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규영 IBS 혈관 연구단 단장, 안지훈‧김정모 선임연구원, 이창섭 전북의대 감염내과 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난해에 이어 사스코로바이러스-2(SARS-CoV-2)의 과학적 이해와 극복 방안 모색을 위한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를 연재합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최근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이러스 변이와 백신‧치료제 개발 관련 연구동향과 쟁점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IBS 과학자들과 국내 전문가들이 전달하는 최전선의 지식과 정보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종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 과학 리포트2 바로가기> |
◆코안 섬모세포에서 복제·증식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다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2021년 7월 22일 0시 기준 전국 확진자는 1842명을 기록했다. 백신 접종률이 30%를 넘어서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 중임에도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더운 날씨와 백신 접종으로 인한 안도감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느슨해진 경우들이 많다. 또 방역 장기화에 의한 피로감 때문에 그간 만나지 못했던 가족, 친척, 친구들과의 사적 모임도 늘었다. 게다가 기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보다 확산속도가 빠르고 증상이 심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 코로나19 초기 감염 기전 규명이 어려웠던 이유
발병 후 1년 6개월 이상이 지난 지금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인체 감염 메커니즘은 불명확하다. 기존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호흡기의 상부인 비강, 인두, 후두, 기관지 등 상기도 조직을 통해 감염된다. 하지만 정확한 표적 부위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코로나19 환자 대부분은 '양성' 진단 시점에 이미 일차적 바이러스 감염 및 증식이 끝나므로 초기 감염 기전 파악이 어렵다. 또한 그동안 실제 사람이 아닌 배양세포나 실험동물에 인위적 감염을 일으켜 병리기전을 연구했다는 실험적 한계도 있었다.
필자가 이끄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은 이창섭 전북대 감염내과 교수팀과 함께 '코로나19 대응 공동연구팀'을 꾸려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했다. 공동연구팀은 실제 초기 코로나19 환자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인체 내 복제 순간을 최초로 포착하고, 초기 감염 및 증식이 비강(코 안) 섬모상피세포에서 시작됨을 규명했다(Ahn et al., 2021). 이는 100년 역사의 세계적 의학 학술지 임상연구저널(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과 그 의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보고자 한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단백질, 인체 세포의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2), 막관통 세린 프로테아제2(TMPRSS2) 및 퓨린(Furin) 수용체 단백질의 결합을 통해 세포 내로 침투한다( 참고). 이들 수용체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 세포만이 선택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다. 따라서 수용체 단백질이 다량 존재하는 장소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본격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그간 '단일세포 유전자발현 측정기법(Single cell RNA-sequencing)'을 통해 인간이나 영장류 상기도 조직에서 이 단백질들의 분포를 분석했다. 하지만 이 기법으로는 세포 내 mRNA의 발현 정도만 알 수 있을 뿐, 실제 단백질의 양과 분포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또한 배양세포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수용체의 발현 양상이 인체와 다를 수 있어서, 실제 인체 감염기전 파악에 한계가 있었다.
코로나19 대응 공동연구팀은 실제 코로나19 초기 환자에게서 얻은 검체를 분석하여 이 한계를 극복했다. 이창섭 전북대 감염내과 교수는 경증 코로나19 환자로부터 적절한 검체를 확보하는 역할을 맡았다. 서울대병원, 삼성병원, 국립영장류센터 연구진 역시 신선한 조직 검체를 확보해 보내왔다. IBS 연구진은 이 검체들에 면역형광조직염색법, 세포염색법, 단일세포 유전자 발현 측정 기법을 동시 적용했다. 그럼으로써 수용체 단백질의 분포를 세포 수준에서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모든 과정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규정(IRB)에 따라 환자의 동의를 얻어 진행했다.
그 결과, 우리 연구진은 ACE2, TMPRSS2, Furin 수용체 단백질이 사람의 호흡기 상피세포층을 이루는 다양한 세포 중에 비강(코 안) 섬모세포에만 다량 분포함을 확인했다. 이는 특히 공기와 접촉하는 면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었다. 즉, 코로나19 환자의 비말과 공기를 통해 전파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코안의 섬모세포 공기 접촉면에 결합하여 세포 안으로 들어가고, 이 세포의 소기관들을 이용하여 복제 및 증식한다는 의미다. 반면, 이전 연구들이 주요 감염 표적 세포 중 하나라고 본 호흡기(비강 포함) 점액분비세포들과 구강 상피세포들에는 이러한 수용체 단백질이 존재하지 않았다.
공동연구팀은 경증 코로나19 환자의 감염 초기(입원 당일~일주일)에 2~3일 간격으로 비강과 구강(입안)의 세포들을 채취하여 초기 감염 메커니즘도 찾았다. 그 결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비강 섬모세포에서만 복제‧증식하는 현상을 최초로 포착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수용체 단백질이 없는 비강 분비세포 및 줄기세포, 구강 상피세포 등에서는 감염이 일어나지 않았다. 경증 코로나19 환자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증식이 초기 8일 이내 종료됐으며, 손상된 섬모세포가 빠르게 재생되며 건강을 회복했다.
◆ 근육내 mRNA 백신 투여만이 최선은 아니다
현재 전 세계인구를 대상으로 투여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들에서 mRNA 백신이 가장 성공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이 가장 좋은가는 2-3년 동안의 결과들을 종합하여 분석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면 주사기와 냉동-냉장 장치가 부족한 저개발국가들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환자들을 대비하여 mRNA 백신을 단기간내 투여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인도의 한 회사에서 사백신을 비강 내 투여한 결과, 50~60%의 확률로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1차 접종은 근육, 2회 접종은 비강으로 투여하면 훨씬 감염방어율이 높다는 실험동물 결과들도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개발한 방법과 기술을 도입하여 비강점막면역의 확립을 비교‧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현재 사용하거나 사용할 백신에 대한 우위를 조금 더 신속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코로나19 감염 규모와 국가별 상황을 고려한 다양한 면역 전략이 사태 종식을 앞당길 수 있다. 우리의 연구결과가 팬데믹에 맞서는 전 세계 인류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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