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창닫기

양성자·중이온·중입자·방사광···"가속기가 뭐길래?"

목적과 에너지에 따라 크게 입자와 방사광으로 구분
기초연구부터 산업지원, 2030~40년대 韓 주도할 것
고경태 기초지원연 박사 "과학기술은 국가안보와 밀접"
충북 청주(오창)에 들어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방사광가속기 이름은 '오아이스(OASIS). 대한민국 중심에 위치해 기초연구와 산업을 지원하게 된다. <사진=대덕넷DB>충북 청주(오창)에 들어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방사광가속기 이름은 '오아이스(OASIS). 대한민국 중심에 위치해 기초연구와 산업을 지원하게 된다. <사진=대덕넷DB>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용지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연일 언론에 가속기 기사가 쏟아지며 "전 국민이 방사광가속기 전문가"라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돌았다. 최종 선정된 청주 오창은 집값까지 천정부지로 뛰었다. 가속기가 뭐길래 부동산 가격까지 요동치게 하는 걸까. 실제 가속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가속기는 양성자, 전자, 중이온 등 전하를 띤 입자를 가속, 충돌시키는 장치다. 전기장을 일정하게 걸어 입자를 빛의 속도까지 가속시킨다. 가속기의 명칭은 일반적으로 전하를 띤 입자가 무엇인가에 따라 구분한다. 때문에 알기 쉽게 양성자, 중이온, 중입자, 방사광 가속기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이들 가속기는 가속 후 무엇을 활용하는가에 따라 크게 입자가속기, 방사광가속기로 구분하기도 한다. 양성자, 중이온, 중입자 등 입자를 다른 입자나 물질에 충돌시켜 입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면 입자가속기, 가속 후 다양한 에너지의 빛을 생산해 활용하면 방사광가속기라 한다.

고경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소재분석연구부 선임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국민적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가속기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 가속하는 입자에 따라 양성자, 중이온, 중입자 등 입자가속기

고경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소재분석연구부 선임연구원.<사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고경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소재분석연구부 선임연구원.<사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입자가속기부터 살펴보자. 이는 가속하는 입자에 따라 양성자, 중입자, 중이온 가속기로 분류한다. 양성자가속기는 양성자 수 1개로 주기율표 첫번째인 수소 이온을 가속하는 장치다. 수소에서 전자와 양성자를 분리해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양성자가 물질에 부딪혀 쪼개지면서 나오는 소립자를 관찰한다. 반도체, 소재 연구와 암치료에도 쓰인다.

고양 국립 암센터에 설치된 양성자가속기(양성자 치료장치)는 230MeV(메가일렉트론볼트, 백만전자볼트)까지 가속된 양성자를 암세포에 쪼여 치료한다. 100MeV의 경주양성자가속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로드맵에 의하면 200MeV까지 성능이 향상될 예정이다. 1GeV급 양성자가속기로는 중성자, 동위원소를 만드는 실험도 가능하다. 국내는 양성자치료기를 수입해 사용해 왔다. 이번 정부의 로드맵으로 국산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이온가속기는 가벼운 양성자나 헬륨을 제외한 이온을 가속시키는 장치다. 가속기의 형식은 비슷하지만 질량이 커 강력한 전자기장 필요하다. 중이온가속기는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탄소, 우라늄 등)를 이온화 해 매우 빠르게 가속한 후 표적 원자핵에 충돌해 핵반응을 일으켜 다양한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한다. 핵물리 연구 등 기초과학 연구와 응용연구(중이온, 암치료, 신품종개발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내에 건설중인 '라온'이 중이온가속기다. 라온을 활용해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고 우리나라 과학자 이름을 딴 미발견 원소가 주기율표에 올라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비슷한 이름의 중입자가속기는 수소보다 무거운 중입자를 가속한다. 주로 암치료에 효과가 높은 탄소를 가속해 활용한다. 중입자가속기는 탄소입자를 빛의 70%정도까지 가속해 암 환자에게 쪼여 암세포를 파괴한다. 기존 방사선에 비해 암세포 살상 능력이 높고 정밀해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한다고 알려지며 암환자에게는 꿈의 가속기로 알려져 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의하면 간암 90%, 전립선암 100%, 폐암 80%, 재발암 약 42%의 완치율을 보인다. 일본이 6개, 독일, 중국, 이탈리아가 각 1개씩 보유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독일, 오스트리아가 신설을 추진 중이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은 중입자가속기센터를 통해 관광산업까지 성공시킨 사례로 손꼽인다.

◆ 전자 가속해 나오는 X선을 이용하는 방사광가속기

방사광가속기는 가장 가벼운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켜 빛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자가속기라고도 한다. 전자는 생성하기 쉽고 수소이온보다 1800분의 1이 가벼워 빛 속도의 99.9%이상까지 가속할 수 있다. 가속시킨 전자를 이용해 생성한 빛은 태양 빛 밝기의 100억배에 달한다. 자기장을 이용해 전자의 운동방향을 휘게하여 만든 빛으로 원자, 분자 수준의 근원적 구조를 관찰할 수 있어 '초고성능 거대 현미경'으로 부른다. 방사광가속기는 다양한 용도에 활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가장 크다.

