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대한민국 ⑭]한국화학연구원 울산 본부
조득희, 친환경 폴리올 원료 제조 촉매공정 개발
오동엽,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분해되는데 단 '6개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 저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거나, 또 다른 화학원소로 재생산하는 등 그 방식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이산화탄소를 실제 상용화 가능한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은 국내외 연구계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제작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고, 고비용·시간이 들지 않는 조건 하에 기업과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탄소저감·이익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지난 6월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화장품 쿠션과 건축 단열재, 생분해성 비닐봉투 등 '이산화탄소 제품화'에 앞장서고 있는 국내 연구진을 만났다. 바로 한국화학연구원이다.

◆ CO₂로 만든 화장품 쿠션·단열재가 있다?
 

(왼쪽부터) 기술이전 받은 KPX케미칼과 폼웍스가 각각 친환경 폴리올을 이용해 개발한 건축 단열재, 화장품 쿠션. [사진=화학연 제공] 
(왼쪽부터) 기술이전 받은 KPX케미칼과 폼웍스가 각각 친환경 폴리올을 이용해 개발한 건축 단열재, 화장품 쿠션. [사진=화학연 제공] 
(왼쪽부터) 이산화탄소로부터 프로필렌 카보네이트 합성을 위한 연속 반응기와 촉매. [사진=화학연 제공]
(왼쪽부터) 이산화탄소로부터 프로필렌 카보네이트 합성을 위한 연속 반응기와 촉매. [사진=화학연 제공]
조득희 화학연 박사는 최근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제품 개발을 위해 반응에너지를 높여주는 촉매를 개발했다. 이산화탄소는 다른 물질로의 전환을 위해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프로필렌 카보네이트' 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 기반 촉매다.

연구팀은 카보나이트 활용 방법으로 폴리우레탄을 구상, 이를 위해 중간 공정 원료인 '폴리올'을 탄생시켰다. 이산화탄소를 함유한 카보네이트를 활용한 폴리올로 폴리우레탄까지 간 것이다.

그에 따르면 폴리올의 성분에 따라 경질, 연질 등 폴리우레탄 성질이 달라진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모든 성질을 구현해냈다. 여기서 경질은 딱딱한 건축 단열재를, 연질은 부드러운 화장품 쿠션·침대 메트리스를 의미한다.
 

조득희 박사가 프로필렌 카보네이트 합성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덕넷]
조득희 박사가 프로필렌 카보네이트 합성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덕넷]
조 박사는 "이번 연구는 부산대·인제대와 함께해 기업 이전까지 완료했다"며 "이산화탄소 활용이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친환경 단열재·쿠션은 그 수요도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카보네이트 촉매 공정엔 50%의 이산화탄소가 들어가며, 완성된 제품의 이산화탄소 함유량은 약 5%다. 해당 촉매는 파일럿 규모의 생산도 가능하다.

더불어 라이프사이클이 1을 넘지 않는다. 라이프사이클이란 제조에서 폐기에 이르기까지 직·간접적으로 소비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의미한다. 1이 넘어가면 이산화탄소 포집량보다 제조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가 더 많다는 뜻으로, 결국 무용지물을 의미다. 조 박사에 따르면 메탄 등 대부분의 연료가 1을 넘긴다.

조 박사는 "누구든지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은 개발할 수 있지만, 결국은 경제성이 중요하다"며 "모든 화학반응은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 에너지엔 CO2가 있다. 아무리 많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해도,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 탄소중립이 될 수 없다. 일종의 딜레마지만, 세계의 화학자들은 진정한 탄소중립을 위해 오늘날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비닐, 옷, 빨대 만든다
 

오동엽 박사팀이 개발한 생분해되는 친환경 비닐봉투. 인장강도를 높여 기존 잘 찢어진다는 친환경 봉투의 단점을 해결했다. [사진=대덕넷]
오동엽 박사팀이 개발한 생분해되는 친환경 비닐봉투. 인장강도를 높여 기존 잘 찢어진다는 친환경 봉투의 단점을 해결했다. [사진=대덕넷]
오동엽 박사팀은 바이오플라스틱(PBS)을 이용해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개발했다. [사진=대덕넷]
오동엽 박사팀은 바이오플라스틱(PBS)을 이용해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개발했다. [사진=대덕넷]
플라스틱이 주원료인 비닐은 생분해되는 데 약 500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2020년 기준 국내에선 하루 7000톤가량의 플라스틱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서 약 50%는 소각되거나 매립되는데, 플라스틱 1톤을 처리할 때 약 9톤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 플라스틱이 시급한 상황이다.

