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대한민국 ⑩] 기후모델 권위자
윤진호 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지구온난화 기후난민, 국가별 양극화 초래"
"산불·미세먼지·폭염·오존, 원인은 기후변화"
#2. 지구 기온이 2도 오르면 1.5도 올랐을 때보다 아마존, 아프리카 남부지역, 지중해,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 산불기상지수(FWI)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동아시아는 겨울, 북미는 가을에 산불기상지수가 상승한 사실이 확인됐다.
#3. 지난 1958년 이래로 동북아시아 지역 늦겨울부터 봄까지 지상의 바람 속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원인은 지구온난화. 그 영향으로 수평 방향의 공기 이동이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 한반도 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졌다.
산불, 태풍, 미세먼지를 '기후변화'라는 키워드로 묶어낸 주인공은 윤진호 GIST(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다. 그는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기후변화로 초래된 여러 문제를 연구로 규명했다. 그는 극한기상(Extreme Climate) 분야를 연구하며 최전선에서 기후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2100년 인류가 살아남지 못할까요? 그건 아닐 거에요. 사람이 못 살 정도는 아니지만 불편해질 겁니다. 코로나 사례를 보면 국제적으로 기술이 없고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가 피해를 봤습니다. 지구온난화로 비가 안 오고 극한 기후가 계속되면 어느 나라에선 기후난민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이죠."
실제로 UN은 남태평양 키리바시에 살고 있는 주민에게 '기후난민' 자격을 인정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빙하가 녹고 해수면 상승 여파로 모래주머니로 방파제를 쌓아왔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키리바시가 해안 침식으로 물에 잠길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뿐만 아니라 각종 재해가 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12층 아파트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아파트가 40년 전 바다를 메운 간척지에 세워졌다며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지반 침하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시 기상 분석업체 캐피털 웨더 갱(Capital Weather Gang)은 마이애미 해수면이 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15cm 상승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상 과학자의 직격 "매서운 폭염도 더 자주 올 수밖에"
"우리나라는 1907년부터 기온 관측을 시작했습니다. 기후변화라고 해서 하루아침에 온도가 뒤바뀌는 건 아닙니다. 서울 기준으로 100년간 여름철 온도만 보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립니다. 2018년 폭염이 오기 전 1994년이 제일 더웠어요. 1994년부터 2018년까지 24년이 걸렸는데요. 앞으로의 폭염 기록은 그 절반 이하에 깨지지 않을까, 지구온난화로 폭염은 이전보다 더 자주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윤 교수 연구팀은 기후 분석 모델링으로 기후변화로 초래될 여러 문제를 알리며 사태 해결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기상청과 국립기상과학원, 국립산림과학원 등과 협업 중이다. 기존 시스템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새로운 기후 예보 시스템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윤 교수는 "학계에선 기존 시스템에서 할 수 없는 무모한 도전을 해야 한다"면서 "우리 연구팀은 기상 예보가 맞거나 틀렸을 때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고도화하는 연구와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기후를 예보할 수 있는 연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AI·슈퍼컴퓨터 '지역 인프라' 활용 계획
광주는 지역 차원에서 AI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다. 지난 2019년 '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사업'이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받으면서 5년간 4000억원 규모 지원을 받게 됐다. 그 뒤로 GIST 인근에 AI 융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이 부지 내 국내 최고 수준인 슈퍼컴퓨터를 구축 중이다.
기후 연구 특성상 방대한 과거 데이터를 고속 처리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기상 연구 분야에선 슈퍼컴퓨터 활용이 절대적이다. 윤 교수는 "슈퍼컴퓨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면서도 "기후 연구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팅 역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기상 연구에서 데이터 확보가 가장 큰 난관이라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기상청은 기후 모델 데이터 공개가 일부에 국한되어 있는 상황이어서 개선이 필요하다. 또 기후 연구는 막대한 데이터 확보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데이터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윤 교수는 "앞으로도 극한 기후 현상이 왜 생기는지, 앞으로 바뀔 것인지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지향하며 보다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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