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패권 가를 2차 대분기가 도래했다며 기업, 과학자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지난 15일 신년특강에서 "과거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는 경제 성장이 가속화되고 국민 대다수가 행복을 누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산업혁명에 성공하지 못한 국가 중 정치적 식민지를 면한 한 두 나라는 있어도 경제적 식민지를 면하진 못했다"며 "예외가 있나,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날 '코로나 이후 신세계, 대한민국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를 주제로 강연하며 기업·과학자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패권의 비밀'을 집필했다. 공학-경제-역사의 관점에서 산업혁명과 패권의 이동을 탐구한 역저다. 김 교수는 줄곧 인류 문명사적 관점에서 '지식산업혁명'(4차 산업혁명) 파고에 올라타는 것만이 부국의 길을 걷고, 그때 국민도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산업혁명을 계기로 선발국과 후발국의 격차는 점점 더 커졌다"며 "영국이 산업혁명에 성공하고 후발국이 100년 뒤 산업혁명을 한다면 시차는 100년이 아니고 그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우리도 1차 대분기에 늦어 36년 동안 고초를 겪었고, 그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미래를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2차 대분기가 오고 있다"며 "2차 대분기에서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한 나라는 지배자의 나라, 성공의 나라, 풍요와 행복의 나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분기(Great Divergence)는 1820년 동서양 생활 수준 격차가 벌어진 기점을 말한다. 산업혁명을 받아들인 관점의 차이가 동서양 격차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가 언급하는 2차 대분기는 지식과 과학기술로 대변되는 지식(4차)산업혁명이다. 그는 특강에서 국가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야 경제 성장과 복지, 행복도 있다고 했다.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경제가 성장할 때 국민 행복도 있다"며 "경제 성장을 이끄는 주역은 바로 기업"이라고 했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경제가 성장할 때 국민 행복도 있다"며 "경제 성장을 이끄는 주역은 바로 기업"이라고 했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 경제 성장할 때 국민도 행복

김 교수는 국가 행복 열쇠가 경제 성장에 있다고 했다. 그는 "경제의 본질은 성장"이라며 "성장이 앞서가면 복지가 뒤따라갈 수 있지만, 성장이 앞서가지 않는 복지는 한낱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성장을 강조하는 '복지론자'다. 학계에선 성장과 복지를 상반된 개념으로 여기지만, 김 교수는 국민 행복과 복지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경제 성장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경제 성장이 있을 때 복지 재원이 마련되고, 그런 복지여야만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교수는 경제 성장 기반은 기업이라고 했다. 

"기업 가치를 강조하는 유일한 이유는 대중을 잘살게 하는 방법이 기업 없이 안 되기 때문이에요. 모든 고용은 기업만이 창출합니다. 그것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창출해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 기업이 크질 않고 고용도 늘어나지 않습니다. 기업이 국가 발전에 동력, 행복의 원천입니다."

김 교수는 기업이 국가 발전, 행복의 원천이라는 근거로 네덜란드 사례를 들었다. "과거 네덜란드 노동자 식탁에 고기, 야채, 과일 이런 게 다 올라갔습니다. 네덜란드라는 작은 나라가 어떻게 잘 살 수 있는지 배경을 들여다보니 연합 동인도 회사(VOC)라는 기업이 있었습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근로소득 이외 자본 소득을 갖게 된 거예요.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VOC라는 기업 주식을 가진 겁니다."

◆ 기업과 과학자가 시대 주역

김 교수는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영국과 프랑스 사례를 들었다. "과거 프랑스가 영국보다 인구가 2~3배 많았습니다. 그런데 영국에 세금이 더 많이 걷혀요. 인구가 3분의 1인데 어떻게 세금이 더 걷혔냐. 영국이 산업혁명에 성공하면서 기업이 많이 생기고 고용이 늘어나고 중견기업, 대기업까지 많아졌습니다. 기업이 있으면 고용이 늘어나고 고용이 늘어나면 세금이 많이 걷힌다는 사실을 보여준 겁니다."

김 교수는 기업은 늘리지 않고 고소득자 세율을 높여 세원을 확보하는 정책이 가장 저차원적 접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학자 래퍼(B. Laffer)가 주장한 래퍼 곡선(Laffer curve)을 근거로 들었다. 고소득자 세율을 높이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동기부여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총 세수가 줄어든다는 내용이다.

그는 기업인이 가치를 창출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활동을 정부가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도 했다. 특히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비판했다. 이 법은 중대재해를 만드는 기업은 사업주 처벌이 강화된다는 내용이다. "모든 국가에서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산업재해가 줄었어요. 예외가 있습니다. 미국입니다. 미국은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고 나아가기 때문에 어디에 위험이 있는지 모르죠. 산업재해를 법으로 막을 수 있다면 어느 나라든 그랬을 겁니다. 법의 세부 규정을 말하는 게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이런 법이 생겼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김 교수는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한 법안은 국가에 해를 끼친다고 했다. "역사를 알면 현재를 볼 수 있어요. 과거 모택동이라는 중국 지도자가 농민을 정말 사랑했습니다. 농민들이 농사 지은 땅에 참새가 날아드는 모습을 보며 참새를 잡으라고 했어요. 당시 전 인민이 참새 잡기에 나섰습니다. 그래서 참새가 박멸됐어요. 이후 어떻게 됐습니까. 농사가 망했습니다. 참새가 곡식 낱알 먹는 건 알아도 해충 잡는 역할을 몰랐던 거예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나오면 기업가들은 사고 안 생기도록 미래 지향적 산업은 안 할 겁니다. 이렇게 되면 기업 역량이 줄고 경제 성장이 줄기 때문에 고용, 재원도 줄어듭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업과 과학자가 시대 주역이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업과 대학, 연구소, 국가가 삼위일체가 돼야 만들 수 있습니다. 국가의 집중적인 노력과 투자가 함께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어요. 대항해 시대에는 배를 한 번 타고 나가면 반 이상이 살아 돌아오질 못합니다. 용감한 사람, 민족, 국가가 과실을 향유할 수 있습니다. 미래로 용감하게 나가야 합니다. 과학기술자 여러분이 해주지 않으면 아무도 해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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