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659명 참여, 주관식 답변 각각 입장에서 의견 제시
수요자 "연구기관과 중기는 달라, 현장이해 마인드 셋부터"  
공급자 "중소기업·스타트업 정보, 실질적 프로그램 마련 필요"

고경력 과학기술인 재창출을 위한 수요자(기업, 국민)와 공급자(과기인)가 꼽은 활용(사진 위)과 지원(사진 아래)요소.[사진= 대덕넷]

100세 시대. 60세 전후 퇴직하고도 30년 이상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고경력 과학기술인도 예외는 아니다. 청년기부터 퇴직 전까지 연구개발에 몰두해 오던 그들이 그리는 인생이막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하고 싶은 분야,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고 준비는 잘 되고 있을까. 또 기업이나 일반 국민 등 수요층에서는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전지역연합회와 한국언론재단, 대덕넷이 지난 9월 23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고경력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기여에 관한 설문조사' 주관식 답변에서 서로의 속마음이 확인됐다. 

659명의 설문 참여자들은 수요자(국민, 기업)와 공급자(과학기술인) 입장에서 꼼꼼하게 답변했다. 고경력과학기술인의 재창출이 필요하다는데는 양쪽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재창출을 위한 플랫폼이 마련돼야 한다는데도 공감했다. 또 소통, 네트워크, 재테크, 글쓰기 등 은퇴 후 삶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준비 필요성도 제기됐다. 

고경력 과학기술인 재창출 분야로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중소기업 기술지원, 교육과 인재양성, 멘토링, 컨설팅 등을 키워드로 꼽았다. 설문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기술인, 중소기업, 프로그램, 재취업, 컨설팅, 재테크 등이다. 수요자는 고경력 기술인, 플랫폼, 프로그램 순으로 강조했다. 공급자 역시 기술인, 플랫폼, 프로그램, 중소기업, 재취업, 수요처, 일자리를 강조하며 고경력 과학기술인에게 당장 필요한 요소들을 많이 꼽았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고경력 과학기술인의 재창출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위한 플랫폼 마련, 사전 준비를 위한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기를 기대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재창출에 앞서 고경력 과학기술인에 대한 인식은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 수요자 "과거 성적표 아닌 현재의 능력"

수요자 입장에서는 고경력 과학기술인은 중소기업 현장을 모른다는 인식이 많다. 기업인이나 일반 국민 입장에서 보는 고경력 과학기술인은 시스템이 갖춰진 곳에 익숙해 중소기업 등 현장을 잘 모른다는 인식이 큰 것이다. 때문에 사회 참여를 위한 사전 준비 요소로 중소기업과 현장에 대한 이해, 마인드 셋, 소통이 강조됐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 고경력 과학기술인의 코칭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시스템이 잘 갖춰진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늘 변수가 존재하는 중소기업의 근무 환경은 많이 다른게 사실이다. 때문에 중소기업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일부 협업은 가능하지만 취업 후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 게 수요자의 입장이다. 

중소기업은 연구자가 가진 기술이 아닌 기업에 도움되는 기술을 필요로 한다. 또 과거 성적표가 아니라 현재의 능력이 더 우선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가 아닌 회사가 원하는 연구방향으로 가야한다. 연구자의 연구개발은 실험실 내의 성과로 그쳐 왔다. 기술 이전을 해도 제품화까지 책임지지 않는다. 중소기업 현장일은 내 일이 아닌 것으로 보는 게 대부분이다. 기업의 문제점을 내 일로 보지 않는 것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사전 준비로 과학기술인 아닌 기업인, 경영인 관점을 가지라고 제안한다. 출연연의 연구자나 책임자 마인드는 중소기업에 적응하는데 독이 되므로 마인드셋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출연연과 중소기업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부터 인식하고 적극 소통에 나서면 적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연구자에서 중소기업 근무자로 적응하기까지 인내심도 가져야 한다. 때문에 퇴직 전 수요처를 미리 파악하며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반인과의 교감과 교육자적 스킬을 배워야 한다는 의견도 여럿이다. 교육이나 강의, 컨설팅에 나서기를 희망하는 과학기술인은 많지만 실패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때문에 퇴직 전 교사법, 강의법, 학생, 창업자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 등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지식전달 스킬, 글쓰기, 동영상 제작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요즘말로 '꼰대'로 불리지 않도록 스스로 내려놓고 자신의 변화 추구도 해야한다. 과학기술인이 학생들의 멘토로 활동하는 것은 학생들에게도 유익하다. 진로 선택에 큰 지침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지속되려면 세대차이, 문화차이 등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소통 교육, 훈련, 체험으로 공감지수를 높이라는 의미다. 

