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명소정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생
생명과학 전공 대학생이 본 코로나19 팬데믹上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난해에 이어 사스코로바이러스-2(SARS-CoV-2)의 과학적 이해와 극복 방안 모색을 위한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를 연재합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최근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이러스 변이와 백신‧치료제 개발 관련 연구동향과 쟁점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IBS 과학자들과 국내 전문가들이 전달하는 최전선의 지식과 정보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종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 과학 리포트2 바로가기> |
새로운 바이러스의 유행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는 '겨울이 끝나면 자연스레 사라지겠지'라고 생각했었다. 이것이 근거 없는 믿음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1년이 넘게 지난 지금, 이제는 누구도 이 사태가 금방 진정될 거라고 말하지 않는다.
발표가 끝난 뒤 교수의 질문에 우리는 모두 벙찐 상태가 됐다. '네가 투자자라면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와 '얼마나 투자해야 백신 연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등의 질문에 대해 어떤 것에도 대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 학생들은 백신의 안정성이나 과학적 예방 효과에만 초점을 두고 해답을 찾으려 했을 뿐이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팬데믹 극복을 위해서는 현장 과학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 넓은 시각에서 상황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회사의 백신 개발 성공 확률은 물론, 개발 이후의 보관·이송 비용 등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교환학생 경험은 과학의 문제를 사회적 관점에서도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대로 돌아온 뒤에 또 한번의 좋은 기회가 생겼다. 지난해 가을학기에 진행된 '서울대 기초교육원 학생자율세미나'다. 이 세미나는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지도하에 <바이러스 팬데믹과의 전쟁>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세미나는 단순히 생물학적 내용에만 그치지 않고, 팬데믹의 사회적 영향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뤘다. 특히 세미나에 참여한 학생들의 과제 발표가 흥미로웠다. 여러 논문 및 문헌을 토대로 현 상황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조도 있었고, 극본이나 소설을 쓴 조도 있었다.
필자가 속한 조의 발표 주제는 '백신 개발의 도전과제'였다.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를 통해 이 내용을 조금 소개해보고자 한다. 백신은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운이 좋다면 바이러스 사태를 종결시킬 수 있는 확실한 무기가 된다. 그러나 개발에 많은 자원과 노력이 필요하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백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성공적 백신 개발을 위해 꼭 넘어야 할 장애물로 안전성, 전달성, 안정성을 꼽았다.
우선, 안전성은 개발된 백신이 넘어야 하는 최소한의 문턱이다. 아무런 부작용이 없는 백신은 없다. 백신의 특성에 따라 투여 후 가벼운 발열이나 오한, 근육통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들의 대다수는 경미한 치료만이 필요하거나 치료 자체가 필요 없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백신 투여 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다. 백신은 바이러스의 정보를 담은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백신이 투여되면 인체는 바이러스에 대항할 항체를 생성한다. 항체가 바이러스 표면에 달라붙으면 바이러스가 다른 세포로 들어가지 못해 감염이 억제되는 원리다. 하지만 항체가 바이러스 표면의 알맞은 자리에 붙지 않으면, 오히려 바이러스의 세포 유입을 활성화시키게 된다.
항체는 공통부분인 Fc 부분과 병원체에 따라 다른 모양을 갖는 Fab 부분으로 나뉜다. 이중 Fc 부분이 면역세포의 Fc 수용체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둘 사이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은 항체가 바이러스와 복합체를 이루고 있을 때다. 만약 바이러스 표면의 잘못된 자리에 항체가 붙은 복합체가 존재할 경우, 병원성을 잃지 않은 바이러스가 Fc 부분과 Fc 수용체 간 상호작용을 통해 면역세포 내로 유입된다. 즉, 바이러스의 세포 감염을 가속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현상을 '항체의존면역증강(ADE‧Antibody Dependent Enhancement)'이라 한다.
1) Tan, W., Lu, Y., Zhang, J., Wang, J., Dan, Y., Tan, Z., ... & Deng, G. (2020). Viral kinetics and antibody responses in patients with COVID-19. MedRxiv.
