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취임 전부터 백악관 과학팀 7인 구성
기후변화 총력···기후 차르(Czar·황제), 특사 보직 신설
질병통제예방센터·보건복지부·초고속작전 수장 교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내세운 문구. 미국은 앞으로 글로벌 지위 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진=백악관(White House)]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내세운 문구. 미국은 앞으로 글로벌 지위 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진=백악관(White House)]
자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잃었던 미국이 '캡틴' 지위 회복에 나섰다.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당면 국정과제 7가지 중 글로벌 지위 회복을 명시하며 취임 첫날부터 파리기후협약·세계보건기구(WHO) 복귀를 공식화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차별화 전략 핵심은 과학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정 선봉에 과학계 인사를 내세우고 있어 그 인물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 기후변화 등을 시급한 조처가 필요한 국정 우선과제로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백악관에는 '과학팀'까지 꾸려 전문가 7명을 지명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과학은 언제나 우리 행정부의 전면에 있을 것"이라며 "세계적 명성을 가진 과학자들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과학, 근거, 사실에 기반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과학계 내각 인사들은 공식 임기를 시작하기 전 미국 상원(US Senate) 임명 동의가 남았다.

◆백악관 과학팀 7人
 

미국 백악관 과학팀 7명 구성. [사진=바이든 대통령 인수위원회]
미국 백악관 과학팀 7명 구성. [사진=바이든 대통령 인수위원회]
①에릭 랜더(Eric Lander)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OSTP·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을 장관급으로 격상했다. 과학기술정책실장으로는 에릭 랜더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를 지명했다. 그는 과학기술정책실을 이끌면서 내각에선 '대통령 과학보좌관'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과학기술정책실장 자리는 대통령에게 핵무기를 비롯 원자력과 핵 관련 이슈를 조언하는 자리여서 주로 물리학자가 맡아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을 맞아 생명과학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랜더 신임 실장이 지명됐다.

랜더 신임 실장은 수학자이면서 유전학자로서 인간 게놈(유전체) 프로젝트 권위자다. 그는 MIT 생물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메사추세츠 캠브리지의 게놈 연구 센터인 '브로드 연구소'(Broad Institute)를 설립해 최근까지 소장을 지냈다. 하버드 의과대학 시스템 생물학 교수를 겸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는 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②앨런드라 넬슨(Alondra Nelson)

과학기술정책실 부실장 자리에는 앨런드라 넬슨(Alondra Nelson)이 지목됐다. 그는 사회과학연구위원회(SSRC·Social Science Research Council) 의장이자,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사회과학 교수였다. 이전에는 컬럼비아 대학 사회학 교수로 재직했고, 사회과학부 학장을 역임했다. 그는 주로 과학기술과 사회 불평등 문제와 생명윤리의 사회학 등을 연구해왔다. 넬슨 신임 부실장은 대중에 익숙한 인물이다. 그동안 과학, 기술, 의학, 사회적 불평등을 탐구해 책과 기사들을 다수 출판했다.

③마리아 주베르(Maria Zuber)

대통령과학기술 자문위원회에는 공동 위원장 두 명이 지명됐다. 마리아 주베르(Maria Zuber)와 프랜시스 아널드(Frances H. Arnold)다. 주베르 신임 위원장은 MIT 지구물리학 교수이자 연구 부총장을 맡고 있다. 그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선 미션을 이끌었다. NASA에서 달의 중력지도를 만들고, 내부 구조를 연구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NASA 임무 10개를 이끈 바 있다. 

④프랜시스 아널드(Frances H. Arnold) 

아널드 신임 위원장은 2018년 효소의 방향적 진화(directed evolution of enzymes)를 연구해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화학·생화학·생명공학을 가르쳤다. 이와 함께 로젠 생명공학 센터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널드 신임 위원장은 과학, 의학, 공학 국립 아카데미에 모두 선출된 최초의 여성이기도 하다. 

⑤케이 고이즈미(Kei Koizumi)

과학기술정책실 비서실장 자리에는 케이 고이즈미(Kei Koizumi)가 지명됐다. 고이즈미는 미국 과학진흥협회에서 과학정책과의 선임 고문(Senior Advisor)이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연방 연구 개발 부국장이자 과학기술정책국의 수석 고문을 한 경력이 있다. 

⑥나다 존스(Narda Jones)

과학기술정책실 입법 담당 부장(OSTP legislative affairs director)은 나다 존스(Narda Jones)가 맡을 예정이다. 그는 최근까지 미국 상원 위원회에서 과학, 상업, 교통 분야의 수석 기술정책 고문으로 활동했다. 이전에는 연방 정보통신 위원회에서 10년이 넘도록 일해왔다.   

