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고경력 과학기술인 재창출 논의, 문제 진단과 방안 제시
  "A연구소 출신 B, C 기관으로 가며 역할 할 수 있도록"
  "은퇴 후 30년 대비, 혜택 생각하며 스스로 준비할 수 있어야"

본지는 고경력 과학기술인 퇴직 1000명 시대를 맞아 이들의 지식, 경험이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현재 문제를 진단하며 방안을 제시했다. 왼쪽 위부터 ▲김형철 과학기술인공제회 본부장 ▲남승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장 ▲박윤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전지역연합회장 ▲백상기 바이오니아 고문(전 충남대 교수) 사진 아래 왼쪽부터 ▲안경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서기관 ▲이정순 과학기술연우연합회장 ▲정진제 대전시 과장(이름순).[사진= 대덕넷,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본지는 고경력 과학기술인 퇴직 1000명 시대를 맞아 이들의 지식, 경험이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현재 문제를 진단하며 방안을 제시했다. 왼쪽 위부터 ▲김형철 과학기술인공제회 본부장 ▲남승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장 ▲박윤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전지역연합회장 ▲백상기 바이오니아 고문(전 충남대 교수) 사진 아래 왼쪽부터 ▲안경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서기관 ▲이정순 과학기술연우연합회장 ▲정진제 대전시 과장(이름순).[사진= 대덕넷,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 60세쯤 되면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보직은 후배가 맡고 있고 일도 후배들이 앞에서 다 하고 있다. 후배 입장에서는 선배에게 일을 시키기 쉽지 않으니 비켜줬으면 하는 심정도 있을 것이다. 그럼 뒷방으로 밀려나 몇년 채우다 퇴직한다. 결국 개인이 치열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준비된 것 없이 나오게 된다.

# 61세 퇴직해서 경력직으로 새로 채용하는 제도도 좋겠다. 그러면서 70대에도 일할 수 있게 보장할 필요도 있다. 같은 연구가 아닌 연구지원, 장비운영 등 잘 할 수 있는 일로 말이다. 지금은 우수연구원이라고 해놓으니 연구지원 이런거 하라면 화낸다. 현실과 안맞는다. 대덕연구단지 내 문호를 개방해 A 기관 연구자가 B 출연연, C 출연연으로 가는 것도 좋겠다. 재취업으로 선발된 사람은 일을 대하는 자세부터 다르다.

# 출연연 연구자도 몸값 관리가 필요하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에서는 프로젝트 참여, 자격 획득 등 체계적으로 관리해 개인별 몸값(단가)이 초급, 중급, 고급, 특급으로 세분화 된다. 협회에서 이를 관리한다. 출연연은 2012년부터 그런 제도가 사라졌다. 퇴직후 나오면 박사 학위에 경력이 아무리 많아도 초급에서 시작된다. 고경력 과학기술인이 은퇴 후에도 제대로 대우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지금은 모두 따로따로 운영된다. 이런 부분을 정부차원에서 할 필요가 있다.

고경력 과학기술인 대거 퇴직과 고령화 시대를 맞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 출연연 출신 창업자, 지원기관 등 과학기술계 관계자들이 '고경력 과학기술인 재창출 좌담회'에 참석해 고민을 같이했다. 참석자들은 100세 시대를 맞아 고경력 과학기술인이 은퇴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거나 사회적 기여를 위해 필요한 요소, 변화 요소 등 개인적 경험과 기대를 바탕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수요자(기업과 국민)와 공급자(과학기술인), 정부의 입장에서 차이를 보였지만 고경력 과학기술인의 경험, 지식이 그냥 묻혀지면 안된다는 데 공감대가 컸다.

지난달 8일 대덕넷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김형철 과학기술인공제회 본부장 ▲남승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장 ▲박윤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전지역연합회장 ▲백상기 바이오니아 고문(전 충남대 교수) ▲안경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서기관 ▲이정순 과학기술연우연합회장 ▲정진제 대전시 과장(이름순)이 참석했다.

◆ "미래 30년 누가 책임져주나, 스스로 미리 준비"

# 57세에 출연연 나와서 창업했다. 처음에는 사막에, 허허벌판에 버려진 것 같았는데 돌아보면 정년 채우지 않고 창업하길 잘했다. 자부심도 있다. 당연히 누릴 혜택을 던지고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던 게 지금은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본다. 물론 용기가 필요하다.