여기에 화학연이 나섰다. 오동엽 화학연 박사 연구팀은 여러 목적에 따라 다른 특성을 지닌 바이오플라스틱(PBS)으로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개발했다. 실험 결과 땅속에서 100% 생분해되는 데 약 6개월이 소요됨을 확인했다. 생분해를 위한 단일 고분자를 택하니 제작비용 또한 절감됐다.

☞바이오플라스틱(PBS‧Polybutylene succinate): 대표적인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바이오매스와 석유 부산물 기반 단량체를 중합해 제조한 고분자.

연구팀은 기존 잘 찢어지는 생분해성 비닐봉투의 단점도 보안했다. 이들은 목재펄프와 게 껍질에서 각각 추출한 셀룰로오스와 키토산을 이용해 화학처리한 후 고압 조건에서 박리했다. 이후 나노섬유가 분산된 수용액을 생산, 바이오플라스틱에 접목했다. 그 결과 평균 35메가파스칼(MPa) 이하인 기존 바이오플라스틱 비닐봉투에 반면 연구팀의 비닐봉투는 65~70MPa 인장강도를 보였다.
 

(왼쪽부터) 오동엽 박사팀이 만든 친한경 비닐봉투와 울산 시민들에게 무료 나눔 중인 비닐봉투. 화학연 마크가 들어가 있다. [사진=대덕넷]
(왼쪽부터) 오동엽 박사팀이 만든 친한경 비닐봉투와 울산 시민들에게 무료 나눔 중인 비닐봉투. 화학연 마크가 들어가 있다. [사진=대덕넷]
연구팀이 생분해 플라스틱을 주장한 이유는 플라스틱 재활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 박사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종류는 수백가지다. 예컨대 플라스틱 생수병과 뚜껑은 다른 플라스틱 종류로 분리수거를 따로 하는 게 맞지만, 육안으로의 구분이 쉽지 않다. 이들이 재활용 대신 '분해'를 택한 이유다.

오 박사는 "전 세계의 재활용률이 8%인 반면 한국은 60%지만 의미 없는 게 사실"며 "플라스틱 종류가 다 섞여 있어 반 이상을 소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연구팀은 비닐을 포함해 옷, 빨대, 실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 중이다. 울산 시민들에게 비닐, 빨대, 컵 등을 무료 나눔 하는 사업도 1년 차에 들어섰다. 향후 4년간 생산량을 점차 늘려 소비량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간다는 계획이다.

오 박사는 "수도권 매립지가 2025년 사용 종료됨에 따라 플라스틱 재활용 방안이 시급해진 상황"이라며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이용해 옷, 신발 등을 리사이클, 최적의 매립지·환경 문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친환경이라는 게 쉽지 않다. 플라스틱이 처음 벌목 방지를 위해 개발됐듯이, 어느 과학자도 처음부터 완벽한 기술을 내놓긴 어렵다. 그 시대에 맞춰 최선을 다하고 지속적인 보안방법을 과학자들이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오동엽 박사팀이 바이오플라스틱(PBS)을 이용해 개발 중인 친환경 실과 마스크 필터. [사진=대덕넷]
(왼쪽부터) 오동엽 박사팀이 바이오플라스틱(PBS)을 이용해 개발 중인 친환경 실과 마스크 필터. [사진=대덕넷]
(왼쪽부터) 오동엽 화학연 박사와 김태호 박사. [사진=대덕넷]
(왼쪽부터) 오동엽 화학연 박사와 김태호 박사. [사진=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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