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김태유 교수 15일 대덕서 신년특강
"용감한 국민·국가, 미래 개척하고 과실 향유"
"젊은이여, 시대 바꾼다는 야망으로 가득차라"

최진석-김태유의 신년특강이 지난 15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두 석학과 랜선 참가자들과이 질의응답을 나누는 모습. [영상=대덕넷]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좌)와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우, 새말새몸짓 이사장)이 15일 대덕연구단지를 찾아 신년특강에 나섰다. 신년특강은 올해로 세 번째다. 두 석학의 신년특강을 듣기 위해 랜선에 200명 가량이 접속했다. 두 석학은 이날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문명의 전환기로 평가하며, 개인과 국가가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야망을 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좌)와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우, 새말새몸짓 이사장)이 15일 대덕연구단지를 찾아 신년특강에 나섰다. 신년특강은 올해로 세 번째다. 두 석학의 신년특강을 듣기 위해 랜선에 200명 가량이 접속했다. 두 석학은 이날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문명의 전환기로 평가하며, 개인과 국가가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야망을 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위기 뒤엔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었다. 인류 문명을 위협했던 감염병과 전쟁 이후가 그랬다. 유럽을 위협했던 14세기 흑사병이 지나고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했다. 신에 대한 맹목적 추종보다 인간이 과학을 믿고 스스로 생각할 때 세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다. 전쟁 이후엔 세계 질서가 재편됐다. 과학이 만드는 변화의 흐름을 읽었던 국가는 미래로 나아갔고, 변화에 둔감했던 국가는 도태됐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유행병) 시대 1년, 역사는 묻는다. 코로나 이후 개인과 국가는 어느 길을 택해야 할까.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새말새몸짓 이사장)와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15일 대덕연구단지를 찾아 신년특강에 나섰다. 신년특강은 올해로 세 번째다. 두 석학은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문명의 전환기로 내다봤다. 

"문명의 전환기에서 어느 것이 효율적이냐, 더 윤리적이냐를 따지면 새로운 문명에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주도권을 잡고 싶어 하는 욕망으로 가득 차야 해요. 주도권이나 한 번 잡아볼까라고 생각해선 되는 일이 없습니다. 우리가 팬데믹 상황을 선도 국가로 올라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볼 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느냐를 따지기 이전에 할 일이 있습니다. 이번에 '선도국가로 올라서야겠다, 주도권을 잡아봐야겠다'는 욕망을 강하게 갖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진석 교수는 팬데믹을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으려면 '욕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 차원에서도 문제를 느끼고 해결하며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야망을 품으라고 조언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불편함을 해결한 결과예요. 세계에 등장하는 모든 새로운 것들은 예외 없이 문제를 해결한 결과입니다. 문제를 발견해서 해결하려고 덤비는 건 자기가 이 세계의 중심이 되어서 직접적으로 반응하겠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결국은 불편함을 느끼고 문제를 발견하고, 불편함과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비는 사람이 위대해질 수 있습니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좌)와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우)가 신년특강에 참석한 강연자들과 랜선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날 신년특강 참석자는 평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200명 가량이 참석했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좌)와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우)가 신년특강에 참석한 강연자들과 랜선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날 신년특강 참석자는 평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200명 가량이 참석했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 "용감한 국민·국가가 과실 향유"

"유럽 대륙이 배를 타고 나간 대항의 시대. 유럽에서 인구는 늘어나는데 땅은 제한돼 있고 농업 생산이라는 게 한정되니깐 세계로 떠난 거예요. 그 움직임이 상업혁명을 만들고, 상업혁명이 산업혁명을 견인하고 이런 과정에서 서유럽이 세계의 중심이 됐어요. 대변혁의 가장 큰 동인이 무엇이었냐. 용맹이다. 대항해 시대에선 배를 한 번 타고 나가면 반 이상이 살아 돌아오질 못합니다. 그래서 용감한 사람, 민족, 국가가 과실을 향유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미래로 용감하게 나아가야 하는데 윤리적, 도덕적 판단이 앞서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 콜럼버스, 마젤란 지금 우리 윤리대로면 감옥에 가야 할지도 몰라요."

김태유 교수는 과거 산업혁명 시대, 개척을 마다하지 않았던 국가가 선도국가로 올라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학-경제-역사를 아우르는 연구에 집중하며 패권국의 비밀을 밝혔다. 그는 연구를 통해 국민·국가 행복은 경제 성장이 뒷받침돼야 하고, 이를 실현하려면 기업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학계에서 '성장론자'보단 '복지론자'로 평가 받는다. 경제 성장이 앞서가면 복지는 뒤따라갈 수 있지만, 성장이 뒤처지면 복지는 한낮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배경에서다. 그는 근거를 산업혁명에서 제시한다.

