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KAIST 대전 본원 방문
"탈원전 반드시 재고돼야"
"과학기술 국가운명 좌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 방문 이후 낮 12시부터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석·박사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김인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 방문 이후 낮 12시부터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석·박사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김인한 기자]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6일 '윤석열의 정치에 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을 묻는 본지 질문에 "과거 대한민국이 수출 입국으로 나아갔듯 새로운 기술 혁명 시대에선 과학기술 입국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낮 12시 KAIST 대전 본원 기계공학동에서 '탈원전 반대 2030 의견청취 간담회'를 비공개로 개최한 직후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며 이같이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은 "(과학에 대한) 정책을 말씀 드리긴 이르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정책이라는 건 현재의 문제가 어느 정도 진단되고 그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나오는 것"이라면서 "현재는 (여러 현안을) 국민들께서 어떻게 인식하는지 의견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원전 반드시 재고돼야"

그는 간담회 소감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꿈과 희망을 가진 학생들이 겪는 혼란과 방황에 대해 이야기 들었다"면서 "가슴이 아프면서도 나라를 위해 계속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원전을 포함해 국가의 산업 경쟁력과 국민 삶에 깊은 영향을 주는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검토와 국민 합의를 거쳐야 한다"면서 "탈원전 정책이 급작스럽게 이뤄진 건 문제이고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또 "원자력 에너지는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위험천만한 일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친환경, 탈탄소라는 측면과 국가의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차산업혁명, 새로운 기술혁명 시대는 전기 소비량이 급증한다"면서 "탈원전은 조급하게 쉽사리 추진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 전 총장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정치 입문 계기가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검찰이 지난해 10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을 수사하자 정부와 여당이 대통령 공약사항을 사법 판단 대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배경에서다.

◆"공학도의 꿈, 정치가 적폐로 만들어"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석·박사생 3명은 탈원전 정책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털어놨다. 장예찬 시사평론가(윤석열 청년참모) 진행으로 김지희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KAIST 졸업생), 조재완 KAIST 박사생, 구현우 KAIST 석사생이 윤 전 총장과 1시간 넘게 탈원전 정책의 비합리성을 이야기 나눴다. 간담회는 모두발언 공개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구현우 석사생은 모두발언에서 "미래 에너지를 책임진다는 꿈으로 학과에 진학했지만, 탈원전 정책이 시작되고 저희의 꿈은 일종의 적폐가 됐다"며 "탈원전 정책이 공학도의 꿈을 빼앗았다"고 비판했다.

조재완 박사생은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위해 전기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탈원전으로 전기세가 상승하면 경제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지희 원자력연 박사는 "소형모듈원전 설계는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 이를 건설할 수 있는 제조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탈원전으로 명장들이 이탈하고 있어 아무리 원전 설계가 뛰어나도 기기 자체를 만들 수 없고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이에 대해 "원전 관련 기술자는 거의 명장 수준으로 최고 기술자만 하는 일로 안다"면서 "원전 산업 생태계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고, 전문가들로부터 미국의 원전 설계 능력이 뛰어나지만 제조능력이 없어 경쟁력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구현우 석사생, 조재완 박사생의 발언을 요약하고 자신의 생각을 첨언했다.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는 1980년 설립 이래로 박사 졸업생 총 483명을 배출한 원자력 인재 산실이다. 그러나 통상 매년 20여 명 이상이 학과로 진학했지만, 탈원전 정책 시행 이후 5년간 평균 6명만 진입했다. 학계·업계에선 석박사 인력으로 성장할 학부생 인재의 씨가 마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 윤 전 총장 6일 대전 방문 키워드와 '말말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6일 오후 3시 대전 유성구 라도무스 아트센터 연회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 방문을 시작으로 KAIST 바이오 전문가 회동, 원자력 간담회, 만민토론회를 차례로 소화하고 기자간담회에 임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6일 오후 3시 대전 유성구 라도무스 아트센터 연회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 방문을 시작으로 KAIST 바이오 전문가 회동, 원자력 간담회, 만민토론회를 차례로 소화하고 기자간담회에 임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윤 전 총장의 대전 방문 키워드는 '안보·산업·과학·지역'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 현충탑에 참배한 뒤 천안함 46용사 묘역, 한주호 준위 묘소, 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그는 참배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현충원에 잠들어 계신 순국선열들을 뵙고 나니 국가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결의와 각오가 새로워진다"며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지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참배 이후에는 KAIST를 방문해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와 비공개로 회동했다. 이어 탈원전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는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석박사생에게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공교롭게 간담회 진행 장소는 두산중공업 지원으로 만들어진 '두산 강의 홀'(Doosan Lecture Hall)이었다. 그는 간담회 이후 기자들에게 원전 산업 생태계 붕괴에 대한 우려감을 표했다. 이어 KAIST 인근 호프집에서 열린 만민토론회 참석 후 기자간담회장으로 이동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과학에 대한 소신도 처음으로 밝혔다. 그는 KAIST 원자력 간담회에서 과학에 대한 소신을 짧게 밝힌 뒤 오후 3시 외부에서 개최된 기자 간담회에서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개했다. 아래는 본지 과학 질문에 대한 답변과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Q. 정치권이 과거 소모적인 논쟁을 넘어 과학기술과 경제라는 미래 지향적 담론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소회는.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새로운 기술혁명 시대에는 첨단 과학기술이 한 국가의 운명을 절대적으로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이라는 건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자들 노력뿐만 아니라 그분들의 연구와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사회·경제적 인센티브와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일이 함께 필요하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그들이 노력한 데 따른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게 하는 건 과학기술 역량을 함양시키는데 결정적인 여건이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린 공정과 상식이라는 건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제도적인 여건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철학적 기반이다. (과학기술은) 국가가 끌고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60년대 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집중해야 할 산업을 정부가 특정해서 각종 금융 자원과 인재 등을 집중 투입했다. 그 시대에선 정부 주도 발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어떤 산업을 육성시킨다는 것보다는 민간 분야에서 자율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규제 혁신이나 세제 혜택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민간 분야에서 과학기술 발전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는 제도를 잘 구축해서 지원하는 역할이다. 그렇지만 민간 시장 논리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 역시 정부가 풀어야 한다. 정부는 가능하면 한 발 빠지고 혁신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산업 기술을 발전 시켜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비전은.