◆ 전달성: 적은 항원으로 높은 효율을 내는 백신
안전성이 보장된 백신이라 해도 투여 및 전달 방법에 따라 그 효율은 천차만별이다. 백신은 주사기 등 장비를 이용해 우리 몸으로 투여되어 면역 담당 세포에게 전달된다. 백신 개발의 관건은 광범위한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이룰 수 있느냐다. 주사를 이용해서 백신을 투여하려면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일정 수준의 면역력을 갖추는 데 필요한 용량과 투여 횟수가 많다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이를 해결하려면 비침습적 방법을 통한 백신 투여 기술, 적은 투여 횟수와 용량으로도 면역력을 보장할 수 있는 고효율 백신의 개발이 필요하다.
주사를 대체할 방법으로는 경피주사법이 각광받는다. 피부 바로 아래 조직에 백신을 투여하는 방식이다. 피부는 외부와 접촉하는 제1장벽이므로 매우 효과적인 면역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구강투여법과 비강분사법 등이 있다. 구강과 비강처럼 점막 층에 직접 작용하는 방식으로 높은 효율성을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한편 적은 항원으로도 높은 효율을 내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충분한 면역반응을 위해서는 항원이 많이 필요하다. 다만 너무 많은 항원을 투여하면 자가 면역 반응 및 과면역반응이 유발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항원을 적게 넣되, 면역보조제와 함께 전달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더불어 세포막을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거나, 나노입자를 활용하는 방식도 연구 중이다. 더불어 나노입자를 활용해 항원을 전달하는 연구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2)
2) Theobald, N. (2020). Emerging vaccine delivery systems for COVID-19: Functionalised silica nanoparticles offer a potentially safe and effective alternative delivery system for DNA/RNA vaccines and may be useful in the hunt for a COVID-19 vaccine. Drug Discovery Today.
◆ 안정성: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전략
백신 개발에 성공했더라도 공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달리 말하면 백신 개발은 바이러스 극복의 끝이 아닌 시작이다. 우선 대다수 백신은 온도에 매우 민감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8℃,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 화이자 백신은 영하 80℃의 콜드체인이 필요하다. 이는 독감 등 다른 백신들보다 보관 및 유통이 까다로움을 의미한다. 주요 선진국들은 조금 더 발전된 수준의 '콜드체인'을 구축하고자 노력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량이 부족한 국가들에는 천문학적 규모의 유통 비용이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의 구축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개별 연구자 수준의 과학적 발견보다는 사회 차원의 거시정책이 요구된다. 실제로 세미나에서도 대부분 같은 맥락의 주제들이 논의되었다. 학생들은 현 상황에 어떤 정책을 적용해야 할지, 어떤 사회적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지 함께 고민했다. 발표가 끝나면 각 주제에 맞는 토론이 이어졌다. 여러 전공의 학부생들이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관점에서 신선한 의견이 쏟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화면 너머에서만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 팬데믹 극복,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하루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낸 지도 일 년이 넘었다. 그동안 싱가포르 교환학생과 서울대 세미나를 통해 다방면에 관심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다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공 외의 다른 공부를 해보거나 다양한 뉴스를 읽는 것 외에는 없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니,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중요한 소득이다. 향후 팬데믹 상황이 개선되면 좀 더 많은 분야의 깊은 영역으로 관심을 확장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올해 부장으로 활동하던 동아리의 활동을 쉬기로 했다. 일 년 정도 비대면으로 동아리 활동을 해보았지만,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는 후배들과 화면으로만 소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 대신, 갑자기 생긴 여유 시간에 공부한다는 핑계로 못해본 것들을 시작했다. 전공 이외 분야 책들을 읽고, 과제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쓰고 싶은 글을 쓰기도 했다. 언젠가 휴학을 하게 된다면 해봐야지 하고 미뤄뒀던 것들이다.
팬데믹은 오래도록 일상 한가운데에 자리잡아 우리 세계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처음에는 학교가 아닌 집에서 머무르는 상황이 시간을 버리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그 모습이 달라졌을 뿐, '사라진 1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래도 유의미한 일상을 계속 보내고 있었다.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아쉬워하기보다, 이런 시기여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한다. 그렇다면 지금 같은 일상이 답답하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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