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 미래 리더십 진영 아닌 '과학' 부각
이광재 의원 KAIST 방문...과학, 지역 창업생태계 강조
김동연 이사장 생명과학, 그린정책, 기업가정신 언급
윤석열 전 검찰총장,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 방문

왼쪽부터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원주시갑),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여야 대권 잠룡들이 '과학'의 중요성을 인지하며 현장 방문과 '과학' 열공 중이다. [사진=대덕넷 DB, 뉴스1]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2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대권 잠룡들이 과학 공부로 내공쌓기에 들어갔다. 이전 대통령들이 과학의 중요성을 피상적으로 언급한 것과 달리 '과학'을 앞세워 실질적인 전략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과학·공학이 미래를 여는 분야인 만큼 대권 잠룡들의 미래 지향적 리더십에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정에 '과학' 전진배치 공언

여야 대권 주자들의 과학계 밀착 행보는 지난 18일부터 본격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앞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국정 중심에 과학이 있어야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공교롭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취임 이래로 자국 우선주의를 내려놓고 과학 우선주의를 앞세워 이전 행정부와 차별화 노선을 걸었다. [바이든의 'Science First' 관련 기사 ]

원희룡 지사는 당시 "국가의 미래 어젠다를 결정할 땐 과학자와 긴밀히 상의해야 한다"며 "제가 과학자는 아니지만 과학을 중시하고 과학자와 소통을 일상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 리더십은 개인적 고집과 이념, 진영이 아닌 과학에 기반해야 한다"며 "과학을 정치의 하부 영역으로 여기는 부분을 바로 잡는 일을 하겠다"고도 했다. 

원 지사는 2014년 7월 제주도지사로 취임한 이래로 2030년까지 탄소 배출제로 계획을 선포한 바 있다. 제주는 그간 미래 기술 실증 공간으로 거듭나며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 보급률 전국 1위가 됐다. 현재 제주는 전기차 2만3000여 대, 재생에너지 보급률 16%를 기록 중이다.

◆과학, 지역 생태계 앞세우며 '대전환' 로드맵

21일에는 '노무현의 남자'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원주시갑)이 KAIST 대전 본원을 방문했다. 그는 1988년 23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40대에 국회의원, 45세에 최연소 강원도지사가 됐고, 이후 정계를 떠나 민간 싱크탱크인 재단법인 '여시재'를 출범시키고 기관을 이끌어왔다. 

그는 KAIST를 방문해 중앙정부 주도의 Top-down 방식이 아닌, 지방 경쟁력 기반의 Bottom-up 방식으로 지역이 발전해야 한다며 KAIST 일대가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변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노 전 대통령의 균형 발전론은 계승하면서도, 중앙 주도가 아닌 지방의 자생력을 통한 균형 발전이라는 한 차원 높은 전략을 내세웠다.

이 의원은 KAIST에서 "대한민국이 창업 국가로 발돋움하고 KAIST 기반 대전-세종 지역이 창업 허브가 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수도권 일극체제를 벗어나 다극체제로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간 분석한 자료를 통해 산업은행의 창업은행화, 지역형 펀드 조성을 통한 창업 생태계 조성, KAIST와 충남대를 연계한 '대학·산업·주거' 고밀도 개발 등 대전환 발상을 내놨다. 그는 또 과학계에 필요한 의견을 청취하고 법안 개정 등을 약속했다. 

이 의원은 온라인 미디어 '피렌체의 식탁'에서 '국력은 경제력에서 나오고 경제력은 과학기술과 기업에서 나온다'는 강대국의 흥망(폴 케네디 著) 책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 의원과 의사소통했던 과학계 인사들은 그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생명과학, 반도체 분야 현장 방문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 3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찾아 '생명과학' 전문가에게 관련 지식 트렌드를 파악했다. 그는 당시 "생명과학, 그린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생각한다"며 "보수·진보를 넘어 미래를 봐야 한다"고 했다. 또 기업가형 국가로 변모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전 부총리는 현재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에서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 단체 비전은 '자기 찬스로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다. 그는 과거 부친 작고 이후 청계천 판잣집에서 소년 가장 노릇을 하며 주경야독하며 국내의 대표 '경제 전문가'가 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19일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수급난이 국가 기간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연구개발 현장을 방문해 전문가들과 해법을 모색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당시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석좌교수와 이종호 교수 안내로 4시간가량 시설 견학과 반도체 관련 질의응답을 나눴다. 그는 웨이퍼, 포토레지스터, 반도체 인력 양성방안 등에 대해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대권 주자들이 정치, 법조 등을 핵심 어젠다로 내세운 것과 달리 차기 대권 주자들이 과학 공부에 나서며 차별화 노선을 걷고 있다. 특히 세계정세가 과학과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정치권도 '과학'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인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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