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리진 뉴 셰퍼드 11분간 우주비행
35만 1000피트(107km) 상공 찍고 하강
18세 청년, 82세 할머니 동승, 역사적 기록

 

닐 암스트롱은 1969년 7월 20일 달 표면에 첫발을 딛고 "한 인간에게 이것은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겐 커다란 도약"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52년 뒤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은 우주 관광시대를 연 직후 트위터에 "이 최초의 우주 비행사들은 많은 우주인들이 지나갈 수 있는 문을 열어주며 우주 역사책에 자신들의 이름을 썼다"고 포스팅했다.

20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BBC 등 외신에 따르면, 블루오리진 '뉴 셰퍼드'는 오전 9시 12분 미국 텍사스주 벤 혼(Van Horn) 사막지대에서 제프 베이조스를 포함 승객 4명을 싣고 고도 35만1000피트(약 107km) 상공을 찍는데 성공했다. 승객들은 총 11분간 비행하며 지구에 다시 착륙했다. 

우주 관광을 목적으로 한 민간 로켓이 '카르만 라인'(Karman Line)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카르만 라인은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선을 고도 100km로 하는 기준을 일컫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연방항공국(FAA)은 고도 80㎞ 이상을 우주 기준으로 보지만, 유럽 국제항공우주연맹은 고도 100㎞인 카르만 라인을 넘어야 우주로 정의한다.

앞서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고도 86km 상공까지 도달한 바 있다. 이번 비행은 이를 20km 이상 뛰어넘는 기록으로, 가장 보수적인 평가에서도 우주 관광으로 인정받는 첫 기록이 되는 것이다.

◆베이조스와 동생 그리고 18세 청년, 82세 할머니
 

왼쪽부터 마크 베이조스, 제프 베이조스, 올리버 데이먼, 윌리 펑크. [사진=Blue Origin]
왼쪽부터 마크 베이조스, 제프 베이조스, 올리버 데이먼, 윌리 펑크. [사진=Blue Origin]
제프 베이조스는 발사 이틀 전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올리버 데이먼, 윌리 펑크, 제프 베이조스, 마크 베이조스. 베이조스 형제가 텍사스를 상징하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있다. [사진=Blue Origin]
제프 베이조스는 발사 이틀 전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올리버 데이먼, 윌리 펑크, 제프 베이조스, 마크 베이조스. 베이조스 형제가 텍사스를 상징하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있다. [사진=Blue Origin]
블루오리진은 2000년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민간 우주 탐사기업이다. 블루오리진이 개발한 뉴 셰퍼드는 재사용 로켓이다. 길이 18.3m(60피트) 1단 발사체와 최대 6명이 탑승할 수 있는 캡슐로 구성돼 있다. 

뉴 셰퍼드 캡슐에는 이날 베이조스와 자신의 동생 마크, 18세 네덜란드 청년 올리버 데이먼, 82세 할머니 윌리 펑크가 동승했다. 펑크는 1960년대 NASA 우주비행사 시험을 통과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비행하지 못한 여성 중 한 명이다.

블루오리진은 이날 발사를 생중계했는데, 승객들이 고도 100km 상공인 카르만 라인을 통과할 땐 환호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승객들은 이날 총 11분간 우주비행을 경험했고, 약 4분 동안 무중력 상태를 경험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무중력 상태에선 좌석에서 발을 떼고 떠다니며 고도 아래에 있는 지구 풍경을 감상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유인 캡슐 분리 뒤 낙하산을 펼쳐 지상으로 돌아왔다.
 
주광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블루오리진의 성과는 재사용 발사체를 활용하고, 무인 조종으로 우주의 경계인 카르만 라인을 돌파했다는 것"이라면서 "민간 우주관광을 위한 신기원을 마련했으며 우주경제 포트폴리오에 우주여행 카테고리를 추가해 시장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고 평가했다.
 

블루오리진 뉴 셰퍼드 발사 후 어떻게 착륙했나. [사진=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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