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창규 POSTECH 겸직교수·(전) ADD 소장

박창규 POSTECH 겸임교수.
박창규 POSTECH 겸임교수.
ADD는 1970년에 창설되었다. 2020년에 창립 50주년을 맞이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별다른 행사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를 묵묵히 자기 역할을 잘 해 오고 있었으니 매우 축하할 일이다. 그리고 금년부터 새로운 50주년을 시작했다. 앞으로 50년을 위해 개혁이 필요한 때이다.

ADD가 설립될 1970년대의 우리나라 국방 과학기술 수준은 매우 열악하였다. 소총이나 수류탄 같은 보병의 가장 기본적인 병기조차 만들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당시 우리나라는 매우 가난하기도 했다. 일 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도 안 되었다. 50년이 지난 지금은 우선 일 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다. 그리고 명품무기체계들이 ADD에 의해 많이 개발되었다. 명품 소총은 말할 것도 없고 각종 미사일과 탱크와 전투기도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공자는 인생 50이면 '지천명'이라고 하였다. 50년 정도 지나면 자기의 할 일이 무엇인지 저절로 알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50년이 지난 ADD의 환경도 매우 많이 변화하였다. ADD도 이제는 스스로 할 일을 알아서 변화하여야 할 것이다. ADD를 둘러싸고 있는 제반 환경이 지난 50년 동안 크게 변화하였다. 따라서 ADD는 이런 변화에 맞서서 잘 적응하여야 할 것이다.

ADD 주변의 변화를 몇 가지로 구분해서 보면 우선은 우리나라의 총체적 기술적인 수준의 발전이다. 정부출연연구소의 수준도 세계적으로 올라왔으며 특히 ADD와 함께 협력하고 있는 방위산업체의 기술 수준이 엄청나게 발전해 있다. 예전처럼 ADD가 선도하고 산업체가 따라오는 그런 협력체제는 더 이상 성립할 수가 없게 됐다. 이제는 각자의 역할을 잘 구분해서 서로가 잘하는 것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변화는 방위사업청이 설치되어서 ADD의 많은 지원 업무들이 이관된 것이다.

ADD의 업무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크게 첨단무기의 개발, 기존 무기의 개량, 그리고 방위사업청의 사업/기술관리업무 지원 등을 들 수 있다. 이제 50년이 되었으니 ADD도 이런 업무에 따라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해야 할 일에 따라서 조직도 변화해야 한다.

우선 방위사업청과의 업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어느 정부 조직도 직접 공무원이나 현역 군인이 나서서 사업관리를 하는 조직은 없는 것으로 안다. 이는 아마도 법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의 정부 조직들이 산하에 출연기관을 설립해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따라서 방위사업청도 사업관리본부를 출연기관으로 독립시켜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가칭 '한국방위산업관리원' 정도가 어떨까 한다. 사업관리업무를 독립시키게 되면 당연히 전문성도 높아질 것이다. 지금까지 2년마다 돌아가던 순환 근무의 부담도 없을 것이고, 필요한 전문교육도 잘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방위사업청의 명칭도 차제에 '방위산업청'으로 변경해 수출 등에 더 신경을 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ADD는 지금까지 방사청의 이런 업무를 지원하던 인력을 협조하면 될 것이다.

다음은 ADD가 이제 정말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앞에서도 잠시 지적한 것처럼 ADD 주변의 많은 기관들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을 했다. 정부출연기관뿐만 아니라 방위산업체의 연구개발 역량도 이제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따라서 이제는 ADD와 방위산업체 사이의 관계도 완전히 새로 정립이 되어야 할 것이다. ADD는 정부의 예산을 쓰는 만큼 민간이 할 수 없는 첨단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개발된 모든 기술들은 방위산업체로 이전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기술 이전의 대가를 기술료 형태로 받아 부족한 정부의 연구개발비를 보완해야 할 필요는 있다.

ADD가 그동안 맡아 왔던 기존 무기체계의 개량 사업도 이관해야 한다. 이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서는 ADD와 해당 군과 그리고 생산한 방위산업체의 공동 역할이 필요하다. 미국과 같이 각 군에 해당 연구소를 설치하는 것을 제안한다. 기존에 ADD에서 이 업무를 담당하던 인력을 지원받고 방위산업체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미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는 해당 군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ADD의 50년을 축하한다. 그러나 앞으로 50년은 정말로 국가에서 필요한 기관이 되었으면 한다. 다른 곳에서 잘할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이관을 하고 국가가 해야 할 일만 맡아서 하는 그런 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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