"제가 연구를 하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산업혁명 이전 네덜란드 노동자가 실질 임금이 제일 높았어요. 왜 잘 사는지 보니깐 기업이 있어서 잘 살더라. 기업이 있으면 고용이 늘어나고 중산층이 형성되는 것도 있지만 개인이 근로소득 외 자본소득을 가지게 된 겁니다. 네덜란드 세계 최초 기업, 연합 동인도 회사(VOC)에 모든 계층이 주식을 가진 거예요. 산업혁명 이후에는 어떻게 됐느냐. 영국 노동자가 실질 임금이 올라가서 네덜란드 노동자의 두 배 잘살게 됐습니다. 다른 나라보단 5배 잘살게 됐어요. 이게 산업혁명입니다."

김 교수는 산업혁명 역사로 봤을 때 한국이 4차 산업혁명에 올라타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과학기술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특성상 한국의 정보기술(IT) 경쟁력은 독보적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만 결정하고 우리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은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고 직접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자잘해지지 마라, 시대 바꾼다는 야망으로 가득차라"

최진석 교수와 김태유 교수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냈다. 최 교수는 특히 "과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야망이라고 생각한다"며 "과학자가 됐든 철학자가 됐든 사람은 씨알이 굵고 커야 한다. 자잘하면 안 된다. 사람이 자잘하게 성장하면 작은 것에 만족하고 크게 성장하면 큰 것에 만족한다. 과학이라는 높은 걸 다루려면 사람이 그만큼 커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날 신년특강 이후 '소확행에 대한 의견과 젊은이들이 시대정신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가감 없이 답변했다.

"소확행은 누가 말했느냐가 중요해요. 무라카미 하루키란 작가가 얘기했어요. 어느 날 서랍을 열어보니 내복이 세탁돼서 질서 정연하게 정리돼 있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을 느꼈다는 것이에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문학적으로 매우 높은 경지에 있는 큰 사람이에요. 큰 사람이 작은 걸 보면서 자기가 추구하는 큰 것이 읽혀져서 행복한 거예요. 그런데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커질 생각은 안 하고 자잘한 것에서만 행복을 찾는 건 원래 소확행 의미가 아닐뿐더러 자기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완전히 속은거죠. 작은 것에만 빠져서 행복을 느끼는 건 불행한 일이에요. 그건 사람이 너무 작아져 버려요. 큰 사람이 되려는 야망은 갖지 않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흩뿌려놓은 작은 조각들을 보고 열광하는 모습은 초라하다. 그렇게 생각해요."

"젊은이들이 아무 문제 없고 편안한 세상을 만나 본 적은 인류 역사상 한 번도 없어요. 어느 세대 젊은이도 레드카펫이 깔린 세상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느 젊은이는 세상에 나와보니 나라가 없고 먹을 것이 없고 국가에 폭력이 일상화되었어요. 그래서 나라를 찾고 배불리 먹도록 하고 민주적 터전을 만들었죠. 이게 젊은이들이에요. 지금은 시대가 어떠냐. 일자리가 없어요.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 젊은이들이 해결 받아야 할 상황이 아니라 해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야겠다. 4차 산업혁명 흐름은 도도하게 흘러가는 데 적응을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무모하게 덤비는 자들이 젊은이들입니다. 레드카펫이 안 깔려 있다고 한탄하는 자들이 아니에요. 도전을 하면서 자기가 자기로 승화돼가는, 완성돼가는 경험을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태유 교수는 과학자들이 새 시대에 맞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학자들이 사회적 지원과 배려를 받으면서 사회에 보답할 수 있는 연구를 밀어주는 정치적 추진 세력이 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정치인, 지도자들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 수 있도록 설득할 의무가 있어요. 저와 여러분들에게 그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가 설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이 나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이 미래로 나아가면 누구한테 찾아오겠습니까. 바로 과학자분들을 찾아옵니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이 미래로 못 나아가고 위험을 무릅쓰지 못하면 우리나라에 미래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누가 찾아주길 기다리고 있으면 안 됩니다. 대덕에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 최고의 엘리트 여러분들이 함께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해주시지 않으면 아무도 해주지 않습니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새말새몸짓 이사장)와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사진=김인한 기자]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새말새몸짓 이사장)와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사진=김인한 기자]

※신년특강 강연기사가 순차 보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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