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형원자로 스마트 200분의 1 수준
美 2018년 '히트 파이프 원자로'(HPR) 설계
김찬수 원자력연 박사, HPR 기초연구 시작
연료 1번 넣으면 10년간 쉬지 않고 전력생산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18년 달 표면에 설치한 '초소형 원자로' 상상도를 공개했다. [사진=NASA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18년 달 표면에 설치한 '초소형 원자로' 상상도를 공개했다. [사진=NASA 제공]
#1. 1969년 7월 20일 달 표면에 미국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가 착륙했다. 닐 암스트롱은 달 착륙 후 약 6시간 반 만에 착륙선에서 내려 달에 인류 역사상 첫 발자국을 찍었다. 아폴로 11호는 다음날 달 궤도를 벗어나 곧바로 지구로 되돌아오는 비행을 시작했다.

#2. 그로부터 약 50년 뒤 미국은 유인 달 탐사 재개를 선언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을 발표하며 2024년 달 착륙, 2028년 이후 달과 화성에 인류의 거주를 목표했다. 화성 거주와 우주 여행을 목표하는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우주 탐사 기업들도 태동했다. 

유인 우주 탐사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초소형 원자로'가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류의 달·화성 거주는 50여년 전 아폴로 11호가 달을 찍고 돌아오는 일과는 다른 차원이다. 그간 인류는 태양광 패널과 방사성동위원소열전지(RTG)로 우주에서 전력을 생산해왔다. 

그러나 태양광 패널과 '원자력전지'인 RTG는 인간 생존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데 한계를 지닌다. 달은 낮과 밤이 14일 반복되는 특징을 지녀 태양에서 멀어지거나 그늘진 곳에서 태양광을 사용할 수 없다. RTG는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 동력원으로 활용됐지만, 전력 용량이 낮아 요구 전력량이 1kW 이상이면 활용하기 어려워진다. 

◆우주 탐사용 '초소형 원자로' 뭐길래
 

지난 2018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와 로스앨러모스(Los Alamos) 국립연구소가 공동으로 설계한 초소형 원자로. 1m 높이다. [사진=NASA 제공]
지난 2018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와 로스앨러모스(Los Alamos) 국립연구소가 공동으로 설계한 초소형 원자로. 1m 높이다. [사진=NASA 제공]
달과 화성에는 지구처럼 물이 없고, 중력도 작용하지 않는다. 지구에서 물을 냉각재와 감속재로 사용하는 경수형(輕水型) 원자로는 활용할 수 없고, 중력을 고려해 설계한 안전 시스템도 쓸 수 없다. 우주 탐사용 '초소형 원자로'는 물을 쓰지 않고 중력을 활용하지 않는다. 연료를 한 번 넣으면 10년간 전기를 쉬지 않고 생산할 수 있다. 초당 10kW 전력을 생산하고, 원자로 전체 무게는 SUV 차량 2개 정도인 3.5t급이다. 

미국 NASA와 로스앨러모스(Los Alamos) 국립연구소는 2018년 5월 이런 성능을 지닌 우주 탐사용 초소형 원자로를 설계했다. 열전도관(HP·Heat Pipe)을 활용한 원자로다. 열전도관(HP)은 휴대전화나 노트북 PC 등에서 생기는 열을 식히기 위해 이미 활용되고 있다. HPR 내부는 고체 상태이고 펌프와 배관이 필요하지 않아 설계가 단순하다. 기존 원전처럼 물을 활용하거나 가압기가 없어 냉각재 상실사고, 감압사고와 같은 설계기준 사고가 원천 배제된다. 운전원 조치 없이 출력이 조절되는 자율운전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도 지닌다.

당시 미국은 킬로와트(kW)급 전기 출력을 내는 원자로를 개발했다는 의미로 '킬로파워'(kilopower)라는 이름을 붙였다. NASA는 10년간 10kW 전기를 생산하는 초소형 원자로 4기를 설치하면 우주 기지에서 4~6명이 생활하며 탐사 장비를 운용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원자력연도 기초 연구 '박차'
 

김찬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수소연구실장이 대전 본원에 설치된 '선진 한국의 힘 원자력' 탑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는 "한국의 힘, 원자력을 우주에서 뽐내고 싶다"며 "우리나라의 달, 화성 유인 탐사에 첫 번째로 쓰이는 원자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김찬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수소연구실장이 대전 본원에 설치된 '선진 한국의 힘 원자력' 탑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는 "한국의 힘, 원자력을 우주에서 뽐내고 싶다"며 "우리나라의 달, 화성 유인 탐사에 첫 번째로 쓰이는 원자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 다목적원자로기술개발부도 우주 탐사용 초소형 원자로 '열전도관원자로'(HPR·Heat Pipe Reactor) 기초 연구에 나섰다. 

이 원자로는 초당 1kW 전력을 생산하고, 전체 무게는 1.2t급이다. SUV 차량 1개 정도 무게다. 미국에서 개발 중인 원자로보다 작은 배경은 한국형발사체 탑재를 위한 설계 중량이라고 한다. 현재 기초 연구 수준이지만 원자력연도 연료 1번에 10년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를 개발 중이다.

원자로용기 크기는 국내 중소형원자로 스마트(SMART) 200분의 1수준이다(스마트는 기존 원전의 150분의 1 수준). 원자로 전체 시스템 길이는 지름 3m, 높이 5m로 설계 중이다. 원자로용기 직경과 길이는 각각 0.5m와 1m이다. 원자로용기 안에 있는 노심은 직경 30cm, 높이 30cm 수준으로 대용량 참치캔 크기와 비슷하다. 

김찬수 원자력연 원자력수소연구실장은 "달, 화성 등 심우주에서 인간이 자급자족하려면 태양의 도움 없이 열과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은 2027년까지 달 탐사 기지 실증을 목표로 10kW급 HPR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달에서 초소형 원자로가 세 가지 역할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우주 장기 체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실장은 "달에 있는 얼음(H2O)에 전기를 걸어 수소 연료와 산소를 만들 수 있다"며 "원자로 열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은 우주용 kW급 HPR을 먼저 실증하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지상용 MW급 HPR을 개발할 것"이라며 "미국은 지상용 MW급 HPR 개발 과정에서 관련 산업계 기술 제고 등 연계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1MW=1000kW).

현재 초소형 원자로는 국내에서 원자력연을 포함 서울대, KAIST가 개발 중이다. 미국에선 NASA와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일리노이 주립대, 오클로, 웨스팅하우스가 개발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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