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법 따라 임기 3년 보장, 추가 2년 가능
'성과 탁월한 경우' 예외···인사권자 따라 판단 달라지나
"긴 호흡 필요한 치료제·백신 연구 '정치 바람' 탈 수도"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모습. <사진=질병관리청 제공>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모습. <사진=질병관리청 제공>

 

국립감염병연구소장 임기가 '국가공무원법'을 따라 임기 3년만 보장돼 적절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감염병연구소(NIID)는 코로나 사태 속 치료제·백신 연구개발 필요성에 따라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를 모델로 설립된 연구기관이다. 치료제·백신 연구개발 분야는 전문성·지속성이 요구되는 만큼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도 1984년부터 기관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이런 연구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아 치료제·백신 연구개발도 인사권자에 따라 '정치 바람'을 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산하 감염병연구소장 임기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임기 3년과 연장 2년이 가능하다. 국가공무원법 제28조의4(개방형 직위)와 개방형 직위 및 공모 직위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에는 '성과가 우수하거나 계속 근무해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총 임용기간이 5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선발시험과 임용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용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성과가 탁월한 경우'라는 조항을 달아 5년 임기를 초과할 수 있다고 나온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성과가 탁월한 경우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인사권자인 질병관리청장, 또 전체적으로 학계나 국립보건연구원에 종사하는 전체 직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성과가 이뤄질 경우 얼마든지 임기의 연장은 가능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권 원장 발언에 따르면 인사권자 결정에 따라 감염병연구소장 임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지속성과 독립성이 필수적인 치료제·백신 연구개발 분야에선 치명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효능을 인정한 백신은 25개 정도일 만큼 백신 개발은 긴 호흡이 필요하다. 인플루엔자 독감 백신은 개발까지 반세기가 넘게 걸렸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백신은 아직까지도 없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치료제·백신 개발이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장의 경우에는 연구 조직 특성에 따라 국가공무원법이 아닌 '과기출연기관법'(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따른다. 법적으로 임기 3년, 연임 3년이 가능했지만, 최근 몇 년간 연임 기관장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정권이 바뀌고 인사권자에 따라 기관장이 교체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다.

익명을 요구한 감염병 분야 학계 전문가는 "미국 NIAID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기초 연구부터 응용 연구를 아우른다. 특히 연구 과제를 외주화 하더라도 NIAID는 순수 연구 조직"이라며 "연구 조직이 부족한 감염병연구소가 이런 연구를 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연구소는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하는데 공무원법에 따라 소장 임기가 3년이면 임명권자 눈치를 안 볼 수 없다"며 "장기적이고 독립적인 연구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문제가 한국과 미국의 연구개발 실정이 다른 상황을 분석하지 않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기초와 응용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제각각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면서 빚어진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연구개발 실정에 맞는 연구소가 아닌 부처에 필요한 정보만 '취사 선택'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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