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NASA JPL 연구원·탐사 프로젝트 자문 교수
세계가 화성에 열광하는 이유? "도전하는 인류 본능"
"한국, 재정적 지원·R&D 재정비·국민과의 소통 필수"

지구발(發) 물체가 붉은 행성을 둘러싸고 있다. 지난 10일(한국시간)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한 UAE(아랍에미리트) 화성탐사선 아말과 중국의 톈원 1호, 그리고 19일 화성에 안착한 NASA(미국 항공우주국)의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다. 

특히 퍼시비어런스는 최대난관이라 불리던 '공포의 7분'을 무사통과하며 NASA의 기술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인류는 50여 차례가 넘는 화성 탐사를 시도했지만 성공은 NASA가 유일하다. 현재 화성에서 활동 중인 큐리오시티(Curiosity)와 인사이트(InSight) 탐사선 또한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작품이다. 

NASA가 이처럼 우주 리더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퍼시비어런스와 지구간의 통신을 담당하는 이주림 NASA JPL 항법팀 연구원은 국제적 협업과 실패를 통한 성공을 꼽았다. 그는 "마스 2020(Mars 2020)팀은 미국, 스페인, 캐나다, 프랑스 등이 손잡고 다양한 아이디어로 독창적인 미션을 구상한다"며 "JPL의 모토가 'Dare Mighty Things(아무도 해보지 못했지만 실패를 무릅쓰고 도전)'다. 실패를 발판삼아 성공을 모색하는 게 우리들의 성공 전략"이라고 했다.

마스 2020 프로젝트 항법팀의 궤도 결정 리더이자, 딥 스페이스 원자시계(DSAC) 시연 미션 부책임자를 역임한 질 서버트(Jill Seubert) NASA JPL 박사는 "NASA는 우주 탐험에 많은 성공과 더불어 심각한 실패도 겪었었다"라면서도 "우리는 그럴 때마다 착륙 순서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떻게 재발을 방지하는지 등 철저한 연습을 했다. 성공을 위해 실패를 연구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영진 NASA JPL 연구원, 이주림 NASA JPL 항법팀 연구원, 질 서버트 NASA JPL 박사, 제임스 헤드 브라운대 교수, 모리스 밴 푸튼 세종대 교수. [사진=대덕넷DB·SNS]
(왼쪽부터) 김영진 NASA JPL 연구원, 이주림 NASA JPL 항법팀 연구원, 질 서버트 NASA JPL 박사, 제임스 헤드 브라운대 교수, 모리스 밴 푸튼 세종대 교수. 이들은 '대중소통'이 과학자의 임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대덕넷DB·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홈페이지 갈무리]
◆ 우주 경쟁 열기, 왜?

현재 화성 하늘은 미국, 유럽, 인도, 중국, UAE의 궤도선이, 땅은 미국의 5개 로버가 자리하고 있다. '화성 대항해' 시대인 셈이다. 

NASA 연구진은 이를 끊임없이 도전하는 '인류의 본능' 이라고 해석했다. 이 연구원은 "인류의 본능적인 호기심과 도전정신에 우리는 끊임없는 탐사를 한다고 생각한다"며 "탐험의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퍼시비어런스 착륙지로 예제로 분화구를 후보에 올린 세계적인 행성 과학자 제임스 헤드(James W. Head) 브라운대 지구환경행성과학과 교수는 "화성은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유사한 행성으로, 화성 탐사는 생명의 기원과 진화를 이해하기 위한 탐구이자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를 알 수 있는 근본적 질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버트 박사는 지구를 알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는 "수 천 년 동안의 화성 변화를 연구하는 건 지구의 과거와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우주탐사에 있어 국제적 협력은 필수라는 데 입을 모았다. 퍼시비어런스의 공포의 7분간 실시간 데이터를 전송하고, 지구와의 통신을 담당하는 MRO(화성 정찰위성) 비행 엔지니어팀 소속 김영진(Rachel Kim) NASA JPL 연구원은 "MRO에 장착된 6개 기기를 관리하는 과학자들이 미국과 유럽에 있다"며 "이들과의 소통이 지난 15년간 이어지며 미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JPL은 과학·공학 전공 외에 미술, 건축 등의 전공자들도 연구에 참여한다"며 "여러 나라에서 다른 교육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전문성을 공유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주 탐사는 한 국가나 기업 혼자선 불가능하다. 인류가 손을 잡고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 우주 강대국 반열 오르려면

한국은 2022년, 2026년 각각 달 탐사와 소행성 탐사를 계획 중이다. 이미 일본과 미국은 소행성 토양 샘플을 확보, UAE는 달 탐사를 건너뛰고 더 멀리 있는 화성 탐사를 진행하는 것에 비하면 한국은 우주 경쟁 후발주자라 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K-POP, K-방역 등이 급부상하며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우주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주산업은 끊임없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정권마다 바뀌는 R&D(연구개발)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시민들의 관심 유도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NASA 연구자들은 시민과 대중소통을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번 퍼시비어런스도 매주 한국, 캐나다, 미국의 학생들과 Zoom을 통해 강연했었다"라면서 "한 명이라도 더 우주 소통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에게 우주 탐사의 가치를 알리고, 관련 분야 투자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력파, 블랙홀 등을 연구하며 화성 탐사 관련 강의를 해온 모리스 밴 푸튼(Maurice VanPutten) 세종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도 "우주탐사 프로세스를 짜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은 전국민적인 대화"라며 "국민이 관심 갖는 게 먼저고, 그 뒤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정부가 손잡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드 교수는 "한국은 현재 달 탐사와 행성 탐사에 훌륭한 시작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우주탐사 역량을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한국이 아르테미스 달 탐사 프로그램 참여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르테미스 협정은 '안전, 평화, 풍요로운 미래'라는 원칙으로 국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자 한다. 한국 역시도 언제든 환영받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버트 박사는 "NASA 연구원들은 기관 사명을 갖고 진정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자 하는 열정과 추진력을 지니고 있다"며 "서로의 이점을 제쳐두고 공통의 목표를 볼 때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케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주림 연구원(맨 왼쪽)과 질 서버트 박사(맨 오른쪽)는 인사이트 호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제작한 자료로 미국의 Emmy 상을 받았다. 당시  그의 동료들은 emmy상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주림 연구원 제공]
이주림 연구원(맨 왼쪽)과 질 서버트 박사(맨 오른쪽)는 인사이트 호 EDL팀 소속 당시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만든 자료로 미국의 Emmy 상을 받았다. [사진=이주림 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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