사회 환원과 봉사의 능동적 참여 필요성도 제기됐다. 과학기술인의 성과는 시민과 국가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다. 과학기술인은 전문인력으로 어느정도 부를 축적했을 것이니 사회 환원 소양과 봉사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인이 중소기업 정보를 사전에 알기는 쉽지 않다. 매칭기관에서는 수요자의 요구와 정보가 맞는지 수시로 병행 조사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는 정책이나 프로그램 운영에 앞서 어느 부분에 수요가 있는지, 과학기술인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 등을 이해하고 정보를 제공해야 현장과의 불일치, 부조화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퇴직 후의 삶은 퇴직 전에는 알수 없으니 성공사례나 우수사례를 발굴해 소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 공급자 "중기와 스타트업 정보와 만날 수 있는 플랫폼, 프로그램을"

공급자인 고경력 과학기술인 입장에서는 은퇴 후 안착을 위한 준비로 재취업(컨설팅, 기술지원) 가능한 중소기업, 스타트업 정보 제공과 그에 맞는 교육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과학기술인의 축적된 지식과 경험은 귀중한 자산이다. 과학기술인은 각자 가진 역량을 활용해 중소기업 기술지원, 컨설팅에 참여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과학기술인이 가진 기술과 중소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간의 연계성을 찾기는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고경력 과학기술인은 자신과 맞는 정확한 중소기업 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퇴직에 앞서 창업 교육, 재취업 수요처 현황, 정보 필요성을 제안했다. 현장적응 교육 필요성도 들었다. 퇴직전 3~5년전부터 중소기업과 사전에 교류하며 공동연구 등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충분한 소통으로 제대로된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여럿이다. 과학기술인의 재능 환원, 기부를 위해서도 공급자와 수요자 간 맞는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재취업이나 컨설팅 준비를 위한 프로그램 업그레이드도 요구됐다. 현재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단발성이 많고 깊이가 없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단다. 일반인 대상의 정신교육 수준이라고 꼬집는 의견도 있다. 또 교육이 퇴직 임박해서가 아닌 3~4년전부터 이뤄지길 희망했다. 사전에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휴가와 교육비 지원도 언급됐다.

또 소통 스킬과 강연 능력 향상, 컨설팅, 건강관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관식 답변자의 상당수가 은퇴 후 다양한 활동을 위해 소통, 강연을 할수 있는 교육을 요청했다. 글쓰기 소양을 높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설문 참여자도 다수로 나타났다. 자신의 연구성과를 정리하고 교육을 위해서도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후배 과학기술인과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공식적인 네트워크 마련도 제안됐다. 단기적인 연구과제를 발굴해 퇴직 기술인을 활용하는 제도도 제시했다. 또 명예연구원으로서 기관의 이메일, 클라우드 저장소를 은퇴후에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는 기관 퇴직과 함께 이메일 등도 모두 단절되는 구조다.

이외에도 은퇴 후 이전 소속기관의 문헌정보, 연구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제도 필요성을 제안한 의견도 있다.

◆ 수요자·공급자 모두 강조한 '플랫폼' '교육프로그램'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 재창출을 위해 가장 강조된 부분은 플랫폼 마련이다. 수요처와 공급자 모두 정확한 매칭이 필요성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 플랫폼에 기대하는 역할을 무엇일까.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양쪽의 DB를 확보하고 연계, 네트워크를 위한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정확한 정보가 담기길 기대한다. 또 구축된 DB, 플랫폼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필요한 기술과 보유한 기술과의 매칭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수요자는 고경력 과학기술인의 세분화 된 정보를 요청했다. 과거 연구개발 정보, 해외 인적네트워트 등 해당 과학기술인의 특장점 위주로 정보를 담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기업의 니즈에 맞는 과학기술인과 연결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수십년 노하우와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가진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능환원을 위해서도 정확한 정보가 중요하다. 과학기술인 정보를 담은 플랫폼 홍보도 동시에 이뤄지길 주문했다.

