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보스턴대 교수 "한국형 랩센트럴, 과학도시 유치 성공확률 높아"
"예산은 충분, 랩센터를 성공 고민할 리더부터 찾자"

김종성 보스턴대 교수는  한국형 랩센트럴 구축 소식에 "아시아 최고의 바이어허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땅사서 빌딩짓는 등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인사)에 중점을 두고 랩센트럴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한다고 강조했다.[사진=김지영 기자]
김종성 보스턴대 교수는  한국형 랩센트럴 구축 소식에 "아시아 최고의 바이어허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땅사서 빌딩짓는 등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인사)에 중점을 두고 랩센트럴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한다고 강조했다.[사진=김지영 기자]
"한국형 랩센트럴이 성공하려면 땅 사서 빌딩 짓는 걸 먼저 시작할게 아니라 센터장부터 가시화시켜야 합니다. 순환보직은 물론이고 낙하산 인사는 더더욱 안됩니다. 보스턴 랩센트럴의 창업가인 요하네스 프루에하우프(Johannes Fruehauf)에 주목하십시오.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인사를 추진하고 사업 방향을 정해야 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정부가 한국형 랩센트럴 구축을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김종성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역과 창업에 대한 높은 전문성과 추진력을 두루 갖춘 리더를 먼저 선정하자고 제안했다. 보스턴 랩센트럴 성공 요인으로 창업가의 리더십과 비전을 꼽으면서다. 김 교수는 1989년부터 현재까지 보스턴이 세계적 바이오 클러스터로 성장하는 눈부신 과정을 직접 목격한 장본인이다. 한국의 바이오벤처 성장을 위해 바이오 관계자들에게 랩센트럴을 직접 소개하고 유사한 기관의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한 인물이기도 하다.

2월 초 안식년으로 한국에 온지 한달도 안됐다는 김종성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직 부지는 선정되지 않았지만 2000~3000억 규모로 지어질 한국형 랩센트럴 구축 소식에 "아시아 최고의 바이어허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많은 정부 사업이 땅을 사서 빌딩을 짓는 것으로 시작한다. 넓은 땅을 확보하려다 보면 외각으로 밀려날 우려가 있다. 랩센트럴은 그래선 안 된다. 이제는 예산확보보다 어떤 시설을 짓고 어떤 회사를 불러들여 어떤 효과를 일으킬지 함께 고민하고 생각할 리더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더 집중해달라고 요청했다.

◆ 보스턴 바이오 생태계 지켜보다 창업...요하네스 누구? 

그렇다면 요하네스라는 인물은 누구인가. 김 교수는 그를 '보스턴의 바이오 생태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재밌는 위치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독일 출신인 요하네스는 연구하는 메디컬 닥터로 포스닥을 위해 보스턴에 왔다가 지도교수의 창업으로 벤처창업에 관여하며 생태계를 알아갔다. 이후 독립해 혼자 벤처를 세우고 고비를 맞았던 찰나에 바이오벤처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들과 벤처캐피털의 특징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가 본 것은 관심은 있지만, 전문지식이 약해  고민에 빠진 투자자들의 모습이었다.

이후 요하네스는 지인들과 회사를 하나 설립한다. 보스턴지역의 예비 창업가 프로젝트를 분석해 벤처캐피털에 이해하기 쉽게 설게 설명하는 '투자 자문업체'다. 그러면서 방대한 예비 창업가들의 프로젝트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새로운 비즈니스사업을 떠올렸다. 김 교수는 "그는 벤처 창업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특히 연구실 구축을 위해 적어도 10~20억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연구, 실험을 할 수 있는 공용 실험시설과 사무시설(책상 한 칸)을 제공하고 월 4000달러를 받는 비즈니스 시작했다. 그게 바로 지금의 랩센트럴"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를 설득해 종잣돈을 확보한 그는 민간자본을 더 모아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가 소유한 건물 한 층을 빌려 2014년 랩센트럴을 오픈했다. 땅을 사서 건물을 올리며 하드웨어에 치중한 것이 아닌 벤처가 필요한 것을 분석하고 사람을 모으는 소프트웨어에 더 집중한 것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열린 공간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소통하며 엄청난 성과들이 쏟아져나왔다. 좋은 스타트업이 몰리니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던 글로벌 탑 제약사들이 자주 찾는 공간이 됐다. 2014년 이래 이곳을 거쳐 탄생한 스타트업만 78개이고 2조 원 이상의 펀딩을 유치했다. 랩센트럴이 위치한 버스턴은 美 바이오 전문 언론 GEN이 선정한 5년 연속 1위 바이오단지로도 꼽힌다.

