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 우주 경쟁...과학기술력 과시
과학은 미지 영역 개척, 미래 여는 분야
바이든, 리커창 언어에는 '미래'가 존재
지도자가 과학계 추켜 세우고 지속 관심
문 대통령 4년은 정치·법조, 과거에 갇혀
극적 장면에 앞서 시계를 되돌려 보고자 한다. 문 대통령이 이끄는 국정 중심에 과학은 있었나. 안타깝게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많다.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 방문은 손에 꼽힐뿐더러 과학자들을 향한 격려와 지지의 메시지는 찾기 힘들다. 과학계에 대한 애정, 연속성을 지닌 현장 방문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과학계 일각에선 LH 사태를 맞아 정국 전환용, 일회성 방문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국은 정치, 법조가 우선인 나라다. 과학은 뒷전이었다. 국내에서 정쟁 싸움에 골몰할 때 해외는 우주 개척에 열을 올렸다. 미국은 물론 우리 역사에 아픔을 줬던 중국과 일본은 우주 탐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지 개척이 곧 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언어에는 과학이 있고 미래가 있다. 그곳에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이 있고 꿈이 있고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바이든 'Science First'
바이든 대통령은 과학이 지니는 힘과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리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발견하고, 이전에 없던 기술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미래 세대에게 도전 정신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에게 줄곧 "여러분은 수백만 젊은 미국인들에게 꿈을 심어줬다"고 격려해왔다.
미국은 최근 화성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지난달 18일 미국 NASA가 개발한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영어로 인내)는 화성에 무사 착륙했다. 이 로버는 검붉고 광활한 황무지인 화성에서 지구로 바람 소리를 보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학자들에게 "여러분들은 가장 미국적인 방식으로 일을 해냈다"며 "과학을 믿었고 고된 노력을 믿었으며 마음을 함께 모은다면 할 수 없는 일을 여러분이 보여줬다"면서 과학계에 신뢰와 애정을 표했다.
국정 전면에는 과학계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지난 1월에는 "우리는 세계적 과학자들을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라며 "그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연구하며 나와 부통령, 그리고 국민들에게 직접 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과학을 앞세워 우주 개척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감염병, 기술 패권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리커창 '十年磨一劍'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과학기술을 대하는 자세 자체가 결연하다. 그는 올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14차 5개년 계획(2021~2025) 원년을 맞아 "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10년 동안 단 하나의 검을 간다)의 각오로 핵심 과학기술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과학기술 종사자들이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부담을 확실하게 덜어주겠다"며 "국가 실험실을 더 많이 짓고 전략적 과학기술 능력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당시 리커창 총리는 국가가 전략적으로 육성할 8대 산업, 7대 과학기술을 발표했다. 미국과 패권 경쟁뿐만 아니라 동북아에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과학기술·산업 자립화로 돌파구를 모색한 것이다. 여기에 우주 굴기로 달과 화성으로 가기 위해 국력을 동원 중이다. 달은 1t당 50억달러 가치가 있는 헬륨3가 100만t 이상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화성은 무궁무진 가능성의 땅이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화성 탐사선 톈원(天问) 1호는 화성 주위를 여정 중이다. 중국이 화성 탐사에 시동을 본격적으로 걸기 시작한 건 2006년이다. 화성 탐사 5개년 계획(2006~2010)을 시작으로 여러 실패를 겪었지만 톈원 1호를 개발해냈다.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하고, 달 샘플을 지구로 가지고 귀환한 창어(嫦娥)도 우주개발 굴기를 향한 중국의 집념이다.
◆문 대통령, 과학이라는 미래 언어를
이웃나라 일본도 우주 개척에 여념이 없다. 지구에서 3억km 이상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서 토양 표본을 가져왔다. 그런데도 '우주 소(小)국'이라는 표현을 쓴다. 일본의 우주개발전략본부장은 총리다. 사실상 국가 지도자가 우주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우리 역사에서 아픔을 줬던 국가인 만큼 우리도 긴장감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 더 나아가 과학은 막대한 예산이 든다. 당장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아 국정 철학이 없으면 쉽사리 결단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 때문에 과학은 국가 지도자가 직접 챙겨야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남은 1년이라도 일회성이 아닌, 이제라도 과학계의 지속적 관심을 통해 후대에도 남을 씨앗을 뿌려야 하지 않을까.
한국의 지난 4년은 정치, 법조가 작동하는 시대였다. 과학은 언제나 후순위였다. 정치와 법조는 주로 현실 내지 과거 문제를 다룬다. 그러나 과학은 미래의 영역이다. 과학을 통해 미지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척은 곧 힘이다. 주도권을 준다. 세계 각국에서 과학기술·산업 자립에 나서겠다고 주창하는 이유다. 과학은 해볼까 말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미래 생존과 직결된 절박한 실천의 영역이다. 이제라도 과거보단 미래와 진검승부에 나서길 바랄 뿐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퍼시비어런스 착륙 영상. [영상=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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