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과 학생의 비전토크 'KAIST 미래 대화'
학생 잠재력 추켜 세우고, 질문 중요성 강조
KAIST 학·석사생 400여 명 실시간 질문 세례

이광형 KAIST 총장이 취임 당시 발표한 'KAIST 미래 신문화 전략 QAIST'를 학생들에게 공유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광형 KAIST 총장이 취임 당시 발표한 'KAIST 미래 신문화 전략 QAIST'를 학생들에게 공유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괴짜 총장 앞에서 KAIST 학생들도 괴짜가 됐다. KAIST 학·석사생 400여 명은 이광형 총장을 만나 "실패 연구소를 만들기 전 실패 경진대회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 "카·포전(KAIST-POSTECH) 하지 말고 KAIST-MIT전을 시작해보자" "KAIST가 새로운 대학평가 기준을 만들어보면 어떤가" 등 유별난 질문과 제안을 쏟아냈다. 

지난 13일 대전 유성구 죽동 케이시크(KSEEK)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스튜디오에서 'KAIST 미래 대화, 총장과 학생의 비전토크' 행사가 열렸다.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이한 KAIST는 지난 3월 미래 50년 초석을 닦을 이광형 총장을 수장으로 선임했다. 이 총장은 당시 취임식에서 '미래 50년을 위한 KAIST 신(新)문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관련기사(KAIST 신문화 전략 QAIST)
 
이날 비전토크는 KAIST 신문화전략을 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소개하고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열렸다. 이 총장은 총장실에 KAIST 조직도를 거꾸로 걸어 놓을 정도로 '섬김 리더십'을 자처하고 있다. 학생·교수·교직원을 섬겨야 이 총장이 꿈꾸는 'KAIST의 세계 10위권 일류대학 진입'이 가능한 배경 때문이다. 

◆배 만드는 법 가르치기 전, 망망대해 동경 심어준 이광형 

"저를 당황하게 하는 질문 많이 주세요. 총장이 당황해서 얼떨떨해야 학생들이 재밌으니깐... (웃음)"

이광형 총장은 KAIST 비전 발표에 앞서 학생 대표와 진행자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그리고 시작된 비전토크, 방탄소년단(BTS) Love myself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 총장은 "이 노래를 들으면 심장이 뛰는 소리 같아서 저도 가슴이 뛴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꿈을 찾기만 하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고 여러분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장은 QAIST 전략 중 질문(Q·Question)하는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잠재력이 정말 크지만, 그에 비해 꿈이 작은 사람들이 많아요. 꿈이 작은 사람은 작은 어려움에도 좌절합니다. 그런데 꿈이 큰 사람은 대범하게 지나가요. 어떻게 하면 꿈을 가질 수 있느냐.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고 질문하는 겁니다.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하는 것, 우리 KAIST는 학생들이 꿈을 찾을 수 있게 옆에서 도울 거에요.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나를 찾는다는 건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 나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이 총장은 KAIST가 지난 50년 과학 강국을 맹추격했다면, 미래 50년은 문제 자체를 만들어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 자체를 만들려면 질문하는 인재가 나와야 하고, 이런 학풍(學風)에서 세계 일류 연구, 창업 등이 나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총장은 전공 공부 10%를 줄여 독서, 봉사, 융합 교육 등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 학생들은 꿈을 찾으면 스스로 나아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꿈을 위해선 넓은 세상을 봐야 합니다. 과학, 공학만 보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세상과 인간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고 10년 뒤 우리는 어떻게 될지를 알아야 하는 거죠. 그래서 인문학, 독서, 봉사 교육이 필요하고 학내 미술관을 지어 융합하자는 거에요."

