하탄소의 약 4분의 1이 바다에 녹기 때문에 발생한다. 바다에 녹은 이산화탄소는 바닷물을 산성화시킨다. 높아진 산성도는 산호, 조개류, 플랑크톤이 껍질을 만들 때 필요한 탄산염 이온농도를 낮춘다. 이로인한 해양 생태계 변화가 일어난다. 

『파란하늘 빨간지구』에서 저자는 기상청이 인공강우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분석하기 위한 서해상의 실험에 대해 ‘현대판 기우제’라며 비판한다. 인공강우는 2010년대부터 중국과 인도, 태국에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인공강우 실험을 했다. 하지만 아직 실험을 통해 객관적이고 유의미한 연구 결과의 보고서나 논문을 찾을 수 없다. 

실제 기상청은 2019년 1월 시행한 인공강우 실험으로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실험과정에서 구름씨를 살포한 이후 구름발달이 확인됐고, 일부 섬에서는 약한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내륙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아 미세먼지 저감효과는 확인할 수 없었다.

저자는 현대 위험은 인류 문명의 실패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성공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에 대응하기 어려우며, 우리는 성공에 취해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우리가 위험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과학에서 실패한 결과도 과학의 성공이고 과학이 하는 일”이라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말을 인용한다. 이 말은 뭘 의미할까?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는 “과학의 힘은 확실성이 아니다. 우리의 무지가 어디까지인가를 날카롭게 인식하는 데서 온다”고 말했다. 과학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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