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감사와 사퇴 압력, 자질논란 인사 후보로 과기계 공분
연구회·출연연 인사 줄줄이 늦어지며 기관장 공석 불가피
"과학기술계에 대한 인식과 철학갖고, 인사 제대로 해야"

총제적 난맥상이다. 문재인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며 진행되는 과학계 인사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임기를 한달여 앞둔 기관장에게 과도한 감사에 이어 사퇴를 종용하며 과학계 현장의 공분을 사거나 과학계 수장 자리를 정권의 전유물로 여기듯 자질론이 불거진 인사가 3배수 후보에 여전히 거론된다.  

과학계 홀대론이 나올정도로 수장 공석이 일년간이나 지속되는 기관도 있다. 내년초 기관장 임기가 종료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6곳의 인사는 공식 일정보다 늦어지며 동시에 기관장 공석이 예상된다. 

문 정부의 과학기술계 인사는 정권 초기부터 논란이 됐다. 임기 중인 기관장 중 내편이 아니면 사퇴를 강요, 당시 과학계 기관장 10여명이 임기를 남겨두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일부 과학기술계 보직을 캠코더(캠프출신, 코드인사, 더불어민주당) 출신, 낙하산 인사들이 차지했다.

대통령 임기를 1년반 정도 남겨두고 또 다시 과학기술계 인사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이번 정부를 두고 과학계 자리를 정권 전리품으로 여긴다는 지적과 과학계 무지론, 무관심론이 나오는 이유다. 

◆ 출연연 6곳, 특구진흥재단 기관장 임기 1월 종료, 코로나19로 기관장 선임 난항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출연연 중 1년째 기관장 공석인 기관은 한국식품연구원 부설기관 '세계김치연구소'. 김치연은 제3대 소장 하재호 박사가 지난해 임기 만료된 후 1년째 공석이다. 신임 기관장 공모절차는 검토만 할 뿐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기관장 공석 이유는 김치연의 존폐와도 연관돼있다. 연구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치연을 두고 ①그대로 유지 ②식품연 흡수 ③농식품부 산하연구기관 이관 등을 놓고 수개월째 논의 중이다. 4년 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중심으로 효율안 방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 것이 계기다. 

전국공공연구노조 김치연 지부는 김치연의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기관장 공모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으나 연구회는 검토를 이유로 계속 미루는 상황이다.

한국식품연구원 부설 기관 세계김치연구소는 1년째 소장직이 고엇ㄱ이다. 식ㅍ
한국식품연구원 부설 기관 세계김치연구소는 1년째 소장직이 공석이다. 김치연을 통폐합하는 건과 관련해 검토가 진행 중으로 소장직 선임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사진=김치연 홈페이지]
연구회 소관 출연연 중 6곳의 기관장 임기가 내년 1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원장선임 절차가 늦어진데다 코로나19로 변수가 생겨 한동안 공석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23일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다. 연구회는 지난달 23일 6개 기관 기관장 초빙 공고 내고 12월 14일 서류접수를 마감했다. 

연구회는 기관별 원장후보자 심사위원회를 꾸려 6배수와 3배수 후보를 추리고, 이사회를 거쳐 새로운 원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변수다. 서류, 면접 등을 위한 대면 회의가 어려워진데다 감염을 우려하며 대면접촉을 꺼리는 관계자들도 많아 심사위원 구성 자체가 난항을 겪고 있다. 

온라인 회의 플랫폼 사용도 당장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구회 관계자는 "심사표 작성 및 위원 간 표결처리 등을 온라인으로 비공개 집계하기 어려워 화상회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원장 선임절차는 후보자를 검증해 6배수와 3배수를 가리고 새로운 수장이 선임되기까지 일반적으로 3개월 정도 소요된다. 서둘러 작업을 시작해도 1월 말에 맞추기 어려워 보인다. 기존 원장의 임기를 연장하거나 대행체제로 기관을 운영할 수도 있으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기관운영을 위해 원장선임 공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 과학기술계는 대행체제로 운영 중인 연구회 이사장 선임도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이사장이 선임되기 전까지 출연연 기관장 선임도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회 관계자도 "3배수 선정과정까지는 이사장 없이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되지만, 최종선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구회 이사장 선임 절차는 후보자 3배수가 발표된 상태다. 이사장 추천위원회는 이병권 KIST 전 원장(현 KIST 책임연구원), 이재성 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 임혜숙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전공 교수를 과기부 장관에 추천했다. 과학계 현장에서는 "퇴임 교수진이 오는 자리가 아닌 출연연 현장을 알고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젊은 인사가 오길 바란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하 특구진흥재단)도 한동안 기관장 공석이 불가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임기도 내년 1월중순 까지다. 특구진흥재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11일 공모 공고를 발표했다. 공모 접수 기간은 오는 24일까지다. 위원회는 12월 말께 서류심사를 마치고 내년 1월초 면접 심사를 예정하고 있다. 빠르게 진행돼도 짧게는 1개월, 길게는 2개월 이상의 기관장 공백이 예상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9일 총장 선임위원회를 열고 후보자 6명을 대상으로 면접과 인터뷰가 진행된 KAIST 차기 총장 선임 절차는 지나치게 비밀유지를 강조하며 무성한 소문만 돌았다. 언론과 과학계의 관심이 쏠리며 의구심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KAIST 총장 3배수에는 경종민 교수, 김정호 교수, 이광형 교수가 선정된 상태다. KAIST 이사회는 내년 1월께 이사회를 열고 한명을 선임하게 된다. 

과학기술정책 기관인 STEPI의 3배수 인사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과학기술계 현장에서는 이번 정권이 과기계 자리를 정권의 전유물로 여기는 게 아니냐며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STEPI 3배수를 두고 전국공공연구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문미옥 후보는 과기보좌관, 과기부차관을 지내면서 경험부족, 소통부족으로 과학기술정책 실패의 중심축"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과학계 현장에서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투명성을 기대했던 이번 정부의 인사는 갈수록 실망을 주고 있다. 과학기술계에 대한 경험과 철학이 없는 인사들이 정책을 결정하는 요직을 차지하면서 연구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면서 "과학기술계 보직은 정권 전리품이 아니다. 문 정권에서도 국가 성장 동력의 기반으로  과학기술계를 인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사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통령 임기를 1년반 정도 남겨두고 또 다시 과학기술계 인사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이번 정부를 두고 과학계 자리를 정권 전리품으로 여긴다는 지적과 과학계 무지론, 무관심론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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