박윤원 회장은 출연연 출신의 기업인. 정년 전 2013년 퇴임해 2014년에 창업했다. 창업 7년차이다. 기업CEO로 퇴직자들을 채용하기도 한다. 그의 회사에서는 젊은 직원과 같은 책상,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구조다.

그에 의하면 퇴직 채용자의 반응이 제각각이다. 이를 즐기거나 못견뎌하는 부류로 나뉜다. 나이들어 이렇게 치열하게 일해야 하나 하고 자조하는 이도 있다. 이들은 부담스러워하며 그만두고 만다.

박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 지금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혜택을 다 누리기보다 중간에 그만 두고 나와 창업한 것을 잘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기업 퇴직자들은 기업에서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단지에서도 1000명이 나오는데 퇴직 후 30년을 누가 책임을 질 수 있겠나"면서 "내가 받은 혜택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프로그램도 좋지만 우선 스스로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해야한다. 결국 자신이 미래를 헤쳐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활용 트랙 다양하게, 대덕연구단지 내 오픈해 채용 필요"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우수연구원, 연구지원형, 연구행정 지원형, 산업체 파견형, 과학기술 확산형.

남승훈 회장은 고경력 과학기술인의 활용 트랙 다양성을 제안했다. 그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시기로 선배들이 은퇴를 하고 있다. 물리적으로는 충분히 일할수 있는데 안타깝다. 자칫 인재를 잃을 수 있다"며 "고경력 연구자들의 선택지를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수연구원형은 그대로 연구에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모두가 우수연구원에 선정될 수는 없는게 현실이다. 그는 "표준연은 전체 인원이 적어 우수연구원 선정이 많지 않다. 보통 2년전 평균이하 고가인 경우 고용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는다"면서 "그럼 나가야 한다. 이들이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냐면 절대 아니다. 다양한 트랙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가 제안한 연구지원형은 출연연 특성별로 고경력연구자를 활용하자는 안이다. 출연연 연구 분야 중 공공인프라 연구의 경우 출연연 보유 장비를 이용해 시험하거나 랩에서 다른 실험이 가능하다. 그리고 데이터 분석도 가능하므로 사회와 연계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체 연계형은 기업의 애로기술 지원. 남 회장은 "과제중심제도(PBS)로 젊은 연구자는 논문이 나오는 높은 수준의 연구를 하고 싶어한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은 중간수준이 많다. 연구자의 기술 수준을 조금 낮추면 지원이 가능하다"면서 "고경력 연구자를 활용하면 기술자문, 기술개발 상용화 지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행정지원은 과제 집중도가 높은 실험실의 경우 행정 지원도 많이 필요하므로 고경력 연구자들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 연구자들이 행정일로 연구시간을 낭비한다. 고경력연구자들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고 있으므로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 확산형은 해외 파견지역을 선진국에서 개도국, 후진국으로 변화해보자는 안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해외 파견이 선진국 중심인데 아프리카는 빈곤감축과 자립, 중남미는 재도약위한 과학기술, 중동은 분쟁 특수성으로 과학기술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국가별 특성을 고려해 지원한다면 우리의 과학기술이 확산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런 트랙 선택 시기를 50대 후반으로 제안했다. 물론 온정주의는 근절해야 한다.

박윤원 회장은 제도의 오픈을 건의했다. 그는 현재 우수연구원 제도 등이 있지만 차별화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퇴직 후 경력직으로 다시 채용하는 안을 제안했다. 대덕연구단지 내 출연연 간 개방하고 수요를 받아서 퇴직자 중 인원을 선발하자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우수연구원이라고 타이틀만 주는데 그럼 경쟁력이 없다. 제로상태에서 출발할 수 있어야 재취업에도 기꺼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서 "A 기관에서 일했다고 B 기관서 못하지 않는다. B, C로 갈수 있어야 활성화 된다"고 강조했다.

