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인터뷰]베트남 엄마와 사춘기 소년 
'한마음교육봉사단' 학습으로 수업시간마다 자신감 "쑤욱"
국내 다문화 가정 초등생 큰폭 증가, 자녀교육 어려움 호소

"수학시간이 가장 재미있어요. 친구들을 알려주기도 하고 선생님 말씀을 다 알아들을 수 있어 자신감도 쑤욱 올라갔지요."(웃음)

한마음교육봉사단에서 운영하는 '한마음글로벌스쿨(이하 한글스쿨)' 수업에 참여한 신재상 학생의 소감이다.

중학교 1학년생인 재상이. 반 곱슬의 숱 많은 머리카락에 짙은 눈썹, 반짝이는 두 눈, 이마에 한 두개 올라온 뾰루지까지 첫 인상은 귀여운 소년이다. 하지만 예, 아니오로 답하는 무뚝뚝한 말투는 영락없이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이다.

재상이의 꿈은 군인이다. 체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스스로 운동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학원도 태권도 학원만 다닌단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인기가 높다. 친구들이 잘 몰라서 묻는 수학문제를 척척 풀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친절한 재상 씨'다. 재상이는 어떻게 수학을 잘하게 되었을까. 수학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따로 받은 적도 없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한글스쿨 수업을 온라인으로 들어요. 15분씩 진행되는 수학 3개, 영어 2개 강의를 듣고 강의마다 10개씩 문제를 풀어요. 거르지 않고 매일매일 해요. (영어는 아직 어렵지만)어느 날 학교 수업이 쉬워졌어요. 수학 과목은 친구들이 물으면 알려주게 됐고요."

수학과목이 가장 재미있고 자신 있다고 말하는 재상이의 공부 방법이다. 한글스쿨 수업에 참여해 질문하고 문제 풀며 꾸준히 했던 게 비결이라면 비결인 셈이다. 

한글스쿨에서는 매주 평가가 이뤄진다. 일주일동안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총괄평가 시험을 보는 것이다. 결과에 따라 장학금도 통장으로 지급한다. 한 학기는 14주 수업이 이뤄진다. 14만원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학교에서는 시험이 없어서 재미없는데 한글스쿨은 시험이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잘 모르면 바로 선생님에게 물어 볼 수도 있고요. 지금까지 장학금을 다 받았어요."(웃음)

장학금 이야기에 재상이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스스로도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재상이가 꾸준히 수업에 참여하고 실천한데는 엄마의 역할도 크다. 재상이 엄마 장윤희 씨는 베트남 출신이다. 

"2006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왔어요.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혹시 공부에서 뒤떨어질까봐 걱정이 됐어요. 다행히 한마음교육봉사단을 알게 되면서 다문화엄마학교(이하 ‘엄마학교’)를 다니게 됐고요."

장윤희씨는 대전엄마학교 6기 출신이다. 

엄마학교에서는 초등학교과정 7개 과목을 지도한다. 검정고시를 치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한국의 초등수업을 직접 체험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과정이다. 자녀들은 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게 된다. 자연스럽게 학습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효과도 있다.

엄마학교를 졸업한 다문화가정 엄마들은 자녀교육에도 자신감을 갖게 된다. 장 씨 역시 처음 한국에 올 당시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했단다. 지금은 한국인 친구도 제법 많아졌다. 학습 의욕도 남달라 엄마가 직접 초등시기 재상이를 가르치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도 자녀 교육은 무척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래서 재상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니까 엄마가 아무것도 몰라 공부를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엄마학교 수업을 듣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한국 교육 시스템도 알게 됐고요.”

하지만 장 씨는 중학생이 된 재상이를 보면서 다시 걱정이 됐던 게 사실이다. 한국 엄마에 비해 정보력이 부족하고 지원을 못해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는 "다문화가정 엄마들 대부분 비슷한 고민을 한다. 한국의 학원비가 부담돼 학원을 보내는 것도 쉽지 않다. 아이가 공부를 못하게 될까 걱정되고 마음이 아프다"면서 "한글스쿨 수업이 있어 정말 다행이고 선생님들이 잘 챙겨 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국내 다문화 가정 학생 수 큰 폭 증가, 간과하면 더 큰 비용

국내 다문화 가족 자녀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9년 KOSIS 기준 국내 다문화 가족 자녀수는 26만1606명으로 경기도 6만9038명, 서울 3만6299명, 경남 1만9367명, 인천 1만6458명, 경북 1만5674명, 충남 1만5080명, 전남 1만4767명 순이다. 연령별로는 2018년 기준 만6세 이하가 11만4125명(48%), 7~12세 9만2368명(39%), 13~15세 1만9164명(8%), 16~18세 1만1849명(5%) 순이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초등학생 중 다문화초등학생비율은 2014년 1.8%(272만8509명 중 4만8225명)에서 2017년 3.1%(267만4227명 중 8만2733명), 2019년 3.8%(274만7219명 중 10만3881명)로 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체 초등학생은 매년 4만 여명 줄고 있는데 비해 다문화학생 수는 매년 1만 여명씩 증가 추세다.  더 이상 다문화 학생을 별도로 구분하는 게 무의미할 수도 있다.

다문화 학생이 증가하는 것과 함께 이들 가정이 겪는 어려움도 자녀 교육이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 정부 통계에 의하면 학업, 진로 정보 부족(47.1%)이 가장 많고 교육비, 용돈 부담(40.9%), 인터넷, 모바일 사용 갈등(25.1%) 등 자녀 교육과 정보 확보에 순이다.  

다문화 가정의 결혼 귀화자의 국적은 중국, 베트남, 일본,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한국의 교육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국어도 익숙하지 않아 정보 획득의 어려움도 클 수밖에 없다. 다문화 가정 학생의 학교생활 부적응이나 중고등학생의 학업 저하 문제도 점점 커지고 있다.

KAIST를 비롯해 이공계 교수진, 초중등 교육 관계자들이 다문화 가정의 교육지원을 위해 2014년 첫 총회를 열고 이듬해 3월 대전다문화엄마학교를 개설했다. 다문화 가정의 '초등학생 학부모' 엄마들에게 한글은 물론 한국의 교육과정을 지도해 자녀교육을 챙길 능력을 갖춘 엄마를 양성하고 검정고시도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최병규 KAIST 명예교수를 비롯해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이 참여해 온라인 및 오프라인 교육콘텐츠를 직접 개발했다. 격주로 (총 10회) 실시되는 출석 수업은 주로 전/현직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맡고 있다. 

엄마학교 수업에 다문화 가정의 엄마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엄마의 자신감은 자녀, 가정에도 그대로 전달됐다. 한마음교육봉사단은 엄마학교 졸업생 동문 가정의 중학생 자녀 지도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2016년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마음글로벌스쿨과 명문대학 체험 프로그램 운영에 들어갔다. 

KAIST 형(오빠), 누나(언니), 현직 대학 교수진이 지도하는 수업에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도 진지하게 임했다. 장성, 김제, 음성 등 농촌지역을 포함해 2020년 현재 전국적으로 15곳에서 엄마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내년에는 공주시 등 4곳에 엄마학교가 신설될 예정이다. 해를 거듭하면서 다문화 가정의 교육을 돕는 희망프로젝트로 자리 잡았다. 올해로 벌써 5년을 넘어 6년째를 맞았다. 이들 엄마학교 동문 가정의 중학생들을 위한 한마음글로벌스쿨 학생수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간 10여명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2020년에는 20명에 달했다. 내년에는 6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음글로벌스쿨을 마친 중학생 중에는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후배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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