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인공지능(AI) 대학원 서울 이전을 두고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아전인수(我田引水)식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자기 이익만 생각한 이들이 AI 대학원 이전을 강행하고 논리를 억지로 만들어 끼어 맞추고 있다는 목소리다. KAIST AI 대학원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대전을 떠나 서울 이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일부 교수에 이익이 되는 선택으로 학생과 신임 교원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KAIST 공과대학 A 교수와 B 교수는 8일 본지에 'AI 대학원 서울 이전으로 초래할 문제'를 지적했다. 교수들은 "KAIST 구성원 의견수렴 절차가 없었다"며 "학생들과 앞으로 부임할 교수를 생각하면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 한목소리 냈다. 대기업과 AI 산학 협력 프로젝트는 필수적이지만, 지역까지 옮겨가며 열악한 주거·교통 환경을 택하는 건 학생들을 위한 선택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A 교수는 "대학원 학생들은 통상 학부나 대학원 기초과목의 조교 업무를 수행한다"며 "조교 역할은 금전적 이익보다도 연구자로서, 장래 교육자로서 필수적인 소통 능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로 옮기게 되면 대학원생에게 조교의 기회가 없어진다"고 했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서울로 가면 현재 기숙사가 없다"며 "양재 연구개발 혁신지구 근처에 숙소를 구할 수도 없어 학생들은 멀리서 출퇴근하면서 대학원 시기를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A 교수는 "선진국 우수 대학 사례를 보면, 학업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기숙사, 학생 아파트를 중심으로 대학촌을 이루고 있다"며 "KAIST도 그동안 정부를 설득해 기혼 학생을 위한 아파트,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본원에 건립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시설을 버리고 서울로 가겠다는 것은 결코 학생을 위한 행동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KAIST AI 대학원' 이전 계획. [사진=서울특별시]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KAIST AI 대학원' 이전 계획. [사진=서울특별시]
KAIST AI 대학원은 서울 중심지역에 둥지를 틀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양재 R&D 혁신지구로 'KAIST AI 대학원'을 유치한다고 발표했다. AI 대학원은 양재 혁신지구 내 옛 품질관리소 별관 부지(서초구 태봉로 108)에 2023년까지 이전한다고 계획했다. 당시 신성철 총장은 "AI 양재 허브에서 국가 AI 산업의 구심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B 교수는 "시내 한복판에 있는 교육 기관은 대부분 재직자의 재교육을 목표로 하는 곳이지, 연구하는 대학원생을 위한 곳은 아니다"고 했다. 또 "출퇴근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생활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밖에서 일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대학원 생활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학위를 받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캐나다 AI 대학들과 대기업이 협업하는 사례를 보면, 실력이 있는 지역으로 대기업 연구소가 뿌리를 내린다"면서 "구글 딥마인드 연구소가 그렇고, 대전과 인구 규모가 비슷한 몬트리올에 AI 석학이 있으니 기업들이 찾아온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KAIST가 대전에 있다고 지금껏 경쟁력에서 밀린 적은 없었다"면서 "KAIST가 글로벌 경쟁을 위해 서울로 간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했다.

B 교수는 마지막으로 "AI라는 학문 특성에도 불구하고, 강남 인근에 있는 부지로 간다는 건 새로 부임하는 교수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교통·주거 인프라가 나은 대전을 떠난다는 건 지금 서울에 거주하는 일부 교수에게만 좋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