이 총장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그린 미래 50년 비전을 허나씩 설명해나갔다. 그는 교육, 연구 분야에서 일류가 되려면 도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실패를 재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학내 구성원이 실패 사례를 공유하고, 각자의 고유한 연구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국가적으로 KAIST에 요구하는 사항이 창업이라며 여러 창업 지원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광형 KAIST 총장이 학생들과 인사하는 모습(좌)과 이광형 총장이 학생들에게 던진 'KAIST는 언제 세계 10위권 대학에 진입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 [사진=김인한 기자]
이광형 KAIST 총장이 학생들과 인사하는 모습(좌)과 이광형 총장이 학생들에게 던진 'KAIST는 언제 세계 10위권 대학에 진입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 [사진=김인한 기자]
 

◆KAIST 학·석사생 질문 세례

이 총장은 과거 연구실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품고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냈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 김영달 아이디스홀딩스 창업자, 신승우 네오위즈 공동창업자, 김병학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열거가 어려울 정도다. 이날 열린 비전토크에서도 이 총장이 학생들의 잠재력을 추켜세워주자 학생들도 계속해서 질문했다. 아래는 학생들과 이 총장이 나눈 대화 중 일부.

▲이창섭 KAIST 새내기학부 학생

실패연구소를 만든다고 하셨는데, 실패 경진대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실패 경험을 나누는 경진대회가 열리면 누가 상을 받아야 하나.

▲이광형 KAIST 총장

정말 좋은 질문이다. 실패 경진대회 열어보자. 아무래도 남이 하지 않는, 자기만 했던 가슴 쓰라린 실패한 분이 상을 받지 않겠나. 저도 실패의 쓰라림이 있다. 그 경험이 이후에 살아오는데 자양분이 됐다. 경험 있는 실패, 그런 사람이 1등 하지 않겠나. 

▲김수지 KAIST 대학원 부총학생회장

저도 창업해서 기부금 팡팡 내고 싶다. 그런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지금 하는 연구, 대학원생 본분이 학위를 따서 졸업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움이 있는데 대학원생 창업 장려 시스템은 무엇이 있나. 

▲이광형 KAIST 총장

저는 대학원 다니면서 얼마든지 도전을 권하고 싶다. 석사 과정은 창업해서 졸업할 수 있다. 길이 열려 있다. 세계적으로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 중퇴하는 경우도 있다. 걱정보다는 꿈이 있고 좋은 게 있다면 그냥 하는 것. 여러 가지 따질 필요 없다. 학교 재입학이라는 제도도 있다. KAIST는 그런 측면에서 정말 놀이터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논문만 쓸 생각보단 시간을 늘리면 된다고 본다.

내가 스스로 꿈을 이루고 다른 친구에게 월급도 주고 돈도 벌면서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 KAIST 학생들은 취업 걱정이 덜한 편이다. 이것저것 다 해보고, 친구들하고 회사 만들어서 놀아보라는 것. KAIST 캠퍼스가 놀이터라는 의미도 그런 의미다.

▲최동혁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장

KAIST 학생들이 공부, 연구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스트레스 해소법이나 지원책이 있을까.

▲이광형 KAIST 총장

한 가지 일만 하면 스트레스받는다. 공부, 연구만 너무 하면 스트레스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공 공부를 조금 줄이라는 것. 그 시간에 영화, 책, 유튜브 볼 수 있고 음악도 듣거나 버스킹도 할 수 있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벗어나서 다른 일을 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다른 거 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저도 한 가지만 하는 게 아니라 일이 안 풀리면 음악, 미술 감상, 산책 등 다른 일을 한다. 

▲온라인 참여자 질문

총장님 인생 책은 무엇인가.

▲이광형 KAIST 총장

제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책은 역사책이다. 제국의 미래(에이미 추아 著)라는 책이다. 역사책이다. 다음에 한 번 보시라.

▲이광형 KAIST 총장

미리 준비한 질문을 하겠다. KAIST는 언제 세계 10위권 대학에 진입할 수 있을까. 

▲학생들 실시간 설문

5년 - 54.1%
10년 - 28.3%
15년 - 8.8%
20년 - 8.8%

이 총장은 10년 후, 1년 후 달력을 쓰며 미래의 관점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인물이다. 그는 과거에도 미래를 내다보며 바이오및뇌공학과, 미래학 연구기관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등을 설립했다. 그는 이날 KAIST 학생들에게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는 주도적 사고를 강조했다.

KAIST 학생들은 스승의 날을 맞아 카네이션을 달아줬고, 이광형 총장은 자신의 책을 학생들에게 선물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KAIST 학생들은 스승의 날을 맞아 카네이션을 달아줬고, 이광형 총장은 자신의 책을 학생들에게 선물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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