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대한민국 ⑬]장익상 세종기지 기상대원
기온 1도 상승, 빙벽 무너지고 바다색 변화
해수면 상승, 기후변화로 연구환경도 달라져
남극세종기지에서 '34차 월동연구대'로 근무 중인 장익상 기상대원이 직접 느낀 남극의 기후변화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매년 얼었던 바다가 올해 얼지 않았고, 겨울엔 눈 대신 비가 내렸다. 여름철 드러낸 기지 주변 땅 분포도 넓었다.
지난 9월 초 본지와 화상 인터뷰한 장익상 대원은 "평년기온으로만 봐도 남극 기온은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남극의 겨울 시즌은 7~8월로, 기지 주변 7월 온도는 평균 영하 4.9도였지만 올해 3.9도로 1도 정도 높게 나타났다. 여름 시즌인 2월의 세종기지 평균기온은 1.7도지만 올해 2.3도로 평균보다 0.6도 높았다.
1도는 작은 변화처럼 느껴지지만, 지구에서 1도 상승은 가뭄과 육상생물 멸종 등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전 세계가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극지 기상 연구를 하는 장익상 대원도 "1도 상승은 개인적으로 작은 변화일지라도 남극을 보면 매우 큰 변화"라고 말했다. 그가 첫 번째로 느낀 변화는 작년 8월, 남극의 겨울 시즌에 2~3차례 내린 겨울비다.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에 비가 내리기도 하지만 남극의 비는 굉장히 드문 사례다.
두 번째는 만년빙으로 장관을 이뤘던 마리안소만 빙벽의 감소다. 세종기지 앞바다 마리안소만 빙벽은 여름철 무너지고 겨울 얼기를 반복하지만 최근 기온상승으로 자주 무너지기 시작했다. 빙벽이 무너지는 소리는 마치 천둥과 번개가 치듯 우르릉 쾅 하며 연구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녹은 빙벽 사이로 흑갈색 암석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바다색도 바꾸고 있다.
세 번째는 얼지 않는 바다다. 세종기지에서 30분 떨어진 곳에는 펭귄들이 모이는 펭귄 마을이 있는데 8월 말부터 바다가 얼기 시작해 10월이 되면 펭귄들이 먹이활동을 위해 꽁꽁 언 바다를 건너 이동을 한다. 세종기지 내에서도 펭귄 서식지 이동 장면은 장관으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 달리 바다가 얼지 않았다. 남극의 겨울 시즌도 곧 끝나가기 때문에 올해는 바다가 얼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그는 "바다가 얼지 않고, 날씨도 따뜻해진다면 펭귄도 서식 요건을 갖췄다고 생각해 한 자리에 정착할지도 모른다"면서 "상황이 반복된다면 기존과는 다른 곳에 펭귄 마을을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하지만 그는 "펭귄이 먹는 바닷속 크릴은 바닷물 온도에 따라 개체 수가 변하니 먹이가 없으면 이동이 필요하다. 바다가 얼지 못하면 이동 자체가 어려울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도 말했다.
또 그는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플라스틱 적게 쓰기 등 일상 속에서 가능한 실천들을 통해 기후변화를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한편, 장익상 대원은 세종기지에서 기상장비 관리와 남극 날씨예보를 맡고있다. '제34차 월동연구대' 총 17명의 대원과 올해 12월 31일까지 연구를 진행 후 아라온호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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