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유례 없는 스피드로 변화 분위기”
학생 “꿈 크기가 달라졌다, 초일류 지향”
창업 생태계 조성, 의사과학자 육성 가속
“하루 1억원 기부 유치” 100여일 310억

이광형 KAIST 총장이 10년 뒤인 2031년 달력을 들고 있는 모습. 이 총장은 미래의 관점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인물이다. 그는 과거에도 미래를 내다보며 바이오및뇌공학과, 미래학 연구기관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등을 설립했다. 그는 최근 KAIST 학생들에게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는 주도적 사고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KAIST 제공]
이광형 KAIST 총장이 10년 뒤인 2031년 달력을 들고 있는 모습. 이 총장은 미래의 관점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인물이다. 그는 과거에도 미래를 내다보며 바이오및뇌공학과, 미래학 연구기관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등을 설립했다. 그는 최근 KAIST 학생들에게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는 주도적 사고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KAIST 제공]
괴짜 총장으로 화제를 불러 모은 이광형 KAIST 총장이 공식 취임 100일을 맞았다. 학계에선 그가 100일 만에 취임 '결심'들을 구체화하고 '초일류' 비전을 단기간 내 KAIST에 이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0일간 KAIST 관련 뉴스는 쏟아졌다.

'전공 교육 -10% 인성·리더십 교육 +10%, 의사과학자 육성, 20년간 평가 안 하고 연구 지원, 창업 광풍, 홀딩스 설립 추진, 지역 밀착 행보, 대전-세종 창업 생태계 조성, 한국과학기술원법 개정···'

이 총장은 지난 3월 8일 취임식에서 "우리가 지금 어떤 결심을 하고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 50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장의 업무 추진 속도는 기부금 유치에서 드러난다. 그는 취임 당시 여러 비전을 구체화하려면 기부금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하루 1억원꼴로 기부금을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총장이 2월 23일 업무를 개시한 이래로 KAIST는 기부금 310억원을 유치했다. 현재까지 목표치 3배 육박하는 수치다.

◆ 'KAIST 히딩크' 이광형...학교 꿈 크기 달라졌다

'괴짜 총장' '거위 아빠' '벤처 대부' '미소 아빠' 등 수식어가 뒤따르는 이 총장은 최근 KAIST 내부에서 'KAIST 히딩크'라는 별칭을 얻었다고 한다. 국내 1위를 목표하던 구성원이 세계 일류를 꿈꾸기 시작한 배경 때문이다. 이 총장은 KAIST 학생과 교수·교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꿈을 설파하고, 그 꿈을 속도감 있게 구체화하고 있다.

이 총장은 지난달 학생과의 비전토크 행사를 열고 큰 꿈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KAIST 학생들이 잠재력은 정말 크지만, 그에 비해 꿈이 작은 사람들이 많다"며 "꿈이 작은 사람은 작은 어려움에 좌절하지만 큰 꿈을 품는 사람은 어려움을 대범하게 지나간다"고 했다.

KAIST는 전공 공부 10%를 줄이고 인성·리더십을 10% 늘리는 교육을 점차 늘려가는 중이다. 그가 이처럼 질문하는 인재, 세상과 공동체를 아는 인재를 키우려는 배경은 이전에 없던 결과를 얻기 위한 목적이다. 이 총장은 KAIST의 세계 10위권 일류대학 진입을 위해선 질문하는 인재가 필요하고 이전에 없던 연구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총장 취임 100일간 이런 속도로 변화가 추진된 경우는 없었다"면서 "여러 변화 중에서도 KAIST 학생과 교수들이 '초일류'라는 키워드를 생각하고 이전에 없던 생각과 방법을 찾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이창섭 KAIST 새내기학부 학생은 "학내에서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질문을 하나라도 더해야겠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KAIST 중심 지역 창업생태계, 과학기술 의전원 설립 목표

초일류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KAIST가 중점 추진하는 사안이 과학기술 의학전문대학원 설립과 지역 창업 생태계 조성 등이다. 

의전원 설립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백신 주권' 확보가 중요해진 가운데, 의사과학자 육성을 통해 국가 바이오 경쟁력 제고와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서자는 목적이다. KAIST는 지난해 지역 9개 대학병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관련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이 총장은 그간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반도체 산업의 4배인 2200조원(약 2조달러)에 육박한다고 분석했다.

KAIST가 중점 추진하는 또다른 축은 '창업'이다. KAIST를 중심으로 대전-세종 첨단산업 창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프로젝트명은 'K-NEST'(한국형 혁신 둥지 전략)이다. 미국 스탠포드대, 메사추세츠공과대(MIT)는 각각 실리콘밸리와 보스턴이라는 지역과 밀착해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것처럼 KAIST가 지역 혁신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KAIST는 창업 지원을 위해 KAIST 홀딩스 설립도 추진 중이다. KAIST 고위 관계자는 "KAIST 홀딩스 추진을 위해 기본투자금 200억원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라면서 "현재 한국과학기술원법 개정 등을 통해 이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밀착 행보가 늘어나면서 지역과 접점도 늘어나고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구갑)은 "이 총장께서 특별히 지역과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며 "현재 KAIST 실무진과 창업, 의전원 등 관련 입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고 연내 통과를 목표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AIST가 지역 내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교육 과정을 만들어 지원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라면서 "KAIST와 지역이 협력하면서 상생 효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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