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대한민국 ⑨] 매년 여의도 면적 4배 갯녹음
갈조류 심는 임기응변 안돼, 원인 파악부터
울진군, 왕돌초 인근 해양과학기지 구축 강조

매년 동해의 생태계가 갯녹음으로 황폐화되고 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축구장 1680개, 여의도 면적 4배 규모다.[사진= 이미지투데이]
매년 동해의 생태계가 갯녹음으로 황폐화되고 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축구장 1680개, 여의도 면적 4배 규모다.[사진= 이미지투데이]
청정 동해 생태계가 죽어간다. 대형 갈조류가 사라지고 딱딱한 무절석회조류들이 바위를 뒤덮고 있다. 바위가 하얗게 되며 사막화되는 백화현상, 갯녹음화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고유 어종은 사라진지 오래다. 생태계가 망가지며 어린 물고기는 씨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국내 바닷속은 전체적으로 갯녹음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남해, 제주 인근에서도 확산 중이다. 동해는 더욱 심각하다. 2017년 항공촬영 결과 조사면적 절반에서 갯녹음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안은 물론 독도 인근에서도 갯녹음화가 확인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하 해양과기원)에 의하면 동해(2016년 기준)는 연간 1200ha(12km²) 규모씩 갯녹음화 되고 있다. 여의도 면적 4배, 축구장 1680개 규모의 바닷속 생태계가 무너지는 상황이다. 2019년 강원도를 휩쓸고 지나 간 산불면적과 비슷한 규모로 동해 생태계가 매년 갯녹음화되는 셈이다. 지자체와 과학계가 긴장하는 이유다.

갯녹음은 환경오염, 기후변화, 연안개발 등으로 암반지역에 서식하던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해조류 대신 무절석회조류가 암반을 뒤덮으며 바위표면이 홍색, 백색으로 바뀌어간다. 바닷속이 해조류 대신 딱딱한 시멘트같은 석회질로 변해간다는 의미다. 결국 해양 탄소공정 능력이 약해지며 생명체도 머물지 못한다. 해양 생태계 파괴다.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갯녹음화를 두고 국가적 재난으로 진단한다.

◆ 사후약방문식 대응 안된다

동해의 갯녹음 원인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온도 상승, 환경오염 등 여러 원인에 의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는 갯녹음 대응은 단편적 대응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갯녹음을 유발하는 성게, 고둥류 등 조식생물을 제거하고 대형 갈조류를 이식하는 등 바다숲 조성 중심이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실시한 바다숲 조성과 이식 사업 규모는 2019년 기준 2만1490ha에 이른다. 그러나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갈조류는 숲을 이루지 못하고 사멸(녹는다)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해수면 온도는 빠르게 상승 중이다. 해양과기원에 의하면 올해 7월 동해 평균 수온이 22.2℃를 기록, 최근 40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수온 상승은 갈조류 등 해조류가 자리를 잡지 못하는 원인으로 파악된다. 

과학계에서는 동해연안의 갯녹음 유발 원인 규명부터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인공생태계를 조성해 갯녹음 원인 요소들을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현수 박사는 "갯녹음 원인 파악과 바다숲 조성이 같이 가야 효율을 높이고 해양생태계도 회복된다"고 제안한다.

그는 "해조류는 특성상 겨울에 번식하고 5월에 녹아 버린다. 수온상승, 이산화탄소 증가, 지하수와 담수 유입 등 영향이 있겠지만 아직 분석이 안된 상태"라면서 "그런데 백화현상이 점점 넓어지고 있어 생태계 순기능이 상실되고 있다. 갯녹음 원인 연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접근 어려운 독도, 선상 밥 해먹으며 연구

동해는 쿠로시오 난류와 대마 난류가 남해안을 타고 들어오는 구조다. 이곳에서 일본 서해쪽으로 가거나 독도 인근으로 들어오는데 이때문에 독도 지역 갯녹음도 심한 상태다.

해양과기원 동해연구소는 3개부서에서 독도를 연구한다. 한달정도 울릉도에 머물며 작은배로 독도로 이동, 연구를 진행한다. 

노현수 박사는 "독도는 암반이 많아 10톤 정도 배에 조사장비를 싣고 가는데 새벽에 출발해도 3시간 정도 걸린다. 다이빙장비를 장착하고 3~5일간(최대 10일) 배에서 밥을 해 먹어가며 5~6시간씩 연구활동을 한다"면서 "독도는 일년 365일 중 290일은 접근이 어렵다. 5월에서 7월, 9월 중 날씨 좋은 때를 선택해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날씨, 배 등 다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가 느끼는 것은 수온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없던 생물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열대지방 어류, 기록되지 않은 생물들이 나온다"면서 "바닷속도 아열대화가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 명태는 안보이지만 돌돔, 참다랑어가 보인다. 갯녹음으로 어떤 해조류가 고수온 환경에 적응하는지 연구할 필요도 있다. 그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지금처럼 바다특성에 맞지 않는 대응은 효과가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 울진군, 왕돌초에 과학기지를

울진군은 동해 생태계 회복과 활성화를 위해 왕돌초 해양과학기지 구축을 추진 중이다.[이미지= 울진군]
울진군은 동해 생태계 회복과 활성화를 위해 왕돌초 해양과학기지 구축을 추진 중이다.[이미지= 울진군]
울진군은 한류와 난류의 교차로 어종이 풍부한 왕돌초 생태계 보존과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기획을 진행 중이다. 지역의 과학계와 연계, 울진 인근을 해양과학기지로 확고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왕돌초 인근에 동해 첨단 해양과학기지를 구축, 국가 해중공원벨트를 조성하는 계획이다. 왕돌초는 울진과 울릉도 사이에 위치해 있는 바위명. 동서 21km, 남북 54km, 수심 5.3m로 샛잠, 중간잠, 맞잠으로 구성된다. 

서범석 울진군 미래전략실 팀장은 "왕돌초는 위치, 지형 등 어느 곳보다 중요하다. 국가 바다숲과 해중공원을 조성하기에 적합하다. 해양생태계를 보존하고 활성화하는 산실 가치가 충분하다"면서 "과학기지 조성으로 해양기상을 관측하고 연구자가 거주하며 수중 음량, 염분, 수온 등을 연구할 수 있다. 또 생물의 다양성도 직접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에는 남해, 서해에 과학기지를 설치하고 있는 것에 비해 동해는 위치상 중요함에도 과학기지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왕돌초에 해양과학기지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울진군은 수중글라이더 핵심부품장비 기술개발과 운용센터를 구축, 해양과학연구장비 산업단지 조성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울진군을 경북해양과학연구단지로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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