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현 표준연 원장 28일 마지막 인사

"석사학위 중에 표준연에 입사해 선임연구원, 책임연구원을 거쳐 기관장으로 재임하기까지 인생의 황금기를 표준연에서 보냈고 표준연의 일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여러분은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핵심 우수 인재입니다. 자부심을 가지십시오."

신용현 원장은 표준연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담담했지만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 1번에 공천된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은 28일 오전 행정동 대강당에서 이임식을 가지고 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신용현 원장은 이임사를 통해 연구자로서의 자부심과 동료에 대한 배려를 당부했다.<사진=백승민 기자>
신용현 원장은 이임사를 통해 연구자로서의 자부심과 동료에 대한 배려를 당부했다.<사진=백승민 기자>
신 원장은 "기관장으로서 재직하며 지난해 표준연의 개원 40주년 행사를 주관할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며 "이와 더불어 지난해 연구원의 우수한 연구 성과들이 결실을 맺어 많은 수상 실적을 거뒀다. 직원들의 노고에 정말 감사한다"라며 인사말을 건넸다.

신 원장은 1984년 표준연에 입사해 진공기술센터장, 물리표준부장, 전략기술연구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 2014년 12월부터 표준연 12대 원장으로 재임했다.

특히 신 원장은 재임기간 동안 직원들과의 '소통'과 '배려'에 주력했다. 그동안 'KRISS通', 직원 대표와의 만남, 부서간담회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연구 활성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힘썼다.

이날 신 원장은 이임사에서 연구원 동료에 대한 배려와 연구자로서의 자부심을 당부했다.

그는 "여러분의 동료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지 않으면 외부로부터 존중 받을 수 없다"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란 조직브랜드의 유지는 여러분의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원장은 "여러분은 국가와 사회, 인류의 발전을 열어가는 미래 핵심 우수인재들이다. 국가생존에 기여하는 일을 하는 만큼 여러분의 일에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신 원장은 이임사에 앞서 이번 공천에 대한 심정을 밝혔다.

신 원장은 "개인적으로 30년 이상 종사한 과학기술계와 든든했던 동료들을 떠나는데 있어 이번 결정이 쉽지 않았다"며 "기관장이 임기 중 비례 대표로 출마한다는 소식으로 연구원에 혼란과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다"라고 토로했다.

어어 신 원장은 "출연연구소 출신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앞으로 과학기술인들이 미래를 여는 일선에 서서 경쟁력 있게 일할 수 있는 풍토와 기반을 만드는 역할에 힘을 보태겠다"라고 역설했다.

한편 표준연은 신용현 원장의 이임에 따라 차기 원장이 새로 임명될 때까지 박현민 부원장이 직무대리를 맡게 됐다.

다음은 신용현 원장의 이임사 전문이다.
 
표준 가족 여러분,

저는 지난 32년간 표준과학연구원에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석사 학위 중에 연구원으로 들어와서 선임연구원과 책임연구원이 되었고 24살의 미혼 여성에서 손녀의 재롱에 기뻐하는 할머니가 된 지금까지 표준과학연구원은 제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원장으로서 1년 4개월 지내는 동안, 표준과학연구원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축하하는 40주년 기념행사들을 주최하는 영광도 누렸습니다. 우리 표준과학연구원을 알리기 위해 많은 분을 초청도 했고, 여러 기관 방문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장으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이런 행사보다는 여러분과 소통하고 여러분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가급적 반영하려 노력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모두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누구의 의견도 완전히 무시당하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법으로 정해진 노사협의회 외에, 한 달에 한번 크리스통으로 전 직원과 경영 정보를 공유하려고 했고, 직원대표와의 만남, 노조 대표단과의 만남을 정례화 했습니다.
 
표준가족 여러분의 노력이 우수 연구 성과로 결실을 맺어 보도되는 것이 기뻤고, 여러 건의 기관 수상을 받았을 때, 여러분께 고마웠고 제가 표준연구원 일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반면 임금피크제 도입과 능률제고급 축소 등 여러분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여러 가지 일들은 가슴 아팠습니다. 모든 부서에 대해 다 돌지 못한 채 끝났지만 원장 사퇴 전날 까지 가졌던 부서 간담회들에서, 작년에 비해 여러분들의 사기가 많이 위축되었다는 것을 느꼈고, 앞으로 이렇게 잘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 보다 상황이 나빠질 것을 걱정하는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게 되어 속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는 이임식 자리이지만, 여러분의 동료 연구원으로서 꼭 해드리고 싶은 말 그리고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여러분은 충분히 유능합니다. 자부심을 가지세요. 여러분은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한 일이 아니라 보람 있는 일들을 하고 계십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더욱 더 국가 사회에 기여할 명실공히 ‘우수핵심인재’들입니다.
기를 펴고 당당해지십시오. 혹시나 기가 죽는 다는 느낌이 들면 공부하고 연구 하고 일하는데 조금만 더 열과 성을 더하십시오.
‘난 잘하고 있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자신 할 수 있으면 남들에게 더 당당할 수 있습니다. 옆에서 뭐라고 떠들어도 주위 환경이 바뀌어도 상처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동료를 존중하고 배려해주십시오. 우리가 서로 존중해야 남들도 우리를 존중합니다.  안에서 존경하고 대접해줘야 바깥에서도 존경받고 대접을 받습니다. 서로의 연구분야 혹은 서로의 직군에 대한 중요성을 공감해주십시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전문적 능력을 인정해주어야 외부 사람들도 그 가치를 인정해줍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라는 조직이 유지되고 발전되고 그 평판이 유지되는 것은 여러분 자신도 물론이지만 여러분의 동료들이 함께 해서임을 잊지 맙시다.

여러분은 지금 최고의 동료들과 함께 하고 계십니다.
이제 떠나는 입장이 되고 보니 그 동안 몸담아 왔던 표준과학연구원과 동료 여러분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새로운 원장과 더불어 더욱 더 발전하는 진정한 국민연구소 표준과학연구원이 되길 바라고 또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과학기술이 우리의 미래에 큰 변화를 만들어갈 것은 자명합니다.
미래에 대해서 두려움 반 기대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이 말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의미로 해석하기 보다는 우리가 하기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는 말로 해석되어야 할 것입니다.
미래의 변화에 대한 걱정과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면서 그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손 놓고 기다리기보다는, 과학기술력으로 미래의 변화를 주도해가며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인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이 필요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기술정책이 필요합니다.  
과학기술이야 말로 ‘미래 일자리’‘미래 먹거리’‘미래 복지’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과학기술 최일선에 나선 분들입니다.

저는 이제 정든 표준과학연구원을 떠나지만 출연연구소 연구원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과학기술인 여러분들이 미래를 여는 일선에서 보다 신나게 그리고 경쟁력 있게 일할 수 있는 풍토와 기반을 만드는 역할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그리고 과학기술계 현장 의견과 상황이 반영된 과학기술 정책이 만들어지고 수행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에게는 여러분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십시오. 다시 한 번 여러분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신용현 원장 이임식에서 직원 모두가 앞으로의 행보를 다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있다.<사진=백승민 기자>
신용현 원장 이임식에서 직원 모두가 앞으로의 행보를 다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있다.<사진=백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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