지역균형발전이 실패한 원인은 정부 주도로 추진하다 보니 지역민들이 실질적인 이익을 느끼지 못한 거라고 본다. 시장 방식, 민간 주도가 아니고 정부 주도로 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정부 주도로 가는 건 아니라고 본다. 예를 들면 공기업이나 정부 부처를 지역으로 옮기면 교육 문제 때문에 가족은 수도권에 살고 아버지만 지역에 정주한다. 이런 식으로는 지역 균형 발전이 안 된다. 교육 여건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지역에 굴지의 기업들이 하나씩만 들어와도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족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들이 스스로 특정 지역에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기업이 내려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하고 가장 큰 부분이 교육제도라고 생각한다. 

Q. 국회의사당 세종시 이전 가능성은.

국회 이전 문제는 시기나 방향에 대해선 조금 더 봐야 하지 않겠나.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크게 봤을 땐 의회와 행정부처가 지근거리에 있어야만 의회주의가 구현되고 행정 효율성을 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회와 행정부처 거리가 너무 떨어져서 소통에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어 이전 추진을 생각하는 분이 많다.

Q. 충청대망론에 대한 소회는.

충청대망론은 옳다 그르다 판단할 문제는 아닌 거 같고 지역민의 정서라고 생각한다. 저는 서울에서 교육 받았지만 저희 부친과 사촌들 뿌리는 충남에 있다. 저희 집안이 논산 노성면에서 집성촌을 이루면서 500년을 살아왔다. 저희 부친이 논산에서 태어나셨고, 부친 형제분들이 지금까지 충청권에 살고 있다.

Q. 청년층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낮은 청년 지지율 의식한 건지.

정치 활동하면서 지지율을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이 25% 이상이라고 한다. 청년들이 직장을 통해 정상적으로 사회에 편입돼야 그다음 결혼도 하고 삶이 전개되는 데 우리 청년 세대는 많은 좌절과 방황을 하고 있다. 역대 어느 세대보다 지금 청년 세대가 가장 경쟁력 있고 우수하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화돼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큰 역할 할 수 있다. 청년층 사기를 북돋고 그들이 기여할 여건을 만드는 게 기성세대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Q. 이재명 경기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철학과 세계관을 공격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진보든 보수든 중도든 어떠한 생각도 자유민주주의라는 큰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과 정부 주요 인사들의 역사관 내지는 철학이 과연 자유민주주의라는 큰 틀 안에서 있는 건지, 벗어나 있다면 대한민국에 놓인 현안 해결과 미래를 설계하는데 과연 도움이 되는 역사관인지는 현실적으로 짚어봐야 한다. 이 지사와 역사적, 국제법적 논쟁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방문한 국립대전현충원은 지지자들 수백명이 몰렸다. 참배 이후에도 지지자들과 기자들에 둘러 싸여 차량 탑승에 시간이 걸렸다. 윤 전 총장은 현충원 참배 뒤 방명록에 '목숨으로 지킨 대한민국 공정과 상식으로 바로 세우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작성하기도 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방문한 국립대전현충원은 지지자들 100여 명이 몰렸다. 참배 이후에도 지지자들과 기자들에 둘러 싸여 차량 탑승이 지연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현충원 참배 이후 방명록에 '목숨으로 지킨 대한민국을 공정과 상식으로 바로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사진=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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