랩센트럴은 공간이 부족해 한 층을 더 빌려 더 많은 기업이 들어올 수 있게 했다. 공간은 넓어졌지만 까다로운 입주조건으로 뛰어난 스타트업만 들어올 수 있다. 랩센트럴 성공에 유사한 공간이 많이 생겨난 상황이다.

김 교수는 "작은 벤처가 대기업 관계자를 한 번 만나는게 얼마나 하늘의 별 따기인가. 하지만 랩센트럴에 들어가면 한 회사가 아니라 10개 이상의 기업들을 많이 만난다. 내 사업이 똑똑하다면 나중에 거래할 고객 기업이 줄을 서는 것이다. 보통 회사가 10년 이상 걸려 해야 할 일들을 2~3년 만에 할 수 있으니 그 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로 그는 좋은 위치를 꼽았다. 랩센트럴 한 블록 건너면 노바티스 글로벌 연구소가 있고 한 블록 더 가면 보스턴연구소, MIT와 하버드대학, 벤처캐피털 등이 모두 몰려있다는 것. 그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넓은 부지에 건물만 세워서는 랩센트럴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그는 "바이오와 제약사업은 복잡한 만큼 다양한 분야가 합쳐져야한다. 다양한 전문가도 필요하다"며 "랩센트럴을 중심으로 지하철 2개 정거장 사이에 모든 게 다 있다 보니 글로벌 혁신을 만드는 트래픽 허브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랩센트럴 성공요건 NO.1은 '과학'···과학도시 성공가능성 높아

랩센트럴의 다양한 성공조건. 김 교수는 제일 중요한 것으로 '과학'을 꼽았다. 그런 면에서 그가 보는 대전은 보스턴을 닮은 매우 매력적인 도시다. 그는 "대덕에 신약개발 스타트업이 가장 많다. 또 KAIST, 생명연, 화학연, 충남대 등이 있어 보스턴과 아주 유사하다"면서 "대전에 랩센트럴이 생긴다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보스턴 벤치마킹을 위한 필수 요소로 ▲훌륭한 학문 연구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만들어내는 기업가정신 ▲초기 펀딩 ▲일할 선수들 ▲실험 공간 등 5가지를 꼽으며 대덕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김 교수는 "대덕의 연구소에서 우수한 학문을 충족시킬 수 있고 연구소, KAIST와 충남대 같은 대학에서 일할 선수를 찾을 수 있다"면서 "벤처캐피털도 대전에 생기기 시작하니 초기펀딩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스타트업이나 바이오산업을 만드는 기업가정신은 LG생명과학 출신 연구자들의 창업 등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의 랩센트럴은 어찌 보면 벤처기업이다. 반면 우리는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운영함으로써 성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에 김 교수는 "대전이 정말 랩센트럴을 성공시키고 싶다면 하루라도 빨리 센터장 후보들을 추려야 한다. 센터장 빼고 정책을 만드는것은 말이 안 된다"며 "대덕을 많이 아는 사람이면서 창업경험과 글로벌 제약사와 일을 함께해본 경험의 전문가를 모시고 어떤 시설과 어떤 회사를 불러들여 효과를 만들어낼지 지금부터 생각해야한다. 그래야만 출연연 박사와 대학교수 등 예비창업자가 줄을 쓰는, 또 아시아가 주목하는 최고의 바이오허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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