⑦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S. Collins)

국립보건원(NIH) 수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원장을 역임했던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S. Collins)가 진두지휘한다. 콜린스는 오바마 대통령 때 제16대 NIH 국장에 임명됐고(2009년), 2017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낙점해 그 역할을 계속했다. 콜린스는 질병 유전자를 발견하고,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이끈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NIH에 들어가기 전에는 1993년부터 2008년까지 국립 인간 게놈 연구소 소장으로 일했다.

◆기후변화 대응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기후변화 대응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올렸다. 이를 위해 미국 기후 차르(czar·황제)와 기후 특사 보직을 신설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보직 신설까지 한 건 기후 변화 대응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기후 차르는 연방 기관들과 협력해 기후 변화와 관련된 문제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 특사는 파리기후협약 체결 당시 이를 주도한 존 케리(John Kerry)가 지명되며 관심이 쏠리고 있다.

⑧지나 맥카시(Gina McCarthy)

기후 차르에는 지나 맥카시(Gina McCarthy)가 지명됐다. 맥카시 최고책임자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미 환경보호청(EPA)을 이끌었다. 퇴임한 뒤에는 최근까지 뉴욕시 환경보호단체에서 활동했다. 맥카시는 환경보호청장으로 있던 시절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기 위한 청정 전력 계획을 포함해 여러 기후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 정책들은 약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⑨존 케리(John Kerry)

기후 특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하면서 국제 기후 협상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케리 전 장관은 2004년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냈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국무장관을 지냈다. 국무장관 이전에는 상원 외교위원장을 4년간 맡기도 했다. 

특히 케리 특사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할 때 이를 주도한 미국 정부 대표였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다수 언론은 케리 전 장관 역할은 기후변화 대응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케리 특사가 장관급 위상을 지니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정책 전반에 대한 조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⑩마이클 리건(Michael Regan)

환경보호청은 온실가스 배출 제한 규정을 제정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환경보호청 신임 청장으로 지명된 마이클 리건(Michael Regan)은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9년 이상 대기질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이후 환경보호기금에서 8년, 노스캐롤라이나 환경 품질부에서 4년 일했다. 리건 신임 청장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부서 최초 환경청 자문위원회를 설립하고, 화학규제, 발전소 오염 현장 교정 등에 힘썼다. 

⑪제니퍼 그랜홀름(Jennifer Granholm)

미국 에너지부(DOE) 수장으로는 제니퍼 그랜홀름이 지목됐다. 에너지부는 첨단 재료, 재생에너지 등을 연구하는 17개 국가 연구소 네트워크를 관리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주요 기관으로 여겨 보는 곳이다. 그랜홀름 신임 장관은 미시건에서 법무장관을 지냈고,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주지사를 두차례 역임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와 함께 미국 자동차 산업이 더 깨끗한 자동차를 만드는 것에 투자하도록 정책을 수립한 바 있다

◆코로나19 대응

⑫데이비드 케슬러(David Kessler)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젝트 '초고속 작전' 수장은 데이비드 케슬러(David Kessler)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맡는다. 케슬러 신임 최고책임자는 1990년 11월부터 1997년 2월까지 FDA 국장을 맡았다. 그는 소아과 의사로 일했고, 예일 의과대학 학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FDA 국장 시절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치료제 승인 과정을 총괄했다. 이와 함께 담배 규제에도 앞장선 바 있다.

⑬로첼 왈렌스키(Rochelle Walensky)

코로나19 방역 컨트롤타워였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이 떠나고 로첼 왈렌스키(Rochelle Walensky) 국장이 새로 자리한다. 왈렌스키 신임 국장은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20년 가까이 항레트로바이러스(antiretroviral drugs)를 전문으로 했다. 이 병원에서 감염병 과장을 역임했다. 그는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후천성면역결핍증 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사태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과학 기반 의사 결정의 필요성에 대해 거침없이 직언했다. 

⑭하비에르 베세라(Xavier Becerra)

보건복지부(HHS) 수장은 하비에르 베세라(Xavier Becerra)가 맡는다. 그는 10년 이상 미국 하원에서 캘리포니아를 대표했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2017년 그를 카말라 해리스 현 부통령 후임 법무장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법원 앞에서 미국 건강보험 보장과 환자 보호를 확대하는 법안을 늘려야 한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⑮정권 무관, 인물 신임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인물들을 대거 등용했지만, 이전 정권 과학계 인물들을 신임하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그렇다. 파우치 소장은 1984년부터 NIAID를 이끌고 있으며, 지난해 네이처가 '과학의 수호자'라며 올해의 10대 인물로 선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우치 소장 유임과 대통령 수석 의료자문관 보직을 요청했고, 이를 파우치 소장이 받아들였다. 파우치 소장은 차기 행정부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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