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 "문 정부의 내로남불 낙하산 인사 근절 해야"
"이미 두번 실패 경험, 현장 제대로 알고 소통하는 인사로"
"정권과 무관하게 연구개발 방향성 잡고 갈 수 있어야"

문 정권의 과학계 인사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3배수가 발표되고 검증이 진행 중인 가운데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물이 거론되며 과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이번만큼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이사장 후보 3배수에는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박상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 원장, 조영화 성균관대 전 석좌초빙교수(이름 순)가 올랐다. 모두 출연연 경험이 있어 이전과는 다르겠다는 과학계 의견들이 있었다. 

하지만 과학계 관계자들은 속내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 후보 중 출연연을 오랜기간 떠나 있던 캠코더 인물의 정치연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미래과학기술 연구를 향해 치고나가야 할 시점에 출연연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는 캠코더 인물이 수장으로 임명될 경우 연구현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공연구노조에서는 세 후보에게 출연연 현안진단과 향후계획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 30일 자정까지 두 후보만 답변을 냈다. 캠코더로 알려진 인물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듯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임혜숙 전 이사장도 후보시기 답변서를 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과학계 관계자는 "문 정권의 캠코더 인물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에도 낙하산 인사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문 정권은 과학계 자리는 마치 전리품인양 내로남불의 막무가내가 너무 심하다. 도를 넘는 것은 물론 과학계를 안중에 두지 않는것 같다"고 꼬집었다. 

◆ 연구회 수장, 출연연 이해와 소통 필수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연구회)는 당초 3개 연구회(기초, 산업, 공공)로 출범했다.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를 거쳐 융합의 중요성이 화두로 오르며 2014년 지금의 이름으로 통합, 출범했다. 

연구회 설립 목적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관리·육성과 체계적 지원, 국가의 연구사업·지식산업 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때문에 연구회는 국가연구개발(R&D)의 중심축인 정부출연연구기관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수장은 출연연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필수다. 내외부 누가 수장이 되더라도 과학기술에 대한 통찰력, 출연연에 대한 이해를 갖춘 인사가 와야 한다는 의미다.

연구회 이사장은 장관급이다. 그러나 국회 청문회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공모를 통해 3배수를 추리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재가를 신청하면 임명하는 방식이다. 정권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런 때문인지 연구회 수장은 정권 수립에 기여한 캠코더 인사, 낙하산 인사들이 주로 자리를 차지했다. 정권의 전리품으로 이용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정권 이후 수장은 원광연 전 이사장과 지금은 과기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겨간 임혜숙 전 이사장이 있다. 전임 이사장들의 공통점은 대학교수 출신. 출연연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연구현장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컸다. 실험실 단위의 작은 연구를 하는 대학 교수가 산업, 사회문제 해결 등 대형국책과제 연구 중심인 출연연의 특성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원 이사장이 출연연을 이해하는데는 꼬박 3년이 걸렸다. 임기 말쯤에야 출연연의 상황, 방향을 이해하며 블라인드 채용 반대, 과학계에 주52시간 일괄 적용 반대, PBS 문제 등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3년의 시간이 흐르는 사이 연구 현장은 제도, 규정에 옥죄이며 돌이킬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당시 원 이사장과 연구현장 모두 안타까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임혜숙 전 이사장 역시 출연연 현장 방문을 우선 했다. 하지만 대덕연구단지 출연연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던 그는 3개월 내내 수첩에 메모만 했다는 일화를 남겼다. 그리고 장관직 제안에 바로 이사장 자리를 포기하고 떠났다. 캠코더 인사의 폐해를 보여준 전형적 사례로 기록된다. 캠코더 인사로 인한 피해는 과학계의 사기저하, 결국 연구역량 추락으로 이어진다. 이번 인사에 과학계가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 또 다시 캠코더 인사? "과학계 좌시않겠다"

인사는 모든 일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과학계를 오랜기간 지켜봐온 관계자는 이번 연구회 인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문 정권의 임기가 1년여 정도 남은 만큼 정권과 상관없이 과학계가 나가야할 방향을 분명히 정하고 소신있게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세 후보 중 한분은 갑자기 올라왔다. 참여정부 시기에 기관장을 하고 2008년 KISTEP 원장을 끝으로 연구현장을 떠난지 13년이나 된다. 나이도 70대에 이른 것으로 아는데 갑자기 그의 이름이 올라와 놀랐다"면서 "그는 문 정권을 지지 선언한 인물인 것으로 안다. 과학계의 미래를 위해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인사는 멈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이번 문 정권의 과학계 인사는 촛불정부라는 기대감에 공정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가장 내로남불식 인사가 많았던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문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과학계의 중요성을 안다면 캠코더 인사는 더 이상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연구노조 관계자 역시 "지금은 문 정부 후반부로 출연연을 대표해 정책을 요구하는 시기이다. 현역을 떠난지 오래 된 분이 왜 왔을까, 낯설게 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이준석 열풍이 거세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면서 "과학계도 MZ세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속에서 캠코더 인사가 연구회 수장으로 온다면 과학계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과학계에 대한 혜안과 이해를 갖고 MZ세대와도 적극 소통할 수 있는 열린 마인드의 후보가 연구회 수장으로 오길 기대한다. 과학계도 변화된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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