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온라인 오픈 토론회 개최∙∙∙"고기 잡는 법 알아야"
"고경력 과학자, 국가 중요 인프라∙∙∙체계적 지원 절실"

지난 28일 고경력 과학자 1000명 퇴직시대를 대비해 '재창출 오픈 토론회'가 개최됐다. (왼쪽부터) 박윤원 BEES 대표, 박재우 레이다앤스페이스 대표, 강호성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기업공감원스톱지원센터장, 이성우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인력개발부장. [사진=대덕넷]
지난 28일 고경력 과학자 1000명 퇴직시대를 대비해 '재창출 오픈 토론회'가 개최됐다. (왼쪽부터) 박윤원 BEES 대표, 박재우 레이다앤스페이스 대표, 강호성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기업공감원스톱지원센터장, 이성우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인력개발부장. [사진=대덕넷]

한국 과학기술 집적지인 대덕 연구단지에서 올해부터 3년간 1000명 이상의 브레인들이 떠난다. 퇴직 과학자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베이비부머세대(1955~1963년생)로, 한국 경제 발전 시기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100세 시대를 맞고 있는 시점에, 정년 만 61세로 전문지식 활용이 단절되는 고질적 문제 해결이 절실한 상황이다.

고경력 과학자 대거 퇴직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지난 28일 오픈 토론회가 열렸다. 실제 과학자 출신으로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자들이 참석해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박윤원 BEES 대표는 현재 퇴직 과학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지만, 4~5개월 정도로 끝나는 일시적 지원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한된 기간이 끝나면 재계약이 안 될뿐더러, 원할 시 직접 돈을 주고 회사에서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그가 주장한 것은 4대 보험과 급여 문제 해결이다. 

박 대표는 "퇴직 과학자가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4대 보험과 급여 문제"라며 "능력 있는 과학자들을 활용할 때 180만원 정도의 급여는 그들의 자존심에 흠집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 "고기 던져주는 것 아닌, 잡는 법 알려줘야"

박 대표는 PBS(연구과제중심체계)와 같은 제도로 퇴직 과학자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어느 사업에 참여할 시 그 참여율에 따라 급여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경력 과학자들에게 PBS 기반하에 4대 보험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그에 따르면 2012년도 한국엔지니어링협회에서 등록자에 한해 특급∙고급∙중급으로 등급을 나눠 인건비를 할당해주는 제도가 있었다. '사이언스 트랙'이다. 프로젝트 진행 시 이 제도에 따라 인건비가 책정되는 것이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박 대표는 "사이언스 트랙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덕단지 내 연구자들뿐만 아닌, 전국에 있는 개발자들의 단가를 인정해주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퇴직 과학자 수준을 알 수 있는 사이언스 트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프로그램은 고기를 잡도록 던져주는 것뿐"이라며 "이건 절대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퇴직 과학자들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반드시 급여와 4대 보험이 해결돼야 한다. 고기를 던져주는 것이 아닌, 그들 스스로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120세 시대, 인생 2막 준비해라"

연구 현장 퇴직 후 창업의 길로 들어선 박재우 레이다앤스페이스 대표는 자신의 창업 스토리를 나열했다. 그는 120세 시대임을 깨닫고 퇴직 후 남은 60여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당시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와 창업진흥원 예비창업과정을 통해 창업을 선택했다.

그는 책 '스타트업 경영수업'을 인용해 기업가 정신의 4가지를 소개했다. 박 대표는 "창업은 매일이 불확실하기에 낙관주의 마음을 스스로 가져야 하고 경기를 보는 것보다 경기에 뛰어드는 주도성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 정책에 기대지 말고 수단으로 생각하는 책임감과 결과 중심적 사고. 이 네 가지에 스스로 어느 정도 부합한 지 생각해본다면 기업가로서 자질이 있는지 판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고용의 시대는 지나갔고 고용이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고경력 과학자들이 제2의 사이클에서 고용을 찾으려 하면 답이 안 나온다.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최소 퇴직 5년 전부터는 창업 아이템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을 건넸다.

이성우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인력개발부장은 현재 고경력 과학자들의 퇴직 현황에 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연구원 내에서 고경력 과학자들을 활용하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심으로 퇴직 과학자들을 위한 제도가 있지만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부장은 "IMF 직전 출연연 인력이 총 7500명이었는데, 2011년엔 1만1000명, 올해 6월엔 1만5500명으로 증가 중이지만, R&D 비용 변화로 약 10년마다 구조가 바뀌어 인력 정책 수립에 난감함이 있다"며 "최근 퇴직 과학자 8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61%가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과반수 이상이 지원 제도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적극적인 연계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조수현 대전 테크노파크 지역산업육성실장은 대전TP 지원 사업인 학생 멘토링과 현장 애로 지원에 대해 소개했다. 퇴직 과학자들이 과학 꿈나무들과 기업 기술에 대해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조 실장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과학자들이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못 맞춘다거나 기업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이에 관한 맞춤형 교육의 필요성도 있다"며 "퇴직 과학자들은 상당히 중요한 고급 인프라다. 대전TP에서는 지속적 관심을 두고 지식공동체 마련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지원사업 현황에 대해 소개한 강호성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기업공감원스톱지원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 교육에 힘쓰고 있다며 고경력 과학자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교류회도 결성했다고 내비쳤다.

해당 토론회는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됐으며,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와 대덕넷이 주최∙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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