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대세포럼, IBS서 진행∙∙∙"멀리 보고 지원해줘야"
정선∙부산∙광주 등 연구단 필두로 지역 혁신 앞장서

"과학기술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신) 장관 5년째로 접어들며 그만두기 전에 기초연구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기술재단이 아닌 과학재단이라는 명칭을 고집한 것도 우리가 기초과학 육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하고 싶어서였다."(故 최형섭 KIST 초대소장, 책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 中)

'한국 과학기술의 개척자'라고 불리는 최형섭 초대소장은 1977년 한국과학재단(현 한국연구재단) 설립의 주축 멤버로 활약했다. 한국과학재단의 설립은 기초과학을 산업 개발의 기반으로만 생각했던 과거 과학기술정책을 탈바꿈한 계기가 됐다. 대학이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한국과학재단의 기초연구 정책은 현재 기초과학 사령탑인 IBS(기초과학연구원)에 영향을 미쳤다.

기초과학은 국가 발전의 핵심 요소다. 유럽의 경우 17세기 초 일어난 과학혁명이 산업혁명으로 이어져 지금의 과학 선진국이 됐다. 노벨상 수상자 27명을 배출한 일본도 기초과학에 중점을 둔 결과다. 

지난 16일 이공·인문계 연구자들이 IBS 과학문화센터에 모였다. 이들은 이날 열린 '제6회 대전-세종 혁신 포럼'에서 한국의 기초과학이 걸어온 길을 되짚고, 발전방향을 논의했다.

◆ "연구 자율성 보장돼야"∙∙∙지역 과학 발전에도 앞장
 

제6회 대세포럼에서 노도영 IBS 원장이 발제하고 있다. 그는 기초과학은 자율성이 필수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제6회 대세포럼에서 노도영 IBS 원장이 발제하고 있다. 그는 기초과학은 자율성이 필수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IBS는 수학,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융합 등 기초과학 각 분야에 연구단을 두고 있다. 그 집단만 31개로 ▲본원 연구단 ▲캠퍼스 연구단 ▲외부 연구단으로 구성돼 있다. 본원 연구단은 대전 도룡동 IBS 본원 내 위치한다. 캠퍼스 연구단은 KAIST, POSTECH, GIST, UNIST, DGIST 등 전국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에 있다. 외부 연구단은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에 위치한다. IBS는 대학의 우수한 인력과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국에 연구단을 네트워크형으로 구성했다.

이같은 연구단은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소명 아래 지역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지하실험 연구단은 강원도 정선 지하 1100m 깊이에 위치한 지하실험시설인 예미랩(Yemilap)을 구축하고 있다. 아직 존재가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 흔적을 찾아 우주 기원과 물질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예미랩은 연구단이 위치한 '예미산' 지명에서 본떴다.)
 
부산대에 속해있는 기후물리 연구단은 IBS가 보유한 고성능 슈퍼 컴퓨터인 '알레프'를 활용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생태계를 분석한다. 100경분의 1초를 뜻하는 극도로 짧은 시간 '아토초' 영역에서 레이저-물질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IBS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도 GIST에 위치해 있다. 

노도영 IBS 원장은 이 대목에서 연구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연구성과의 성패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지원해주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과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 가능성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며 "오래 봐야 하는 것이 기초과학"이라고 강조했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은 기초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맹 회장은 "기초과학의 의미를 시민들이나 행정원들한테 설명하지 못하면 영원히 인식시키지 못한다"라며 "무엇보다 과학의 토대가 되는 기초과학이 긴 시각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석학들 제시한 데이터, 공공으로 사용돼야"

IBS는 코로나 대응에 있어도 앞장섰다. 지난 4월 김빛내리 IBS RNA연구단장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숙주세포 내에서 생산한 RNA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모두 분석했다. 또 IBS 생명과학 분야 과학자들과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은 코로나19 원인과 전망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19편의 '코로나19 과학 리포트'도 내놨다. 지난 10월엔 이 리포트들을 엮어 단행본 '코로나 사이언스'도 발간했다.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기초과학의 발전을 위해 바이러스 데이터 공공 플랫폼을 제안했다. 국내외 석학들이 연구한 데이터를 민간에게 풀어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대표는 "연구는 논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서비스가 될 수 있게끔 상용화 돼야 한다"며 "IBS의 높은 연구 수준을 공공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입장을 보였다.

아래는 제6회 대세포럼 참석자 명단(이름순).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구자현 KDI 지식경제연구부장 ▲노도영 IBS 원장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 ▲민병권 대전광역시 과학산업특별보좌관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 ▲박윤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전지역연합회장 ▲배상록 경제통상진흥원장 ▲우천식 KDI 글로벌경제실장 ▲차미영 IBS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CI ▲채단비 KDI 글로벌경제실 초빙전문위원 ▲최두선 한국기계연구원 박사 ▲하성도 IBS 부원장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
 

제6회 '대전-세종 혁신 포럼'이 지난 16일 IBS에서 진행됐다. [사진=이유진 기자]
제6회 '대전-세종 혁신 포럼'이 지난 16일 IBS에서 진행됐다. [사진=이유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