◆ "프로그램 많지만 단발성, 미스매칭같이 풀어야"

# 고경력 과학기술인이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그런데 기업지원은 부처, 기관마다 제각각 하고 있고 단발성이다. 3개월, 6개월 단발성 00닥터 등으로 부처마다 다르다보니 제대로 컨설팅도 안된다. 기업 지원은 깊은 이해, 신뢰가 요구된다. 기업은 기업대로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안다. 또 연구자 입장에서도 좋은 의도로 갔는데 여러 사례 중 하나로 취급되면 사실 기운이 빠지는 게 사실이다.

이정순 연우회 회장은 기업에서 연구기관으로 이직, 기관장을 지냈다. 그는 "퇴직하고 보니 강연, 기업지원 등등 있지만 각자도생하는 상황으로 막연하더라. 그래서 연우회 만들고 대전시와 협력해 일자리 정보마당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심사도 부처마다 자격요건이나 참여 조건이 다 다르다. 맞춰서 들어가기가 어렵게 해 놨다. 그나마 단발성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경력 과학기술인들이 퇴직후 취미활동을 하기보다 아직은 더 일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 조성 필요도 주장했다. 그는 "고경력 과학기술인은 우리나라 지식인의 몇 % 안에 들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텃밭에서 농장 가꾸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아직 일할 수 있고 기여할 수 있다"면서 "고경력 과학기술인이 아직 일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매칭이 정확해야하고 몇개월 지원이 아닌 신뢰 기반의 프로그램으로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미스매칭에 대해서도 어느 한쪽만 탓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구자들도 단순히 우리가 이런일을 할 수 있다고 소개하는데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도 같이 가야한다. 이걸 정부에서만 하라고 할 수 없다"면서 "KIRD 등도 교육하지만 산교육이 아니다. 우리의 필요성에 의해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퍼스트 무버는 기업, 대학, 출연연이 같이 가야 한다. 대학은 나름 경쟁하고 있고 기업은 일류다. 출연연은 그동안 하라는 것만 하면서 부속품으로 일을 해왔다. 다른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국내 노인빈곤률이 높다. 인구추이를 보면서 과기부 등과 같이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윤원 회장은 퇴직 전 자신의 가치를 관리하라고 조언했다. 고경력 과학기술인으로 몸값을 관리하라는 의미다. 그는 "이전 오픈토론회에서 언급했지만 과학기술인 등록번호 있지만 아무 가치가 없다. 기업에서 일하려면 초급, 중급, 고급, 특급인가를 본다. 지금은 다 초급으로 대우받을수 밖에 없다"면서 "노벨상 받는 분들 7, 80대 많다. 우리는 그나이 되면 어디든 오지말라는 분위기다. 데이터를 제대로 갖춰 고경력 과학기술인의 몸값, 프로그램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경화 서기관은 고경력 과학기술인의 활용 차원보다 지원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정책을 연구중이라고 소개했다. 그에 의하면 과학기술 인력 중 50세 이상 비중이 계속 늘고 있다. 15년 2.7%, 16년 4.8%, 18년 6.5%로 증가추세다. 그는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과학특강, 중소기업 지원 등을 지원하는데 현재 DB가 1000여명이 구축돼 있다"면서 "그런데 우리가 너무 활용중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경력과학기술인에게 필요한 교육, 진로설계 등 지원 측면을 늘리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철 본부장은 공제회에서 실시한 은퇴 과학기술인을 위한 설문 결과 일자리와 재테크 등 수요가 컸다고 밝혔다. 백상기 바이오니아 고문은 자신의 역할로 네트워크 연결, 이론적 지원이라고 소개했다. 정진제 과장은 대전시의 지원 방향을 설명했다. 대전시는 연우회 등과 협력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그는 "과학기술인을 위한 사업이 많지만 체계적이거나 연계가 활발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이런 부분 분석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연구단지 내 한스코 공간을 리모델링 해 네트워크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과학기술인이 모여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순 회장은 끝으로 과학문화, 역사의 흐름을 알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80년대 처음 대덕연구단지에 왔을 때 대전시내에서 음주 운전(지금은 절대 안됨)으로 와도 헌병이 경례를 하며 아무도 터치하지 않더라. 그때는 우리가 잘나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소회했다.

이어 그는 "이후 시대, 제도, 문화들이 많이 바뀌었는데 우리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누군가는 집현전 이야기를 하는데 왜 지속되지 못했을까. 우리의 사농공상 인식이 여전히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과학문화, 역사를 근본적으로 알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