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비어런스, '마스 2020' 임무 시작
흙 채취·산소생성 등 미래 유인 탐사 대비
"세계, 지구 외 행성 거주 가능 시대 개척 중"

NASA의 화성탐사선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에 착륙했다. [영상=NASA]

미국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가 18일(현지시간) 화성 착륙의 최대 난관 '공포의 7분'을 뚫고 무사히 붉은 행성에 발자국을 찍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 추진 연구소(JPL)는 현지시각 18일 3시 55분(한국시각 19일 새벽 5시 55분) 퍼시비어런스의 착륙 성공을 확인하고 이를 공식 발표했다. 

NASA 퍼시비어런스 화성로버 팀이 착륙 성공을 축하하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NASA]
퍼시비어런스가 화성 착륙 후 첫 번째로 보내온 사진. [사진=NASA/JPL-Caltech]

NASA는 퍼시비어런스가 화성에 착륙한 뒤 찍은 첫 번째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이 사진은 퍼시비어런스에 탑재된 위험물 탐지 카메라로 찍은 것으로, 아직 투명 보호 덮개가 덮여 있는 상태다. 

퍼시비어런스는 화성의 생명체 존재 여부 확인과 화성 유인탐사 대비를 위해 떠났다. 화성에 착륙한 5번째 로버다. 지난해 7월 30일 발사돼 장장 203일,  4억7100만km를 이동해 화성에 도착했다. 퍼시비어런스는 앞으로 최소 1화성년(지구 일수로 687일) 동안 맡은 임무들을 수행한다. 

◆ 생명체 찾아 출발 

착륙 성공과 함께 역사상 최초로 대기가 지구의 1% 미만인 화성에서 드론 인제뉴어티(Ingenuity) 비행을 시도하는 '마스 2020(Mars 2020)' 프로젝트도 본격 시행된다. 

퍼시비어런스는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과거 호수 하류 지역으로 추정되는 '예제로 분화구(Jezero Crater)'에 착륙하는 이유도 물이 있다면 생명체가 살았을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앞서 2011년 발사한 큐리오시티(Curiosity)는 게일 분화구(Gale Crater)에서 미생물이 사용할 수 있는 영양소와 에너지원을 찾아낸 바 있다.

(왼쪽부터) 화성탐사선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와 드론 '인제뉴티(Ingenuity)'. 퍼시비어런스와 인제뉴어티를 포함한 NASA의 화성 로봇 탐사 프로젝트의 명칭을 '마스 2020'이라 칭한다. 퍼시비어런스는 인제뉴어티 안내 하에 화성 곳곳의 흙과 암석 등 표본을 모아 지구로 귀환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사진=NASA]
(왼쪽부터) 화성탐사선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와 드론 '인제뉴어티(Ingenuity)'. 퍼시비어런스와 인제뉴어티를 포함한 NASA의 화성 로봇 탐사 프로젝트의 명칭을 '마스 2020'이라 칭한다. 퍼시비어런스는 인제뉴어티 안내 하에 화성 곳곳의 흙과 암석 등 표본을 모아 지구로 귀환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사진=NASA]
퍼시비어런스 착륙 예정지인 예제로 분화구(Jezero Crater). 예제로 분화구는 과학자들이 과거 호수 하류였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 흔적을 따라 생명체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퍼시비어런스는 오는 18일(현지시각) 이곳에 착륙한다. [사진=NASA]
퍼시비어런스 착륙 예정지인 예제로 분화구(Jezero Crater). 예제로 분화구는 과학자들이 과거 호수 하류였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 흔적을 따라 생명체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퍼시비어런스는 오는 19일(한국시각) 이곳에 착륙한다. [사진=NASA]
퍼시비어런스는 화성 착륙 과정에서 '공포의 7분'을 견뎌냈다. '공포의 7분'은 화성 대기권을 뚫기 위해 극한의 열과 속도를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다. NASA 태양계 홍보대사인 폴윤 미국 엘카미노대 교수는 이를 "세 살짜리 어린아이를 수영장에 7분 동안 방치하는 것"이라 비유했다. 지구와의 통신이 한 방향 11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착륙하는 7분 동안 지구에선 아무것도 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퍼시비어런스는 헬리콥터 인제뉴어티 안내 하에 곳곳의 흙과 암석 등 표본을 모아 지구로 귀환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화성 최초 지질학자인 셈이다. 수거한 샘플은 화성 궤도에 있는 우주선으로 발사돼 미국 유타주(Utah) 사막에 낙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NASA는 표본 분석을 통해 생물 존재 여부를 파악한다. 채취된 표본이 지구 초기 미생물 흔적이 담긴 암석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와의 유사점이 발견되면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다는 결론을, 그 반대인 경우 생명 거주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고 무언가 더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게 NASA의 입장이다.  

