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포주은행, 배양세포 인프라 역할 톡톡
세포주·오가노이드 자체 개발, 국내외 보급 앞장서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남기택 연세대 교수, 구자록 서울대 교수, 유병철 국립암센터 수석연구원, 김형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생명연구자원과 사무관, 현병환 대덕연구개발특구 바이오헬스연구회 위원장(대전대 교수). [사진=이동민 수습기자]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남기택 연세대 교수, 구자록 서울대 교수, 유병철 국립암센터 수석연구원, 김형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생명연구자원과 사무관, 현병환 대덕연구개발특구 바이오헬스연구회 위원장(대전대 교수). [사진=이동민 수습기자]
"최근에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오가노이드는 활용성이 무궁무진합니다. 가령 폐 상피세포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코로나19 치료 관련 실험에 도움 줄 수 있죠.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저희 세포주와 오가노이드를 많이 찾고 있습니다." -구자록 한국세포주은행 교수-

세계적 배양세포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국세포주은행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논하기 위해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생명연구자원과)와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 대전대학교(바이오아이코어사업단)는 지난 27일 우송정보대 테크노미디어센터에서 배양세포 클러스터 선진화 전략을 논의하는 '배양세포 소재자원 클러스터 간담회'를 개최했다.

◆ 세포주, 5년 새 분양 2배 급증

한국세포주은행(은행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구자록·이하 세포주은행)은 2016년 오가노이드 배양을 본격화했다. 연구자들은 세포주와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각종 질병 치료를 위한 실험·연구를 진행한다. 2015년 5,520건의 세포주 바이알(Vial·유리 용기)을 분양한 세포주은행은 2016년 6,692건, 2018년 8,670건, 2020년에는 11,342건의 바이알을 분양해 불과 5년 만에 두 배에 달하는 분양 건수를 기록했다. 2010년부터 5년 간 5천여건의 분양 건수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올해 가을부터 는 '미니장기'인 오가노이드(Organoid)도 분양할 예정이다.

세포주은행은 국내 산업계와 연구기관에 필요한 세포주와 오가노이드를 직접 개발하거나 국내외로부터 확보해 보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종로구 연건캠퍼스)에 위치한 세포주은행은 1982년 처음으로 세포주 개발에 돌입한 후 2년 만에 한국 최초의 위암 세포주 'SNU-1'을 수립했다. 세포주은행은 2021년까지 인체샘플 7,900여개를 이용해 세포주와 일명 '미니장기' 오가노이드 2,450여종을 개발했다.

세포주은행은 1995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세포주은행은 작년 5월 2025년까지 진행되는 '제3차 국가생명연구자원 관리·활용 기본계획'에서 배양세포 클러스터 중앙은행으로 선정됐다.

세포주은행은 세포주와 오가노이드 주요 허브로서 앞으로 산업계와 연구자에 ▲소재 정보 고품질화 ▲필요한 배양세포 확보 비용 및 시간 단축 ▲연구자 대상 교육 제공 ▲장비 시설 공유 ▲국제적 기준 배양세포 고품질화 ▲수요자 설문조사를 통한 맞춤 세포주 개발 ▲맞춤 세포주 개발 ▲실험 대행 서비스 등을 제공·확대할 계획이다.

구자록 교수는 앞으로 배양세포에 관한 최신 동향에 따라 수요자 맞춤 분양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포주 은행에서 확보한 배양세포 자원과 연구자로부터 의뢰받아 개발한 세포주와 오가노이드 자원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오픈랩 운영을 통해 수요자 측면에서 불필요한 시설확보 없이 연구 수행을 도울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현병환 대전대 교수도 배양세포 클러스터의 비전에 대해 "연구자들이 훌륭한 인프라를 갖춘 세포주은행을 많이 활용해 배양세포 산업이 좀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ATCC처럼 "세포주은행, 세균·바이러스까지 통합 배양·운영해야" 

이번 간담회 주요 화두는 '배양세포 클러스터 선진화 방안'이었다.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배양세포의 중요성이 부각 되면서 수요가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간담회에 참석한 산(병)·학·연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지원에 관해 한 목소리를 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암 발생률 중 1위가 위암이다. 남기택 연세대 교수는 위암 발병에 주요 요인이 되는 헬리코박터균의 연구가 지속해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헬피코박터균과 같은 인간 장내미생물의 연구를 위해서는 인간 세포, 세균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면서, 미국 대표 소재자원은행인 ATCC(American Type Culture Collection)처럼 인간세포주, 세균, 바이러스 등이 연계되어 관리되고, 제공되는 소재자원은행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유병철 국립암센터 수석연구원은 "세포주은행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인프라 발전과 함께 인력 부분까지 지원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종 과기부 사무관은 "세포주은행은 소재 확보 및 분양 등에 있어서 가장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공인프라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라며 "다른 분야 클러스터와 연계하는 부분에 대해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구자록 교수는 "정부 지원을 받는 세포주 은행 등 소재자원은행들이 민영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라며 "민영화되어 상업적으로 변한다면 공익적, 비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바이오 소재 개발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모든 샘플들은 수술 환자들에게 자발적 동의서를 받고 채취해야 한다. 소재자원은행이 민영화된다면 국가의 생명연구자원 인프라 발전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배양세포에 관한 지식재산권과 윤리 문제도 언급됐다. 구 교수는 "국내외 대부분의 세포주은행에서 분양되는 배양세포 자원은 비상업적이며 공익적인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라며 "다만 상업적인 문제로 간다면 새롭게 논의돼야 한다. 이는 배양세포 개발자, 샘플 제공자 등과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간담회에 앞서 한국세포주은행 구자록 교수와 '현병환 대전대 교수가 함께하는 생명연구자원 이야기' 유튜브 방송을 통해 배양세포 클러스터의 비전과 전략, 추진과제와 기대효과 등 생명연구자원 선진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강의도 함께 진행했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용어 설명
▲세포주(Cell line)
생체 외부에서 배양이 가능한 세포주를 의미한다. 대부분 인위적으로 세포주를 만들지만, 생체 내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세포 분열을 하는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경우도 존재한다. 미국인 헨리에타 렉스에서 유래한 자궁경부암 암 조직으로부터 분리해 배양한 헬라(Hela)세포주가 대표적이다.
▲오가노이드(Organoid)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 종양 조직 등을 배양·재조합해 만든 장기유사체이다. '미니 장기'로도 불린다. 오가노이드는 신약개발·질병치료를 위해 주로 사용된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