최초의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원형으로 돌렸다. 오늘날 가속기의 할아버지뻘인 사이클로트론(Cyclotron)으로 입자를 전기장의 방향을 바꿔가며 가속시킨것이다. 단순히 입자를 가속하는 장치였지만 오늘날 고에너지 물리학분야가 생길 수 있는 기반이 됐다.

현대적 가속기는 선형 혹은 원형 가속장치와 가속된 전자를 같은속도(에너지)로 가두는 저장링으로 이뤄져 있다. 이 저장링에서 등속운동을 하고 있는 전자를 밴딩마그넷(굽힘자석)을 이용해 방향을 바꾸어 원형 궤도를 유지하게 된다. 이 때 밴딩마그넷에서 전자가 방향을 바꿀때 넓은 에너지영역의 X 선이 방출된다. 이 X 선을 이용하고자 전용 전자가속기를 건설하게 되는데 이것이 2세대 방사광가속기이다. 2세대 가속기를 이용한 연구가 활발해지며 1980년대 건설도 크게 늘었다. 연구진은 향상된 실험을 하기 위해 삽입장치를 제작, 직선구간에 장치를 넣고 주기적으로 굽힘자석 역할을 하게 해 원하는 X선을 확보하게 된다. 삽입장치는 원하는 X선의 에너지, 강도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진다. 이를 3세대 가속기라 한다.

그러나 3세대로 연구하면서 더 좋은 빛의 성질을 필요로 하게 된다. 광전자분광, 비탄성분광, 분자결정학 등에서는 조사시간이 짧고 데이터를 빠르게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 밝고 더 집중된 빛이 필요해진 것이다. 최근에는 X선을 이용해 다양한 이미징 시험을 하고 있다. X선을 이용해 복잡한 물질의 이미징이 필요해지면서 X선의 결맞음이 더욱 중요해 졌다. 하지만 많은 수의 전자가 넓은 단면적으로 돌다 나오면 결이 완벽하게 맞지 않는다.

고경태 박사에 의하면 그래서 4세대인 피코미터(1피코미터는 10^-12 m)급 방사광가속기가 필요해졌다. 예를 들어 유럽의 유명한 ESRF 가속기의 경우 광원의 크기(전자빔의 크기)를 4000에서 133피코미터로 10분의 1 이하까지 줄였다. 이러면 전자빔이 작아져 결맞음이 높아진다. 광원이 작아져 빛도 뭉쳐져 나와 세기도 강해진다. 미국을 비롯해 과학기술 선진국들은 피코미터급 방사광가속기 신규 구축과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다.

가속기는 미, 일, 중, 독, 대만 등 주로 과학 선진국들이 다수 보유하고 있다. 가속기는 파급효과가 커 기초과학, 의학, 응용과학 등 활용 분야 폭이 넓다. 빔 라인마다 반도체, 소재, 생명, 의약 등 산업분야별 파급효과가 크다. 우리나라도 포항가속기가 건설되며(3세대) 한국의 화학, 물리 분야 에서 선진국과 대등한 논문이 나오게 됐다.

1994년(1989년 착공) 완공된 포항방사광가속기는 선형가속장치에서 전자를 30억 전자볼트(3GeV)까지 가속시킨다. 선형가속기에서 가속된 전자를 초고진공 통로에 저장시키는 둘레길이 281m의 저장링, 방출된 방사광을 이용해 실험하는 35개 빔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에는 각국에서 피코미터급(4세대) 가속기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고경태 박사는 2026년부터 각국이 피코미터급 가속기를 활용한 연구가 활발해 질 것으로 예측했다.

충북 오창에 들어서는 피코미터급 다목적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4GeV(40억 전자볼트)로 전자를 가속, 저장한다. 태양빛 밝기보다 약 1조배 밝은 광선으로 찰나의 순간도 포착하며 기초과학, 산업계 활용이 기대된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도 미국 스탠퍼드대가 보유한 방사광가속기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 개발했다. 오창 방사광가속기는 초기 약 10기의 빔라인이 설치될 예정이며 최종적으로 40~60기의 빔라인이 설치될 것으로 알려진다. 동시에 40~60개 만큼의 실험실을 확보하는 셈으로 연구자, 기업 등 다양하게 활용도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고 박사는 "우리는 산업발달이 빠르게 이뤄지며 한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응용연구는 높은 수준에 있다. 지난해 일본의 소부장 수출규제로 기초과학의 필요성이 중요해졌다. 그래서 가속기 건설도 속도를 내는 것"이라면서 "한국의 고도성장은 위(산업, 응용)에서 아래(기초)로 내려가는 방식이다. 방사광가속기가 건설되면 기초 과학을 튼튼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2030년대 2040년대 한국 과학계의 실험 분석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사광가속기 예산이 1조원 규모인데 이는 과학기술의 고속도로로 과학선진국으로 가기위한 기반이다. 고속도로 설치 비용도 많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며 "이번 코로나에서 알 수 있듯이 과학기술은 국가의 전력으로 국가안보와 밀접하다. 위급상황에서 과학기술이 대응할 수 있다. 피코미터급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가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길애경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