공급자 입장의 플랫폼은 고경력 과학기술인의 역량을 수요처에 제공하고 수요처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급이다. 수요자와 공급자에 서로에 대한 정보 갈구로 보인다. 이를통해 재취업, 기술지원, 멘토링이 활성화되며 수요자에게도 실제 도움이 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에서는 은퇴 후 활동을 위한 개인의 역량이 확보 의견도 있다.

이외에도 100시대를 맞아 과학기술인의 사회 기여를 위해서도 플랫폼은 중요하다고 봤다. 선배과학자의 경험을 후배에게 설명해 주는 문화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 역할도 제기됐다. 

동호회, 취미 활동 등 인적 네트워크 정보도 플랫폼에서 알수 있기를 희망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하며 집단지식, 집단지혜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또 은퇴 후에는 퇴직 연구자가 학술단체에 관여하는 것도 불편해 하므로 전문 과학기술인을 연결하는 형태의 플랫폼이 구축되기를 바랬다.

고경력 과학기술인이 기대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사례 중심이다.  재취업, 재테크 교육은 이론 보다 성공 사례, 노하우를 듣고 싶다고 했다. 퇴직후 일정 수입이 없으니 재테크와 연금 활용으로 기존 자산을 보전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몇몇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는 시간 때우기도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며 다양한 활동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요청했다. 안정적 노후를 위한 건강관리, 자산관리, 노후관리 등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지길 기대했다. 전공을 활용한 창업 교육, 인문학을 공부할 수 있는 교육도 제공되길 기대했다.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교육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여럿 나왔다. 

◆ 국가 차원에서 지원 어디까지

고경력 과학기술인 재창출을 위한 국가지원은 어디까지 이뤄져야 할까.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플랫폼 마련은 정부의 역할로 선을 그었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우수 퇴직 과학기술인의 노하우가 다음세대에 전수되는 플랫폼 마련을 위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인력 풀을 확보하고 인적 활용을 위한 공동 플랫폼, 매칭 플랫폼,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 등에서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플랫폼 운영을 위한 기금 마련, 매뉴얼화 필요성도 들었다.

여기서 정부는 한 부처가 아니라 청와대부터 총리실,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부처간 연계가 필요할 것으로 봤다. 현재는 컨트롤타워가 없어 개별 단체로 활동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운영은 중앙정부보다 지자체가 더 낫다고 봤다. 지역 중소기업과 고경력 과학기술인 간 매칭이 수월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소기업 재취업 지원은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대상으로 하고 이들에게 일정 인건비와 4대보험 지원이 같이 따라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인건비 100%를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적 공감대 확산도 제기됐다. 고경력 과학기술인이 젊은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는게 아니라 젊은 창업가, 연구자를 지원하며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으로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국가적 지원의 우선 순위는 플랫폼 마련이다.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활용하기 위한 플랫폼, 고경력 과학기술인과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물론 플랫폼에 앞서 고경력 과학기술인 DB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경력 과학기술인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이들이 적극적으로 기업지원, 사회참여를 할 수 있는 국가시스템이다.

수요자와 공급자 매칭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중소기업은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고 고경력 과학기술인은 경제적 보상을 넘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 매칭 활성화를 위해  국가차원의 인센티브 제공도 때론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플랫폼 마련은 정부,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DB 확보 차원에서 출연연의 역할도 필요하다.

또 고경력 과학기술인의 재활용을 위한 프로그램 확대 요청도 다수다. 정부가 수행하는 각종 위원회, 전담평가단 운영시 현직에 있는 연구자보다 은퇴를 앞뒀거나 은퇴한 그분야 전문 연구자를 우선 활용하면 좋겠다는 제안도 있다. 

정년 환원은 단골도 등장한다. 출연연 연구자의 정년은 당초 65세였던 정년이 IMF 시기 61세로 축소되면서 연구현장에서는 지속적으로 환원 필요성이 제기 돼 왔다. 이번 설문에서도 IMF가 종료된만큼 환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과학계 응답자가 다수다.

이와 함께 연금제도 개선도 요청됐다. 과학기술인의 연금 확대와 종신연금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경제활동 인구는 감소하고 노령인구는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차원에서 예산을 편성해 은퇴 후에도 기간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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