폴윤 교수는 "NASA의 화성 탐사 목적은 우리 태양계와 지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생명체가 지구 밖에도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이라며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듯이, 성공적 화성 탐사를 통해 인류는 우주 밖으로 정착하며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미래 유인 탐사 위한 '맞춤 임무'
 

퍼시비어런스는 산소 생성 시험, 우주복 내구성 시험 등  2030년대 목표하고 있는 유인탐사를 위한 맞춤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사진=NASA]
퍼시비어런스는 산소 생성 시험, 우주복 내구성 시험 등  2030년대 목표하고 있는 유인탐사를 위한 맞춤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사진=NASA]
퍼시비어런스는 2030년대 목표하고 있는 유인(有人)탐사를 위한 맞춤 임무를 수행한다. 먼저 호흡에 필수적인 산소 생성 시험이다. 화성 대기는 96%가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다. 퍼시비어런스에 탑재된 '목시(MOXIE·산소 실험 장치)'는 이산화탄소로부터 탄소를 제거해 산소를 만드는 실험을 한다. 

사람이 입어야 할 우주복 재료도 가져갔다. 방사선이 내리쬐는 화성에서는 우주복 없이 활동이 불가능하다. 퍼시비어런스는 팔에 장착된 '셜록(SHERLOC·거주 가능한 환경 스캔 장치)'에 우주복 샘플을 넣어 화성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내구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안전한 유인 탐사를 위해선 화성의 기후도 사전 파악해야 한다. 화성 지표면에서 자주 일어나는 모래폭풍이나 미세먼지는 탐사선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퍼시비어런스는 '메다(MEDA·환경 역학 분석기)'를 통해 미세먼지 형태와 크기를 파악하고 풍속, 방향, 온도, 습도 등과 같은 화성 날씨를 관찰한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화성에 가는 로버에는 여러 과학 장치들이 탑재돼 있지만, 가져갈 수 있는 무게와 부피, 성능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로버가 수집한 흙과 암석을 지구로 가져와 보다 정교한 장비로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화성 탐사 경쟁 치열, 한국은? 
 

(왼쪽부터) NASA의 퍼시비어런스, UAE의 아말, 중국의 톈원 1호. 아말과 톈원 1호는 지난 10일(한국시간)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사진=대덕넷DB]
(왼쪽부터) NASA의 퍼시비어런스, UAE의 아말, 중국의 톈원 1호. 아말과 톈원 1호는 지난 10일(한국시간)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사진=대덕넷DB]
퍼시비어런스에 앞서 지난 10일 오전(한국시간) UAE(아랍에미리트) 화성탐사선 '아말(مسبار الأمل)'에 이어 같은 날 오후 중국 화성탐사선 '텐원(天問) 1호'가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세계의 화성 탐사 열기가 뜨거운 상황이다.

문 박사는 이 같은 현상을 세 가지로 해석했다. 첫째, 화성이라는 행성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다. 화성의 역사와 한때 살았을지도 모르는 생명체 흔적, 미래 인류 정착 가능 여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둘째, 극한 환경에 맞는 기술 개발의 수혜다. 극한의 온도와 압력, 높은 방사선과 같은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기술이라면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는 이유에서다. 마지막으론 과거 항해시대 때 신대륙을 발견해 지금에 이른 것처럼 지구 경제권을 태양계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폴윤 교수는 "여러 국가의 화성 궤도 진입 성공은 많은 국가와 시민들이 화성 탐사에 관심 갖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류는 화성 탐사를 통해 지구를 넘어 다른 행성에도 거주 가능한 시대를 열고 있다"라며 "대한민국도 향후 있을 달 탐사와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를 통해 얻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화성 탐사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화성 탐사에 있어선 현지에서의 물자 조달이 관건"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땅과 지질, 구성성분 등이 매우 중요하다. 화성의 흙으로 벽돌을 만들고 땅 위에 구조물을 세울 수 있는지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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